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군번은 육군02-00001번입니다"

육군 창군이래 최초로 장애우에 명예군번 수여키로

등록 2002.04.30 18:52수정 2002.05.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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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 의무를 기피하는 현실에 여러분들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며 숭고한 정신은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국적까지 포기하는 요즘, 중증 장애우들이 군에 입대, 병영체험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8일,“단 하루만이라도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고 싶다”며 국방부 인터넷에 민원을 내 화제가 됐던 중증 뇌성마비장애우 박세호(34.부산시 해운대구 반송2동) 씨가 또 다른 장애우인 팽명도(22), 김진용(21) 씨 등과 함께 오늘(30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의 육군 전진부대 신병교육대에 입소, 소중한 입영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일반 군입대자와 동일하게 부산에서 입영열차를 이용, 306보충대를 거쳐 전진부대 신병교육대에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연병장에 들어선 이들은 이명훈 부사단장과 육군본부 관계자, 그리고 같은 신분인 훈련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내무반에 도착, 군복을 지급 받은 이들의 얼굴에는 대한민국 육군으로 거듭났다는 현실에 자신감이 넘쳐났다.

박세호 씨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군인이 됐다“며 처음 입어보는 군복에 감격의 눈시울을 적셨다. 박 씨는 또 처음 입어보는 군복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감격에 겨워하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댔다.

박 씨는 또 “휠체어를 타고 DMZ 철책근무를 서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비웃겠지만 그런 내 모습이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런 의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소식에 참여한 이들은 명예군번이 새겨진 인식표(일명 군번줄)와 소총을 지급 받고 제식훈련과 총검술 등 신병훈련을 소화해 냈다.

이어 이들은 내무반에서 장병과 간담회를 통해 내무생활 등 장병들의 군 생활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방독면 착용요령에 대해 내무교육을 받은 후 일석 점호를 취함으로써 하루 일과를 마쳤다.


훈련조교인 김정수 상병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국적까지 포기하는 경우를 보고 많은 실망을 했는데, 몸이 불편해 병역을 면제받고도 자원해 군 복무를 희망하는 것을 보니 군의 일원으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내일(5월 1일) 입영 2일째를 맞아 전방 GOP부대로 이동, 철책근무의 현장을 둘러본 뒤 경계초소로 이동해 박세호 씨의 소원인 철책근무를 경험하게 된다. 이후 일행은 전진부대 역사관인 ‘멸공관’에서 부대소개영화와 3땅굴 발견 관련 영화를 시청하고 전시유품을 관람하게 됨으로써 모든 일정을 마치게 된다.

육군에서는 향후 유사사례가 있을 것까지 감안해 육군 병적으로 공식 관리해나가기로 하는 한편 이번 입영장애우인 박 씨에게는 '육군 02-00001'번의 군번을 부여키로 했으며 동료 입영 장애우에게도 순서대로 군번을 부여키로 했다.

박세호 씨는 지난 88년 장애인 서울올림픽 투포환 부문 금메달 리스트로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상하기도 했고 97년 부산 동아시아경기 때는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박 씨는 틈틈이 지역 중고교나 교회에서 희망과 도전을 주제로 강연활동도 하는 맹렬 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방부에서는 박 씨의 민원을 접수하고 1박 2일간의 병영체험을 통해 입대부터 전역까지의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일정을 계획했고 이들이 신성한 국방의무를 단 하루라도 이행하였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세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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