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주식' 받은 고개숙인 언론인

"<그것이 알고싶다> 막아주겠다" SBS 전 피디 구속

등록 2002.01.04 17:45수정 2002.01.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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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구속되는 정 피디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속보 : 6일 오후 6시> SBS 정아무개 전 피디 구속

수지김 피살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게 해주겠다며 윤태식 씨로부터 주식 1000주(시가 2억원 상당)와 현금 4000만원 등을 받은 혐의로 서울방송(SBS) 전 피디 정아무개씨가 6일 오후 5시 구속됐다.

윤태식 씨의 주식로비 사건과 관련해 언론인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검 특수 3부(차동민 부장검사)는 정 씨가 지난 2000년 1~3월 서울방송 '그것이 알고싶다- 살인미스테리, 누가 수지김을 죽였나?' 프로그램 방영을 막아주겠다는 조건으로 윤 씨로부터 주식과 현금 , 법인카드 등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2000년 1~3월 윤 씨로부터 '수지김 피살사건'을 다룬 프로그램 제작을 전후로 주식 1000주를 공짜로 넘겨받고 현금 4000만원을 받았으며 패스 21 법인 신용카드로 1,171만원 상당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구속이 집행된 정 씨는 대가성을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며 손을 내 저었으며 "어떻게 (그와같은 일이) 가능하겠느냐"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한편 검찰은 7일 오전 패스 21 주식 200주를 보유한 것을 드러난 정통부 국장과 언론사 기자 1명을 오전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 2000년 1월 24일의 '새천년 벤처인과의 만남'(코엑스)과 청와대에서의 벤처인 초청에 윤 씨가 참석하게된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주에 패스21 급성장을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 관계, 언론계 관계자들은 물론 국가정보원과 경찰 관련 인사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고개숙인 방송인과 그를 취재하는 방송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는 윤태식 씨의 언론계 주식로비 의혹에 대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1월 2일 '조선일보사 기자와 부장', 1월 3일 '매일경제-서울경제 간부와 기자', 1월 4일 'SBS 피디 도의적 책임지고 사퇴'에 이어 이 기사는 그 네번째로 KBS 두 간부의 사례를 다룹니다. 이전 기사는 아래 '이어지는 이전 기사'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대체 : 5일 오후6시]

▲사진은 패스21 빌딩.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검찰이 윤태식 씨의 언론계 주식로비 의혹을 본격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윤 씨의 로비 실태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윤 씨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도해준 언론인에게 주로 "점심식사나 같이하자"면서 접근해, 식사중 "우리 주식 계속 오를 것"이라며 주식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윤태식 언론인 리스트'에 올랐던 KBS의 두 간부가 윤 씨 회사의 주식 100주씩을 소유하게 된 경위는 그와 비슷하다.

간부 K씨는 한 경제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그는 "담당 피디가 윤 씨 회사를 다룰 가치가 있다"고 말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윤 씨 회사를 소개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2000년 초 윤씨로부터 점심이나 먹자고 전화가 왔다. K 씨는 1월 4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그 이후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점심식사 자리에 나하고 또 다른 간부인 K씨가 함께 나갔다. 윤태식 씨는 식사를 하면서 자기회사를 설명하고 회사의 주식이 계속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리도 어떻게 100주쯤 살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주민등록등본을 보내달라'고 해서 열흘 후쯤 보내줬다. 그것이 끝이었다."

이 간부는 "당시에 5만원에 100주를 사기로 했었다"면서 "그러나 그후 돈을 보내지는 않았으며 내가 실제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이번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씨는 '공짜'로 두 간부에게 100주씩을 준 셈이다.

한 신문사의 언론인은 "윤 씨가 인터뷰가 끝난 직후 돈봉투를 내밀었으나 이를 거절했다"면서 "이후 '저녁이나 먹자'는 패스21측의 전화를 받고 나갔더니 주식을 (무상으로) 주겠다고 말해 이 역시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언론인과 그의 상사는 그로부터 1달여 뒤 액면가인 5000원을 주고 100주를 매입했다. 당시 패스21의 장외거래 가격은 주당 20-30만원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3-4일 조선 K기자, 한국방송공사 H피디 등 언론인 4명 소환조사

검찰이 수지김 살해범 윤태식 씨의 언론계 주식로비를 본격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윤태식 언론인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던 인사들도 검찰의 소환대상에 포함돼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3일 패스21 주식 100주를 소유하고 있는 조선일보 K 기자, 한국방송공사 H 피디 등 2명의 언론인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4일 SBS 정모 피디와 100주 미만의 주식을 소유한 모 경제지 기자를 소환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3, 4일 이틀간 소환된 언론인 4명 중 1, 2명은 이른바 '윤태식 언론인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인사들이다. 윤 씨 회사인 패스21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윤태식 언론인 리스트'에는 24명의 전현직 언론인들의 명단과 보유주식 수가 명기돼 있다. 검찰 소환 대상자가 이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는 언론인들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윤 씨의 언론계 로비가 상당히 광범위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주식보유 경위가 석연치 않거나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보이는 차명 소유자를 우선적으로 소환하고 있다.

검찰은 3일 소환했던 언론인 2명을 3일밤 일단 귀가시켰지만 보강수사 후 입건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어제 조사한 언론인들이) 대가성에 대해 애매하게 얘기하고 있다,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대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가성의 기준'에 대해 "주식을 받을 것을 약속받고 보도를 하거나 그것이 없었다 하더라도 보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나중에 주식을 받았을 때는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청탁을 받고 주식을 받았어도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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