숲으로 가는 아이들-12월 이야기

등록 2001.12.31 20:35수정 2001.12.3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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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나가 노는 것보다
부드러운 이불 속에 있는 것이 더 좋아지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가 더 맛있어지면,
또, 엄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자꾸 파고들고 싶어지면
그 때는 겨울이 온 것입니다

바깥 창문으로 가까이 가면
쌩쌩 후루룩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유리창에 호- 하고 입김을 불면
더운 김이 서립니다
그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면
오르르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손가락 그림을 계속 덧 그리다가
창 밖으로 추워 보이는 겨울나무를 보았습니다

겨울에 우리는 두꺼운 옷을 입습니다
그래도 추우면 발을 동동거리고 부르르 떨기도 합니다
겨울에 나무들은 옷을 벗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겨울을 이겨내야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곳에만 뿌리를 내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도 견뎌 내야 합니다

어떤 나무들은 아주 오래 삽니다
수십 년, 수백 년씩 살기도 하고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도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햇빛이나 주위의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수명이 달라집니다

차들이 생생 다니는 길 가의 가로수 나무들은
숲 속의 나무보다 더 짧게 산다고 합니다
밤에도 계속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자동차 소리, 답답한 공기, 밤새 불을 밝히는 가로등,
그런 모든 것들이 가로수가 된 나무에게는 힘겨운 고난입니다

영양분이 많은 땅, 따뜻한 햇빛, 바람을 가려 주는 친구 나무들이 있는 숲속의 나무는 홀로 자라는 나무보다
더 행복합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가을에 떨군 잎들은 땅을 덮어줍니다
그래서 숲은 우리가 사는 도시보다 덜 춥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도
숲 속의 나무들에게도 겨울은 역시 견디기 힘든 계절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도토리를 얻으려고 망치로 나무를 때리는 일이,
운동을 한다고 몸을 나무에 부딪히는 일이,
숲가에서 들려오는 도시의 시끄러운 소리들이
어느 추운 겨울보다
나무들에게는 더 참기 힘든 겨울인지도 모릅니다

겨울 산을 따라 부는 바람에 꽁꽁 얼어가는 아이의 볼을 덥혀 주듯이
우리들의 손길이 다른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도
따뜻한 것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다시 봄이 오면
나무를, 숲을 더 사랑해 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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