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의 ‘대안론’이 단 몇 주만에 전국적 ’대세론’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대략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국민경선제도, 이회창 씨의 빌라파문, 노사모의 열정적인 활동,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인터넷의 영향 등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이중에서 단연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로 급부상을 한 인터넷에 그 지대한 공이 있다 할 수 있다. 이인제 후보측에선 이러한 현상이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이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대한 안목과 준비없이 기존의 대중 커뮤니케이션 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온 정치스타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맥루한(McLuhan)이 언급했듯이 인간의 감각기관의 확장(extension)에 다름 아니다. 태초에 말이 생겨난 이후에 중세 인쇄술의 발명에 의한 문자, 그리고 20세기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전자 미디어에 이은 인터넷 시대의 도래는 끊임없이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추구하고자 하는 인류의 창발적 욕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단순히 하나의 도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쇄술의 발명은 당시 중세의 사회구조를 허무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텔레비전의 도입은 제한적으로나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인류에게 ‘지구촌’이라는 개념을 던져 주었다.
90년대 중반부터 불붙기 시작한 인터넷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여러 자료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무제한적으로 개방된 열린 구조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터넷은 기존의 일방적이고 통제적인 대중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지배하던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단숨에 흔들어 놓았으며, 대통령 선거라는 전국민의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발현되는 공간에서 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인제 후보의 강점으로는 동물적인 정치감각과 결단력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절묘한 ‘감(感)’에 의존한 선언적인 타이밍의 정치는 기실 전통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운영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감’의 정치는 일 대 다중(one-to-many)의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미디어 수용자의 수동성과 결합할 때 그 약효가 있는 것이다. 대세론에 안주한 측면도 있지만 경선과정에서의 이인제 후보의 고전은 새롭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양태에 대한 이해 부족과 준비 미비로 아날로그 식의 ‘감’의 정치에 머문 탓으로도 보인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일찍이 인터넷의 파급효과를 간파하고 경선 과정에서 그 주요 전략으로 인터넷 통한 여론 형성을 설정했다. 즉,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 환경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마련에 상당 부분 공을 들인 것이다.
이번 경선을 보면서, 여론 전문가들 조차 이른바 ‘노풍’현상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인 상황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새로운 사회 커뮤니케이션 현상이자 미디어로서 인터넷의 영향을 과소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에는 유권자는 신문과 방송이 적어주고 보여주는 대로 읽고 보면서 판단을 했지만, 인터넷은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자를 모든 감각적 기관을 통해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모호하게 할 뿐 아니라, 기존 대중 미디어의 뉴스 생산의 과점을 허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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