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학교가 좋아요"

폐교 위기를 넘어 교육희망의 산실로

등록 2002.04.04 15:58수정 2002.04.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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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속에 묻힌 듯 보이는 나지막한 학교, 그 속에서 아이들의 푸른 꿈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하얗게 쌓인 눈 속에 덮여 다시는 피어나지 않을 봄꽃이었을 남한산초등학교에, 아이들의 즐거운 아우성이 가득하다.

전교생 26명, 남한산초등학교는 2001년 폐교였다.

꿈도 희망도 없는 학교가 일년 사이에 103명이란 꿈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라나는 학교가 된 것이다. 세살배기, 네살배기 아이를 품에 안고 어떻게 학교의 입학을 보장받겠냐고 떼를 부리는 학부모,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입학 상담 전화, 한 번만 그 학교에 근무해보고 싶다고 울먹이면서 전화 걸어오는 어느 지방의 선생님 이야기, 폐교의 위기를 넘어 교육희망의 산실로 가고 있는 남한산초등학교의 요즘의 모습이다.

남한산초등학교가 참 삶을 가꾸는 아름다운 학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인 학부모와 새로운 교육의 열망을 지닌 교장과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공교육의 희망을 만들겠다는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다.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데 어느 누구도, 어느 부분도 소홀함이 없는 학교가 됐다. 봄방학 내내 학부모와 교사들이 모두 모여서 낡은 학교를 청소하는 10일간의 노동으로, 지난해 3월 새 학기로 희망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작고 예쁜 손에 장미꽃 한 송이씩 들고 들어온 아이들은 새 학교의 꿈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선생님들이 휴일도 없이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 옥·내외 환경을 바꾸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이용한 토요일체험 학습, 전통과 예술,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계절학교, 숲 속 학교, 시설 봉사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런 일들은 지역 사회와 학부모가 함께 하는 학교 공동체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육계획의 입안 과정에서도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학교, 평가의 장에서도 마을 학부모 대표와 운영위원회가 교사들과 함께 참여해서 이루어진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지만,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풀어간다고 한결같이 말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가 함께 하는 1박 2일의 연수에서 마음의 벽은 어느새 허물어지고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는 학교 만드는 일에만 온 힘을 쏟는다.


학부모의 참관도 뭔가 다르다. 전일제 학부모 학교교육 참관을 통해 공부하는 모습, 노는 모습, 회의하는 모습, 점심 먹는 모습, 특기적성활동을 하는 모습, 모든 것이 학부모님들에게 공개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간 뒤에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토론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학부모 행사의 참석률이 95% 이상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 자원활동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토요체험활동, 방과후 특별활동, 계절학교의 도우미 선생님은 모두 학부모 자원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자치 활동은 다모임 학습을 통한 어린이 자치, 준비된 팀웍으로 새로운 교사문화를 일구고 있는 교사자치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가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고 아침이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남한산초등학교 아이들, 계절학교를 하는 동안에는 더 더욱 웃음과 생기로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에 학부모님들도 덩달아 즐겁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전통문양, 탁본, 천연 염색을 하고 바느질해서 만든 가방, 아빠 이름자가 새겨진 문패를 만든 서각, 일주코스, 기아 코스가 있는 산성 기행 등등, 아이들이 공부하는 즐거움을 흠뻑 느끼게 하는 체험 학습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선생님과 아이들은 남한산랜드라고 불리는 뒷산 숲 속 놀이터에서 줄을 엮어 만든 그네, 외줄 타기, 나무 오르기 타잔 놀이, 말뚝 박기 등 신나는 놀이를 함께 한다. 울창한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걸으면서 조잘조잘 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마치 숲 속에 재잘거리는 새들과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작은 부분도 소홀하지 않는 선생님들의 모습과 학부모님들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참 삶을 가꾸는 아름다운 학교, 그 속에는 변함없이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얼마 전 '아름다운학교 기행' 교사현장체험 연수에 참여한 한 선생님이 남한산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해, 뜨거운 눈물을 흘린 모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남한산초등학교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꿈들은, 여러 선생님들의 의해 아름다운 모델 학교의 모습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의 꿈은 소박하나 크고 깊으며, 우리의 실천은 비록 작은 몸짓에 불과하나 보다 큰 결실로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섣불리 희망을 말하고, 또 그만큼의 섣부른 절망을 말할 만큼 우리 교육현실은 한가하지 않음을 남한산의 교육주체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급하지 안 되, 느리지 않은 긴 숨결로 교육희망을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남한산초등학교의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가는 한 선생님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새롭게 들어선 옛 멋이 풍기는 한옥 모양의 건물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아빠 같은 선생님이 땡땡땡 종치면 함성을 지르며 교실 문을 나와 신나게 롤러 브레이드를 타는 남한산초등학교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모습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아름다운 마음이 새삼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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