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이런 실수가 !

등록 2002.03.13 10:22수정 2002.03.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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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교육 부총리가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교육현장의 생생한 소리에 더욱 귀기울이고 이를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부총리가 몸소 바쁜 일정을 쪼개어 교육현장 체험을 위해 지난 3월 8일 12시 30분경,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문창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모처럼 교육 부총리와 교사들이 함께한, 간담회 시간은 보다 실질적인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문창초등학교의 이 모 교사는 교육 부총리에게 교원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이렇게 파급효과가 클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건의사항은 다음 날인 3월 9일자 주요 일간지 사회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도 남을 만큼 교육현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신문에 보도된 제목은 다음과 같다.

대한매일 21면 "교육위기 이 정도일 줄이야...", 중앙일보 6면 "학교에 연간 1만1천여건 공문 내려와", 한국일보 25면 "1년에 각종 공문만 1만 여건", 조선일보 29면"교육현실 암담" 교사들 쓴 소리 쏟아져, 교육부총리 "큰일났네" 탄식, 세계일보 25면 "한해 공문1만건... 수업할 시간 있겠어요"

교원들이 잡무에 시달리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칠 정신적·시간적 여력이 없음을 입증하 듯, 지난해 1만 여건의 공문이 접수되었다고 했다.

나 역시 막연히 교원들의 잡무가 많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미처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이 문서 중에 국회의원, 시의원들의 요구자료가 10%를 차지한다는 자세한 설명 기사까지 덧붙여 있었기에 더욱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 평균 30여건 이상의 공문이 접수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본 결과, 보고 내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천여건에 불과했다. 교육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학교방문으로 당황한 나머지, 사무적인 숫자 착오를 범하였던 것이다.


행정처리상, 접수대장의 접수일인 2001년 12월 31일을 '011231'로 약어로 표기하는 것이 행정 관행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 인식한 결과, 공교롭게도 '11231'건으로 판단한 것이 문제가 되어 주요 일간지마다 1만여 건으로 보도된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이므로 굳이 교사의 잘못을 지적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잡무에 시달리는 전국 교원들을 대신하여 부총리 앞에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높인 그의 행동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정확성을 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문 사항은 추가 질문을 통해서라도 진위여부를 확인해 보려는 집요함이 없기 때문에, 그저 말하는 대로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보도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학교측에서 뒤늦게 잘못된 보고내용에 대해 정정 보도를 요청한들, 신문사 측의 잘못이 없는 이상 정정 보도문을 실어줄 리는 만무하다. 학부모 입장에서 정확한 사실에 알 권리를 침해 당한 채, 애꿎은 교육부만 욕하고 있으니 교육부의 높으신 영감님들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꼴이 되어버렸다.

비록 잡무에 시달린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라 해도 이를 계기로 교원들의 잡무경감을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 및 각 시도교육청이 나서서 보다 다양한 대책을 세워 또 다시 교육 부총리를 흥분하게 만들고 학부모를 놀라게 만드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맡겨진 사소한 일상적 업무라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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