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시위' 현장에 뿌려진 '돈봉투'

[현장] 18일 자유시민연대 용산서 3차 친미시위

등록 2002.01.18 19:38수정 2002.01.2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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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에 버려진 돈봉투ⓒ오마이뉴스 최훈


지난 1월 4일 이후 계속된 자유시민연대의 미군주둔 지지 '친미집회'는 18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 시위는 지난 두 번의 시위보다도 대규모로 치러졌다.

한편 이날 시위현장에서는 주최측이 참가자들에게 교통비,식대 명목으로 '봉투'를 돌려 이들의 집단시위가 특정세력의 사주, 비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향군인회, 해병전우회, 향군여성회 등 자유시민연대 소속회원 600여 명으로 이뤄진 이날 시위대는 용산미군 기지 5번 게이트 앞을 가득 메웠다. 특히 이들은 '한·미 혈맹 같이 갑시다', '전쟁 억지 주한미군은 우리의 혈맹' 등 지난 시위 때는 보지 못했던 플래카드와 피켓은 물론 호루라기까지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수년간 우리는 한·미 연합전력의 상징인 미 용산기지 일대에서 정체가 분명치 않은 불순 단체와 그 소속요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구호를 연호하면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한 무분별한 시위로 인해 주한미군의 근무의욕과 사기가 저하되어 한미연합 전력에 균열을 초래하면 이는 곧 우리 안보태세 기반을 붕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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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향군인회는 위와 같은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김정일 적화음모에 동조하는 행위이므로 반미 시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오직 민족의 생존과 국가안위만을 걱정하는 650만 향군회원들은 추후 불순시민단체들의 철없는 경거망동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 참석했던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미군들이 앞다투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따뜻한 애정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면서 "부시대통령의 2월 말 방한 때까지 이런 반미시위가 끊이지 않는다면 650만 향군단체회원을 동원해서 전국적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불순 시민단체들은 7천만 민족의 생존이 달려 있는 안보문제를 맹목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무책임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정부는 맹목적인 반미감정을 조장하여 국민들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동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엄단하라"고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최훈


친미지지 시위와 '돈봉투'

오전 11시 30분. 이날 시위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미시위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이들은 "미군 철수 주장은 김정일의 적화음모", "적화통일 친북 음모 우리안보 위협한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 좌경 세력 척결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각 소리에 발맞춰 캐피탈 호텔까지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시위주체인 향군단체의 특성상 60-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훈장을 가슴에 달고 베레모에 선글라스까지 준비한 노병(?)들을 선두로 지팡이를 든 6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시위대의 모양새는 다양했다.
▲ⓒ오마이뉴스 최훈
그러나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이번 친미시위대에게 주최측인 재향군인회에서 봉투를 돌린 것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친미 지지시위가 끝나던 오후 1시 30분경. 향군 관계자들은 A4용지에 무언가를 체크하면서 시위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수고하셨어요"라는 말과 함께 흰 봉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 '정체불명'의 흰 봉투는 가두행진 당시 시위대를 이끌던 각 지부 담당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되기 시작했고, 이어 지부 담당자들 주변으로 시위대가 몰리기 시작했다.

각 지부 담당자들은 겉봉투는 쓰레기통에 버린 채 돈을 꺼내 개인별로 일사불란하게 나눠주었다. 그때까지 시위현장에서 강렬한 어투로 구호를 열창했던 사람들은 '봉투'를 받고는 슬그머니 시위대를 떠났다.

이날 시위에 참석했던 김모씨는 돈의 출처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건 서울 향군회에서 식대와 교통비로 일인당 만원씩 나온 것뿐"이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날 시위참가자는 600여명으로 추산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날 시위현장에 뿌려진 '참가비'는 적어도 600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향군측 한 관계자는 "이 추운 날씨에 고생한 시위대에게 교통비와 점심 값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런 돈은 '안보현황대응예산'으로 예전부터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김종일 위원장은 "시민단체 집회 참가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이들의 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으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또 "혹시 이들이 특정 비호세력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아 이같은 시위행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품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미군 기지 정문에서 열리는 친미집회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반미단체들의 미군기지 앞 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3월말까지 이 곳에서 집회를 갖겠다고 경찰에 집회신고서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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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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