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캐릭터 보고 도와주세요"

사회복지기관들, 캐릭터 열풍

등록 2002.01.18 11:19수정 2002.01.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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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캐릭터라고 하면 상품 홍보나 기업이미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수단’의 일종으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캐릭터를 제작해주는 전문회사들에 위탁할 경우, 제작비도 무척 비싼 편.


그런데 작년 이래로 대표적인 비영리기관들의 캐릭터 제작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 사회복지기관들의 캐릭터 제작은 의외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기관의 관계자들은 오히려 사회복지기관이야말로 폭넓은 후원활동과 사회복지사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캐릭터는 후원자들과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많은 일반인들에게 좋은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후원기관의 대표격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작년부터 이웃돕기 캠페인을 위해 '토리아드'라는 캐릭터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토리아드는 한국형 캐릭터 개발업체 '뚝딱뚝딱'의 문조현 사장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라며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한다. 토리아드는 현재 KBS 어린이 프로그램 '혼자서도 잘해요'에 출연 중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캐릭터에 짧은 스토리 컨셉이 설정되어 있다는 것.

토리아드는 20명의 작은 도깨비 요정들.
오래 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 인간들과 함께 언제나 이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사랑과 나눔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토리아드의 소망입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버튼, 엽서, 수정테이프 등의 캐릭터 물품 등에 캐릭터를 활용하여 아동, 청소년, 직장모금캠페인 참여자, 자원봉사자 및 협력자들이 이웃돕기를 일상생활 중에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경기도 정신보건센터에서도 캐릭터를 발굴했다. 정신보건센터는 정신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시설. 이른바 정신질환자들의 보금자리다. 이들이 받는 사회적 편견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문제를 간접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개발한 캐릭터의 이름은 '새싹이'. 비교적 단순한 모양의 새싹이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의미를 표현한다.


"새봄에 피어나는 새싹은 물과 공기, 햇빛을 받으며 잎사귀, 줄기로 성장해 나무가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룹니다. 타고난 재능을 최대한 실현시키고, 환경에 잘 적응해 나아가, 생산적인 사회생활에 참여할 때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 말합니다......새봄에 피어나 사람에게 늘 신선한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연초록의 새싹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새싹이는 우리 정신건강의 활력소로 늘 함께 합니다."

지역의 복지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캐릭터를 개발한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은 활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시설 및 홍보물 이미지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쁜 얼굴의 여자 천사 모양을 한 캐릭터의 이름은 '아이들'.

아이들(Aidel)은 '돕는다'는 뜻의 영어 Aid와 '천사'라는 뜻의 'Angel'의 합성어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캐릭터는 제일기획에서 10년간의 봉사 인연을 기념하여 무료로 만들어 준 것.

사회복지기관을 위한 캐릭터는 흔하지 않기에 본따 만들 수도 없고, 사회복지의 이념과 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없이는 그 의미에 접근할 수 있는 심볼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제작사인 제일기획 측에서는 '친근하고 다정한 자원봉사자를 상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일단은 친근한 인상의 캐릭터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상징화 작업을 위해 4~5살 정도의 꼬마 아이의 얼굴을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꼬마 아이의 얼굴에는 순진함과 천진함이 담겨 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엄마' 제일기획 디자이너 정용철 씨는 얼굴에 대해 가장 먼저 힘을 주어 말한다. 캐릭터의 얼굴부터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아이들이 여성으로 정해진 것은 소녀 같은 이미지가 캐릭터의 친근감을 높이는데 적절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얼굴표정은 아이의 해맑은 표정과 봉사자의 마음, 그리고 봉사를 받는 사람의 미소를 상징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봉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놀랍다.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의 임춘식 관장은 "무료로 이 힘든 작업을 달갑게 해 준 제일기획 자원봉사팀과 제작자인 디자이너 정용철 님에게 어떻게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각종 홍보물, 인터넷 홈페이지, 문서 등에 아이들을 활용할 예정이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사회복지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테마이다. 사회적으로 푸대접받고 있는 사회복지기관들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쏟을 때이다.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후원은 연말연시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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