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다치게 하는 기술 배우기 싫다"

오태양 씨가 참가한 민가협 412회 목요집회 풍경

등록 2002.01.31 17:49수정 2002.01.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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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목요집회가 31일 오후 2시에 412번째로 열렸다. 이번 집회의 주된 구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라', '집총훈련 거부 인정하라', '대체복무 인정하라'였다.

"어머님이 나중 참석하실 집회에 같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선 지난 12월 불교신자로서 처음으로 공개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는 오태양 씨가 가족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오태양 씨는 "만약 감옥에 가게 되면 어차피 어머니 혼자 참석하실 집회일텐데 같이 참석하게 돼서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집회는 민가협 임기란 상임의장의 "명절이 다가오는 가운데 더욱 추위에 떨게 될 이 땅의 양심수를 위해 집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써 시작됐다.

목요집회에 처음 참석한 월북교회 정진우 목사는 "탱크를 타고 돌격하는 부처님을 생각해보셨습니까?"라며 "평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이유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가야 우리나라가 지켜지는 허약한 체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목사는 "이번 집회가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아닌 땀을 흘리며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다치게 하는 기술을 배우기 싫은 것뿐..."



오태양 씨는 "저는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칼로 찌르고 수류탄을 던지는 등 남을 다치게 하는 기술을 배우기 싫은 것뿐입니다"라며 '어머니께 바치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오 씨는 "또한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기피 전과자로서 낙인 찍히고 자신의 신념이 바뀌지 않을 감옥행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 씨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는 오 씨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이어받은 평화인권연대의 최정민 간사는 "국방부가 내세우는 특정 종교만을 특혜를 주는 것과 군대 전체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논리다"며 "이 논리로 UN의 대체복무권고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최 간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인권현실이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태국, 필리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간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실인 대만이 이전에 7년 징역에서 3년간의 대체복무를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우리나라도 최종적으로는 독일과 같이 헌법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태양 씨는 지난해 12월 17일 논산훈련소 소집을 거부한 이유로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돼 다음달 7일 서울 동부경찰서에 출두할 예정이다. 오 씨는 출두 후 바로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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