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건설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

“시골서는 소복소복 농사징께롱 재밓고 그랬는디… ”

등록 2002.02.05 18:22수정 2002.02.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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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뭐하세요?”
“약해 묵을라고 씻고 있소”
“그게 뭐예요?”
“이게 우슬이라는 것인디 신경통에 좋단 말이요”


지금은 도시로 변한 광주 풍암방죽에서 약초를 씻고 있는 박채열(65) 할아버지와 소이순(64) 할머니, 그리고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이복덕(65) 할머니를 만났다.

“할아버지! 고향은 어디세요?”
“고향은 물에 잠겨부렀어”
수몰민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주암댐 근방이세요?”
“그래요 월산이라고 알랑가 모르겄소”
“저도 잘 알지요. 그곳이 벌교와 보성으로 가는 갈림길이었잖아요?”
“선산이 거그서 가차운 대원사 있는 곳에 있어라”

할아버지는 87년 45백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정든 고향을 떠나 광주로 이사하게 되었다. 농사짓는 농토가 모두 수몰되고 더 이상 생계를 유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 50에 고향을 떠나 시작한 사업이 축산업이라 한다. 축산업이 어떤 것이냐 물었더니 “정육점”이라 하면서 처음에는 장사가 어느정도 되는 것 같더니, 요즘은 원가가 오를대로 올라 그만 치워 버렸다고 한다.


씻고 있는 뿌리에 대해 묻자,
이것은 우슬(牛膝-소무릎)이라는 약재로 업나무, 오갈피, 항가꾸, 지네초, 공단초와 함께 골을 내서 먹으면 신경통에 뛰어난 효과가 있단다.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이복덕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도 같은 아파트에 사세요?”
“나는 이분들이랑 긍께 고향서 유제서 살았는디 딸래 집에 왔다가 보고잡고 해서 왔어라”
“할아버지는 어디계세요?”
“6년전에 저세상으로 가부렀소”

박채열 할아버지에게 여쭤봤다.

“시골서 사는 거랑 아파트에서 사는 거랑 어디가 더 좋아요?”
“시골서는 소복소복 농사징께롱 재밓고 그랬는디 여그는 친구들도 없고… 나도 늙었는지 통 재미도 없고…”
“여기도 노인정 있잖아요?”
“있긴 있는디 정이 안가”

몇 년전 아파트개발로 토지가 수용되고 보상금을 받는 어른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여기가 내 태자리고 조상들이 나에게 물려준 곳인데 내 대에 와서 없애버렸으니까 죽어서 조상님들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몰라”라는 말이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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