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과 고교 진로교육

최원호의 <교육칼럼>

등록 2002.04.12 10:24수정 2002.04.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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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이라 하면, 마치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청소년들에게 취업지도를 안내해주는 편향된 인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진로(career)'의 의미로 볼 때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고 각자의 직장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진로 선택을 위하여 개인의 특성인 적성, 흥미, 가치관 등을 발전시켜 나가는 대상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 모두가 해당된다. 단지 청소년기인 고교과정에서 결정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한층 강조될 뿐이다.

일반고교나 실업고교를 구분하기 앞서, 현재의 진로지도는 진학지도에 편중되어,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대학 입시 자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더구나 실업고교 학생은 취업을 목적으로 한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대학입학을 보편적으로 희망하고 있어 실업고교에서는 취업과 진학지도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시행으로 2005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제도가 현행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됨에 따라, 이들의 미래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결정해야 할 시기에 놓여져 있다. 흔히 이 시기를 '진로탐색 및 결정단계'라 하지만, 우리 교육현실은 중간 과정이 생략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진로 결정부터 해야 하니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고등학교 2·3학년이 선택중심의 교육과정 시행을 위해 올해 안으로 자신의 희망학과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특기적성과 연관된 직업을 갖기 위한 기초 단계이자, 실질적인 직업세계에 첫발을 딛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진로 선택의 가능성을 폭넓게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첫째, 학기 중에 진로관련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일반선택과 심화선택 교과 중에서 다양한 직업과 진로를 소개하는 교과목을 바탕으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으면서 평소에 희망하던 일을 현명하게 선택하고 구체적인 진로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말이다. 일선 고등학교에 진로상담실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역할과 기능은 거의 형식적인 운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 진로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진로탐색과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담임교사와 진로상담교사, 학부모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하여 전문적인 입장에서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진행될 때 성공적인 진로 선택과 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실질적인 진로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직원간의 협조뿐만 아니라, 학교장의 변화된 진로마인드가 선행조건이다.


셋째, 상담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상담과 관련된 석·박사과정 또는 연수과정을 마친 자격 있는 교사들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직발령에서부터 진로상담실에 대한 기능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때 전문적인 진로상담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고교에서는 전교직원이 진로지도가 가능하도록, 자체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교사와 학생을 주축으로 진로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소규모 집단상담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고교생들에게 합리적인 진로 선택과 결정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에게 매우 중대한 문제이니 만큼, 신중한 결정을 도울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에, 학교교육이 보다 산재되어 있는 교육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생산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7차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이 관건이다. 7차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에 부합되는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교육이 선행될 때 우리의 교육은 정상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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