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 생기는 건 사랑이 부족한 탓?

거울 보고 눈가를 살피며 한숨 쉬는 아내

등록 2002.03.08 18:11수정 2002.03.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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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아내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눈 밑의 '기미'가 바로 그것이지요.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지 외출할 때면 눈가에 파운데이션을 두드리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신경 쓸 정도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도 아내는 거울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거울을 가까이 대고 눈가의 '걱정거리'를 살피며 한숨을 쉬는 아내를 보고있노라면, 저도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그 '걱정거리'라는 것이 나누어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제 딴에는 위로를 한답시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되레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민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내의 걱정거리는 훈장과 같습니다.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9시간 동안 극심한 산통을 겪고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던 순간의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아내가 '걱정거리'를 모두 잊어버리는 순간은 방글방글 웃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입니다. 그것도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끔 아내가 "당신은 배 아파 본 적도 없잖아. 애 낳을 때 옆에 있지도 않았으면서..."라고 이야기할 때면 가슴이 쩌릿하게 아픕니다. 그 순간에는 아내의 기미가 더욱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고통의 흔적, 여자이기 때문에 느껴야 했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아내의 항변에는 꼼짝 할 수가 없습니다.

'기미'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여러 가지 치료법이 나와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완치는 힘들고 햇빛에 피부를 노출시키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여성에겐 많은 스트레스를 가져다 줍니다. 기미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거나 이것저것 여러 가지 화장품을 써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이것저것 화장품도 골라보고,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곤 했는데 요즘에는 정말 사는 것이 바빠서 그런지 신경 쓸 겨를도 없나 봅니다. 주말에 아내를 만나러 가게 되면 아내는 오랜만에 만난 남편 보기가 민망한지 "내 모습이 말이 아니지, 그지" 라며 저에게 묻곤 하는데, 그럴 경우 저의 대답은 딱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도 이쁘기만 하구만."


언젠가 제가 아는 분께 아내가 기미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씀드리자 이렇게 글을 주셨습니다. "갱국이 이 사람아! 그거이 자네의 사랑이 부족한 탓이지!" 결국 아내의 걱정거리는 저의 사랑이 부족한 탓으로 생긴 것이 되었습니다. 아내도 그 이야기를 듣고 수긍하는 걸 보니 아내의 걱정거리는 제 탓이었나 봅니다.

지금 아내의 걱정거리는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아마 부족한 남편의 사랑을 모성애로 채워가며 걱정거리도 지워나가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아이를 가졌을 때 보다, 그리고 출산 직후보다 기미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아내 혹은 어머니께서 기미로 고생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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