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 감시가 정치개혁의 지름길

새해 화두, 조선일보의 편파·왜곡 선거보도 감시

등록 2002.01.01 08:31수정 2002.01.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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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신문>이 지난 12월24일과 26일 이틀 간 시민운동가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정간법 개정을 포함한 언론개혁운동을 지난 한해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시민운동으로 꼽았지만, 올해 시민운동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정치개혁 및 권력감시(29.0%)를 맨 먼저 꼽았고, 환경(12.0%)과 사회복지(9.0%)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시민운동가들의 정치지향성을 드러낸 결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로 꼽은 '정치개혁 및 권력감시'라는 설정은 매우 애매하다. 이들은 낙선운동보다는 당선운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정치개혁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2000년 낙선운동의 결과가 입증하는 바다. 권력감시라는 설정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개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을 감시의 대상으로서보다는 협력 또는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잠재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보다는 신문과 방송매체들이 선거보도를 공정하게 하는지를 감시하는 게 정치개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을 바로세우는 일이 권력감시의 첩경이라는 점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변함없이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국정을 농단할 때, 심지어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편파와 왜곡을 일삼으며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때 시민운동가들은 무슨 권력을 감시하겠다는 것일까?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 신문들은 신년호에 일제히 여론조사 결과를 실었다. 이중 대선후보 가상대결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먼저 한겨레. 이회창과 이인제는 41.6% 대 30.7%로 10.9% 포인트 차이였고, 이회창과 노무현은 44.7% 대 24.3%로 20.3% 포인트 차이였다. 하여 한겨레는 민주당 어느 후보들도 야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면서 “어차피 누가 나가도 안 된다면 차라리 판을 뒤흔들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여당이 극심한 당내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진단해놓고 있다.

조선과 중앙, 한국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났는데, 조선의 경우 이회창과 이인제는 45.4% 대 34.8%로 10.6% 포인트 차였고 이회창과 노무현은 47.4% 대 31.3%로 16.1% 포인트 차였다. 중앙은 이회창과 이인제가 53.0% 대 40.4%로 12.6% 포인트, 이회창과 노무현은 57.9% 대 37.4%로 20.3% 포인트 차이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이회창과 이인제는 45.9% 대 34.7%로 11.2% 포인트, 이회창과 노무현은 51.5% 대 32.3%로 19.2%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동아와 경향, 대한매일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의 경우 이회창과 이인제는 35.4% 대 33.1%로 불과 2.3% 포인트 차이에 이회창과 노무현은 39.1% 대 32.5%로 6.6% 포인트 차이를 보였고, 경향은 이회창과 이인제가 41.7% 대 39.4%로 역시 2.3% 포인트 차이에 이회창과 노무현은 44.7% 대 34.7%로 10.0% 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대한매일은 이회창과 이인제가 44.5% 대 38.0%로 6.5% 포인트, 이회창과 노무현이 47.8% 대 37.5%로 10.3% 포인트의 차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한결같이 전화로 실시한 조사결과가 차이가 너무 많다. 정당지지도나 야당 내 박근혜의 지지도에 대해서도 신문들마다 천지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조사 무엇 하러 하는가? 상업주의 언론의 천박한 발상으로 공연히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올 한해 벌어질 수많은 변수들이 대선 과정에서 요동을 칠 것이다. 아직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굳이 물어볼 이유가 있을까? 언론은 공연히 헛돈들이지 말고 무엇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곰곰 생각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미 시작된 금년 대선보도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조선의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가 얼마나 기승을 부릴 것이냐, 그리고 이것이 다른 언론들의 보도경향과 관련하여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냐로 모아질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지난 97년 대선에서 조선보다 한발 앞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광분했던 중앙이 일찌감치 중립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중앙은 이미 조선과의 차별성을 다짐하면서 대선 후보에 줄 안 서기, 가판 폐지, 동정란 폐지 등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밖에도 햇볕정책 지지와 국보법 개정 요구, 부시의 강성정책 비판 등으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그런 중앙이 사설을 대신한 '신년사'에서 민족적 통합을 강조하면서 대선보도의 중립과 엄정한 잣대에 의한 후보검증으로 유권자의 판단 및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하였다. 우리는 중앙이 신년사('3金시대 언론'을 끝내자)에서 한 이 약속을 충실히 실행하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이미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조선은 적절히 '길들이기'를 가미한 '대세론 굳히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유독 가상대결 결과를 1면에 3단 크기로(이회창 45.4%·이인제 34.8%) 눈에 띄게 배치한 속셈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신년호 사설 <월드컵 넘어 새 대통령으로 간다>에서도 스스로의 반성과 다짐은 없고 현실 호도와 오만이 넘쳐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이 선거과정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유권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올바른 정보와 공정한 논평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특정인을 당선시키기로 작정하게 되면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 될 뿐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가 된다.

차제에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있는 신문들은 그것을 떳떳하게 밝히되 보도에서는 엄정 중립과 객관성을 지키는 발상의 전환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중립을 가장한 편파보도는 이제 끝장낼 때가 되었다.


'3金시대 언론'을 끝내자(중앙일보 신년사 중에서)

(중략)민족적 통합이 절실한 시점에서 잠재된 분열과 반목이 증폭돼 폭발하리라 예상되는 올 한 해를 맞으면서 중앙일보는 다음과 같은 다짐과 주장을 독자 여러분에게 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일보는 갈등과 반목을 어느 한쪽에 서서 편들거나 조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을 잠재우고 화해와 융합으로 이끄는 중재자, 통합자인 유니파이어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대선 전초전으로서의 지방선거와 정권 창출을 둘러싼 대통령 선거전은 사상 유례없는 지역감정과 보혁 갈등을 들쑤셔 놓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후보자들 중심으로 학연과 지연의 줄 서기와 편가르기가 시작되고 어느 편에 섰느냐에 따라 주의.주장이 달라지는 이런 식의 분열을 우리는 배격할 것이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사회 통합을 해치는 정치인이나 정치적 행태에 대해선 엄중한 비판을 할 것이다. 실사구시적 관점과 글로벌 잣대에 따라 사리 분별을 따져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사회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기능을 맡는 데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

둘째, 갈등과 반목의 정치가 3金식 정치 유산이라는 점에서 3金정치의 청산 극복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진정한 민주화를 달성하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언론 또한 지금껏 익숙했던 3金식 언론 풍토에서 벗어나야 거듭나는 언론의 위상 정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3金식 언론 행태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일류신문으로서 진면목을 보이고자 한다.

무엇이 3金시대의 언론 행태인가. 한마디로 정치 과잉의 단순 과격형 비판 자세다. 정치 일색의 대안없는 단순 일변도 언론이다. 새로운 세기, 새 지도자를 뽑는 시점에서 이런 단순 과격형 정치언론이야말로 지역감정과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태의연한 언론 제작방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후보를 판단하고 제왕적 지도자가 아닌 기업 경영자 같은 전문성과 지도력을 가려낼 여러 시도를 하고자 한다.

이미 중앙일보는 지난해 창간 기념호에서 밝혔듯 '국가 과제 만들기(내셔널 어젠다) ' 기획을 선언했고 우리의 잣대를 마련해 후보들을 점검하고 그들의 정책을 따져보는 나름의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과 잣대에 따라 후보들의 지도력과 정책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도와 논평을 할 것이다. 막연한 공약을 남발하거나 좋은 간판이면 무엇이든 가져다 붙이는 정치인들의 허위 의식을 벗기면서 우리가 지향할 국가 목표와 지혜를 어떤 지도자가 갖췄는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실험대가 될 것이다.

끝으로, 지난 한 해 우리 언론은 진정 껍질이 깨어지는 아픔을 겪고 새로운 자세와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타나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게 됐다고 판단한다. 권력에 의한 탄압도 받았지만 우리 언론 스스로 권력화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성찰의 한 해이기도 했다.

이제 언론은 군림하는 언론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호흡하고 국민과 함께 시대적 과제를 풀어가야 할 새로운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통합과 화해로 우리의 민족 역량을 제고하며 월드컵을 통해 국가 번영의 재도약을 시도할 견인차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언론 스스로 새로운 각오와 변신의 노력으로 3金시대의 구각에서 탈피해 새로운 형태의 일류 언론의 진면목을 제시코자 진력할 것임을 독자 여러분에게 거듭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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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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