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식품 먹으면 국부유출?”

UBS컨소시엄 거저먹기식 해태제과 인수

등록 2002.01.03 11:36수정 2002.01.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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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통되는 제품은 해태제과가 아닙니다.”
“해태식품 먹으면 국부유출입니다. 국부유출도 막고 경품도 타 가십시오!”
최근 안티해태제과 사이트를 비롯 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가 ‘해태제과 헐값매각 반대’ 및 ‘해태식품 안먹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해태제과 소액주주 102명을 비롯해 위원장 염경우 씨는 해태제과는 헐값으로 외국계 투자회사에 매각되었으며 이는 정부와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을 비롯 채권단들이 결탁한 조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정부의 지원금만으로 단돈 일 원 한푼 투자없이 해태제과가 매각된 것은 정부의 ‘봐주기식 행정’이나 채권단과 은행이 결탁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해태제과식품(주)측은 “구 해태제과의 소액주주들의 일일뿐, 해태제과식품(주)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게 어떤 돈인데…”

경기도 광명시 최아무개(42) 씨는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지난 99년 직장동료의 권유로 산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산산이 조각났기 때문이다. 당시 부도위기를 이겨내고 경영정상화가 될 것이라는 신문기사를 비롯한 해태관계자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최 씨는 지금 한 주에 10원도 하지 않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말문이 막힌 채 바라보고 있다.

최 씨가 주식을 샀다가 막심한 피해를 입은 회사는 지금은 미국 UBS컨소시엄에 매각된 '구해태제과'. 현재 해태제과식품(주)으로 거듭난 회사의 매각 전 주식이다. 덕분에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뼈아프게 실감했다며 통탄을 금하지 못하는 그는 얼마 전 직장에서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을 견뎌내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하루 아침에 날려버린 돈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그가 지금은 최 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소액주주 운동본부를 차렸다고. 현재 이들은 엄동설한 명동 한복판에서 그 기업의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안사고 안먹기’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개인 소장품까지 들고나와 경품으로 나눠주고 있다. 무엇이 문제길래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은 추운 겨울 명동 한복판에서 목이 터져라 ‘안티 해태’를 외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짜고 친 고스톱에 판돈만 날리고...

소액주주 운동본부가 생긴 것은 지난 8월이다. 해태제과가 외국계 컨소시엄인 UBS에 팔린 직후 결국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들고 소액주주 운동본부를 차리게 된 것. 현재 눈에 보이는 소액주주들은 100명 안팎이지만 온라인 회원 등을 합치면 1천 명이 넘는다. 물린 액수도 다양하며, 물린 액수와 시기도 천차만별. 연초 3천 원에 물린 사람부터 법정관리 이후에 산 사람까지 다양하다.

특히 주권이 정지되는 법정관리 이후에 부도맞은 업체의 주식을 산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적당한 때에 좀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나가야 하는 정석을 거부했을까.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옛 경영진과 채권단이 발을 뺄 기회를 앗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 해태제과 채권단은 지난 99년 말 8400억 원대의 출자전환을 통해 자체 정상화의 기회를 열었었다. 하지만 2000년 4월 분식회계 파문이 불거지면서 옛 해태 경영진이 워크아웃 승인을 받기 위해 수천억 원대의 부실자산을 숨겼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당시 사실을 폭로한 채권단 공채 사장은 두 달만에 사표를 냈고, 분식결산 혐의를 받은 해태제과의 박건배 회장은 배임 등의 죄목으로 구속됐다.

결국 출자전환이라는 기회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경영 정상화는커녕 영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2000년 11월 정부는 자체 회생 가능성을 접고 최종 매각으로 판정을 내렸다. 출자전환 이후 한때 1만3천 원까지 올라섰던 주가는 이즈음 액면가 5천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해태제과 채권단의 '깊은 뜻?'

게다가 때마침 롯데·동양제과·네슬레 등 국내외 동종업체의 인수설이 나돌았고, 주가도 5일만에 30%나 뜀박질했다. 당시 이러한 주가변동은 주주들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상하게도 당시 채권단만이 출자 전환한 물량의 보호예수가 풀리자 엄청나게 내다 팔았다.

소액본부측은 이에 대해 채권단의 깊은 뜻은 다른 데 있었다고 주장한다. 채권단이 보유주식을 헐값에 내다판 뒤 올 2월 초부터 슬그머니 자산인수 방식의 매각 가능성을 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산인수란 인수자가 신설법인을 만들어 부채를 빼고 원하는 자산만 골라 사들이는 것이다. 결국 자산인수 방식으로 매각이 시작되면 기존 주주들은 아무런 권리를 가질 수가 없게 된다. 즉, 매각 대금으로 빚잔치를 하더라도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단이 나눠 갖고 나면 사실상 주주들의 몫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는 점을 채권단이 교묘히 이용했다는 것. 채권단으로서는 호재요, 기존 주주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면서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를 요구할 권리도, 주식매수 청구권도 잃게 되자 채권단을 비롯한 해태제과의 매각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6월 가계약 체결하고, 지난 7월 본 계약이 성사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8월 29일 법원은 회사정리계획안을 최종 인가했다. 주가는 그 사이 100원 이하로 수직 하락했다.

결국 해태제과는 10월16일 상장위원회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게 됐다. 주주들은 10월22일부터 11월9일까지의 정리매매 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11월10일부터 해태제과 주식은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다.

'해태제과'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공짜 매각

해태제과는 지난 9월말 외국계 금융회사 UBS캐피탈 컨소시엄에 4150억원에 팔렸다. 외국계 금융회사 UBS캐피탈 컨소시엄은 CVC아시아 퍼시픽, JP모건, UBS캐피탈 등 3개 투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컨소시엄이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과 자산 일체를 인수하는 데 든 실제 비용은 940억 원.

계속기업가치 1조2천억 원의 해태제과를 4859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UBS는 조흥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3950억 원을 지원받아 실제 940억 원으로 인수한 셈이다.

초기 2600억 원의 금융회사들의 협조융자를 받고서 UBS캐피탈컨소시엄에 인수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해태제과 인수금융은 해태제과 자산을 인수한 UBS캐피털 컨소시엄에 조흥은행과 JP모건이 세계 20개 은행으로부터 3140억 원을 조달해 협조 융자해준 것과 만기 5년짜리 1600억 원, 만기 7년의 790억 원, 75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로 구성된 것이 밝혀졌다.

롯데 인수설로 발 묶어놓더니

특히 소액주주들은 채권단이 올해 1월 롯데가 해태제과를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흘려 주주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신문 방송을 통해 동종업계인 동양제과와 나비스코, 네슬레, 유니레버, P&G 등이 해태제과를 인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도됐다.

이러한 국내외의 유수한 기업들로부터 인수 가능설이 흘러나오자 1월 2일 해태제과 주가는 2230원에서 1750원이나 급등했다. 1월4일 롯데 인수설이 흘러나오자, 8일 해태주가는 398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 상승은 이어 11일 보호예수 해제로 채권단이 출자전환 물량을 전량 시장에 출회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99년 12월 출자전환한 것을 보호예수로 묶어두었다가 기한인 1년을 훨씬 넘겨 사전 발표없이 시장에 출회한 것이다. 주주들은 이에 대해서도 보호예수해제를 넘긴 것에 대한 투자유의공시가 없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결국 29일 주가가 다시 705원으로 하락했다. 이어 2001년 2월 6일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해태제과의 매각 금액 7천억∼8천억 원선에서 협상할 것임을 발표했다. 당시 채권단은 국민들의 해외매각 기대로 인한 매도욕구를 이용해 계속 투자유의공시 없이 국민들을 상대로 물량을 처분했다.

소액주주 “재산이라도 팔겠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해태제과식품(주) 불매운동을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소액주주 운동본부는 해태제과 주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해태제과와 동아건설의 소액주주운동본부를 주축으로 한 소액주주운동본부연합회 발족,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태제과의 국부유출·헐값매각과 해태제과식품(주)측의 만행에 대해 적극적인 대국민홍보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액주주 운동본부는 현재 해태불매운동의 일환으로 표어를 공모해 대상 1명에게는 컴퓨터 1대를 비롯해 재치, 행운, 아차, 참여상 등으로 경품을 나눠주고 있으며, 불매운동 2탄으로 ‘듣지도 먹지도 맙시다’라는 캠페인을 1월15일까지 안티해태홈페이지(www.antiht.com) 사이트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명동 등지에서 대대적인 장외 홍보를 하는 등 해태제과식품(주)측에 막대한 피해가 갈 수 있는 소재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민주신문 245호 게재된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민주신문 245호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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