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시대는 가는가, 총재직을 사퇴한 DJ와 YS, JP의 정치행로는?

민주당은 근대적 민주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켜야

등록 2002.01.03 20:20수정 2002.01.03 21:07
0
원고료로 응원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 들어 서면서 극도의 지지율 하락으로 레임덕 현상을 우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지지세를 유지하면서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현단계에서 어떤 후보자가 대선에 출마해도 이회창 총재와의 경쟁에서 열위에 처해 있음이 작금이 현실이다.

김대통령의 입장에서 자신과 민주당의 지지세가 호전될 가능성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년 지자체 선거와 대선에서 선거관리의 공정성 여부는 자신의 임기 이후의 행로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김대통령은 고난에 찬 도전 끝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서서 많은 한계 속에서도 햇볕 통일정책 및 환란의 위기 극복, 노벨평화상 수상 등 여러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김대통령이 향후 통치상의 커다란 오점을 남기지 않는 한 아마도 역사는 김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대통령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전라도 출신을 제외한 한국민 다수와 보수적 이데올로그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겠지만).

이제 김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현국면의 정치적 사안보다 임기 이후의 자신의 정치적 행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는 대통령 임기 말료 이후 식견 있는 제3세계의 정치 지도자로서 국제 평화와 인권 및 한반도의 통일 등 국제적인 여러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계적 지도자로 나서고 싶은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실 김대통령은 안타까운 한국의 후진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면모가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임기 말료 후 그는 인기가 별로 없는 국내적 상황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을 더 인정해주고 평가해주는 국제사회에서 더 큰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훨씬 더 충실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이제 한 정당과 정파, 지역의 정치 지도자가 아닌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그의 향후 정치진로를 위한 입지 다지기로서 의미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중립적 입장에서의 통치운영의 천명은 그의 순수한 개인적 삶의 행로에서 필연적인 결과로 사료된다.

한편 김대통령의 성격 상의 특징도 이번 총재직 사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싶다.

사실 김대통령은 YS, 전두환 등 역대 정부 지도자에 비해 후계자를 육성하는 등 임기 이후에도 자신의 정치집단(정당, 계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운명을 같이 하려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상당히 완화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김대통령이 민주당의 총재직을 사퇴함으로써 현재 민주당은 정치적 구심점을 상실하여 과도기적인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생각해 보면 민주당이 진정 근대적 민주정당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민주당 역시 한국의 여타 정당과 마찬가지로 김대통령이라는 특정 인물(보스)이 동계동계라는 특수집단(공식적 당조직이 아닌)을 기초로,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구조와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전근대적-비민주적인 당의 운영원리를 당원 다수가 직접 참여하여 당의 구조와 행태, 노선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근대적인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는 향후 당의 모든 구성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한국 정치사와 정당사의 민주주의적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역사적 맥락을 깊이 새겨 당의 개혁과 당의 통일된 모습을 성취하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김대통령의 사퇴로 3김 시대는 급속도로 저물어가고 있다.

3김 중 YS는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의욕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경남 지역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과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쓰고 있으나 상황은 그의 의도대로 맞물려 들어가는 것 같지 않다.

일각에서는 YS가 대통령 재직시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를 기용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YS를 무력화시키고 한나라당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이회창 총재의 정치력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여를 한 것은 당시 상황에서 YS의 정치적 무능력과 무기력이었다고 생각된다.

집권 말기 YS와 민주계는 환란의 위기를 초래하면서 당시 정국운영과 신한국당 내에서의 주도권을 급속도로 상실하였다. 더욱이 YS는 집권 말기에 사실상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자신의 권력기반인 민주계에 대한 장악력조차 상실하고 말았다.

현상태에서 과거 민주계 혹은 민주계의 공천을 얻어 등원한 의원들 중 YS가 계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YS는 이회창 총재에 대한 본원적 적대감으로 JP, 민주당과 연대하여 반이회창 연합노선을 내걸고 싶겠지만 그의 지지기반인 부산-경남 지역의 친한나라당 정서가 워낙 확고하기에 그가 자신의 지역적 지지기반을 해체해 가면서까지 그 행로를 밟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그가 아끼는 정치적 후계자인 이인제 고문이 민주당의 대권 후보로 출마, 이회창 총재와 대등한 경쟁을 벌여 자신의 지지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이 도래하지 않는 한 그가 결정하고 주도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JP 역시 자민련의 총재로서 아직도 충청권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세우기에는 거의 한계상황에 도달한 느낌이다.

설사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정치적 제휴를 통하여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자민련과 JP의 지지기반이 너무 축소되어 예전과 같은 위상(제2인자로서의)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이인제 고문과의 밀월관계는 그와 자민련의 명운을 거는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민주당의 재집권시 공동 정부의 한 축을 재구성하려는 측면과 자민련을 무력화시키려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에 대한 압박성 제스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JP가 제2인자로서 과거의 영광을 복원시킬 수 있는 길은 대선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민주당과의 대등한 합당을 통하여 통합당의 당권을 유지하면서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확고히 주도하여 통합당을 재집권시키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3. 3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4. 4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5. 5 전 대법관, 박정훈 대령 바라보며 "왜 '별들'은..." 전 대법관, 박정훈 대령 바라보며 "왜 '별들'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