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는 한류(漢流)가 분다

등록 2002.01.05 18:01수정 2002.01.0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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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열기가 주춤하지만, 얼마 전 중국에서 불고있다는 한류열풍이 온 나라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매스컴에서는 우리문화에 열광하는 중국 청소년들의 모습을 전하기 바빴는데, 13억 인구의 중국을 통째로 집어삼키기라도 한 듯, 흥분을 감추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이, 한류열풍을 틈탄 치졸한 사기사건이 발생하는 촌극이 일어났고, 한류의 실체가 국내에 알려진 바와는 다르다는 자체진단도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한류(韓流)가 아닌, 한류(漢流. 중국열풍)가 불어닥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WTO의 가입국이 되고,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하며, 한국에서 월드컵 본선경기를 치른다는 표면적인 사실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국내에서의 한류(漢流)열풍의 가장 좋은 증거가 되어주는 것은, 요즘 들어 '쏟아진다'고 표현해도 좋을 중국관련서적들이다. 경제, 역사, 문화, 여행기 등 가히 전방위적으로 발매되고 있는 중국관련서적 중에서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오지여행가 한비야가 중국어연수차 머물렀던 1년동안의 북경생활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나뉘어 작가가 중국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중국의 가능성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적은 보고서가 아니라 더 쉽게 읽을 수 있고, 그만큼 더 와 닿는 작품이다.

예쁜 자전거를 장만하면 안되는 이유와 중국인들과의 말다툼에서 이길 수 있는 법까지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는데, 일상 속의 중국과 중국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여행이나, 중국어를 배울 계획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두면 좋을 듯 하다.


<중국읽기 : 김정현이 바라본 오늘의 중국>

소설 <아버지>로 유명한 소설가 김정현의 <중국읽기>도 굳이 그 분류를 나누자면,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처럼, 여행기 내지는 체류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들의 유학지인 중국을 드나들며 소설구상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중국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소설 대신 문화, 음식, 역사, 여행 그리고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인까지 중국에 대한 방대한 르포를 발표하게 되었다. 유적지부터 학자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중국대륙을 다리품 팔아가며 인터뷰한 열정이 돋보이는데, 작가가 자신하듯 '중국입문서'로 활용해도 좋을 듯한 수작이다.


<나의 아버지 모택동>

마오 쩌 둥, 혹은 모택동(毛澤東). 지금까지도 대륙의 지도자로 칭송 받는 그를, 지도자가 아닌 딸이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지도자의 모습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모택동의 복잡다단한 가족사까지 두루 접할 수 있는데, 가족사에 중국의 격동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자식들을 지도자의 자녀들이 아닌, 人民으로 키워낸 모택동의 특별한 자녀양육법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모택동의 혁명실패에 대해서는 비판보다 애정이 더 두드러져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모택동의 두 번째 부인 소생인 이민(李敏)이 쓴 회고록이다.

<중국은 가짜다>

영국 BBC의 중국특파원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북경지사의 국장으로 재직중인 '중국통' 제스퍼 베커(Jasper Becker)가 쓴 <중국은 가짜다>는 제목부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모두들 13억 중국을 개발되지 않은 금광처럼 여기고 있는데 반해, 십수년간 중국의 현실을 피부로 느껴온 저자는 극도의 빈부차이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관료주의, 인민들을 밟고 올라서 황제가 되려는 지도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자존심을 안고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근거로 "눈으로 보이는 중국은 가짜"임을 외치고 있다.


이 밖에도 MBC의 심야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경제학자 정운영이 쓴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억지를 쓰면서도 당당한 중국을 예찬(!)한 손현주의 <중국 당당해서 아름다운 나라>, 북경이라는 도시의 면면을 다양한 화보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베이징 이야기>, 그리고 지역별로 나누어 중국전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중국문화유산기행>등을 권하고 싶다. 한류(韓流)보다 더 거세게 불고있는 한류(漢流).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적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게다가 책 한 권으로 그 광대한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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