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정연주와 김대중의 양극단

등록 2002.05.17 21:51수정 2002.05.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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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폭신문' 절독운동과 관련,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18일자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서 차베스의 독설들이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던 그 시각에 한국에서도 ‘조폭언론’에 대한 절독운동을 선동하는 난폭한 소음과 거친 욕설들이 들려오고 있었다"며 전날 <한겨레> 정연주 논설주간의 '조폭신문 절독운동' 글에 대한 비판의 글을 실었다.

이밖에 18일자 아침자 신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홍걸 씨가 타이거풀스쪽으로부터 받은 주식 6만6천 주가 공짜로 받은 것과 다른기업의 주식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고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사회면에서는 대통령 아들 김홍걸 씨의 이틀째 검찰 조사 내용을 신문들은 전하고 있다.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이 보였던 검찰 조사가 홍걸씨의 대가성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를 통해 방어하고 있으면서 영장청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정부가 옛 덕수궁 터에 미국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는 소식도 신문들은 전하고 있다.

이밖에 '홍업씨 돈 2~3억 대선잔여금'(경향신문), ' 중국 동포 1000여명 불법 입국 주선 80억 챙겨, 기업형 알선조직 적발(대한매일), '돈은 받았지만 대가는…'(동아일보), '타이거풀스 98년 복표관련 법개정 로비 여의원들에 사업 설명회'(조선일보), '잊혀져가는 5.18, 더 깊어가는 '그날의 상흔' 고문발포 충격 114명 정신질환, 10명 목숨 끊어'(한겨레), 'TPI 정관계 전방위 로비'(한국일보) 등이 각 신문 사회면 머릿기사로 올라있다.

다음은 18일자 주요일간지 1면 머릿기사.

<경향신문> '타이거풀스, 전방위 로비 일부의원에 거액 뿌렸다'
<대한매일> '홍걸 씨 TPI주 공짜였다'
<동아일보> 'TPI 정관계에 주식 로비'
<조선일보> '홍걸 씨, 타기업서 주식받아'
<한겨레> '홍걸 씨, 돈준 업체대표 만나'
<한국일보> '홍걸 씨 타기업주 보유 포착'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정연주 <한겨레> 논설주간의 17일자 '조폭신문 절독운동'의 칼럼 주요내용이다.

미국 뉴햄프셔주는 인구가 1백만 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주다. 그러나 4년마다 열리는 예비선거 때가 되면 이 조그만 주의 정치적 크기는 엄청나다. 첫 예비선거가 치러지고 그 결과가 대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뉴햄프셔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피켓을 흔들며 후보 지지를 목청껏 외친다.(이하 중략)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많다. 노사모를 `사이비 종교집단', 노사모 회원들을 `정치룸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노사모가 펴기로 한 `조폭신문 절독운동'을 `정치활동'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노사모가 새로운 정치활동을 할 때 사조직의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실정법과 어떤 마찰을 빚을지도 주목된다”고 은근히 벼르기도 한다. 

그럼 한가지씩 따져보기로 하자. 엄청난 세비를 받아먹으면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걸핏하면 방탄국회나 열어 범죄자 보호에 급급한 집단이 정치룸펜인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정치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이 정치룸펜인가. 정치룸펜이니 사이비 종교집단이니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 그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 피켓을 흔들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외쳐대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미치광이집단의 모습일 터이다. 

그리고 `조폭신문 절독운동'은 엄연한 소비자 보호운동이다. 어떤 소비자들 눈에는 조선일보 등의 신문상품이 조폭적 행태를 보이는 불량제품일 수 있으며, 따라서 그 불량제품을 시장에서 추방하자는 움직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소비자운동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플레이보이> 등 섹스 잡지를 보이콧하는 운동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정치판에도 탄핵, 리콜 등 `불량제품' 추방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량제품을 추방하자는 소비자운동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그런다. 소비자 보호운동이 자본주의가 한껏 무르익은 사회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정치활동'의 딱지도 유신독재 시절부터 사용돼온 매우 낡고 유치한 수법이다. 박정희 유신독재권력은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양심적인 대학교수, 목사를 가리켜 `정치교수' `정치목사'라고 불렀다. 음험한 의도가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활동이 왜 나쁘단 말인가.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갖고 있는 기본권의 당당한 행사다. 투표행위도 그렇고,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것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도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노사모'든 `창사랑'이든 그 어떤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도 기본권의 행사일 뿐이다. 그러기에 시민들의 정치활동은 당연히 고무·찬양·격려·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후진적이고 퇴영적인 지금의 선거법에다 갖다 걸기 위한 함정으로 `정치활동' 운운하며 몰아간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정작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가로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조폭신문들의 최근 행태다. 이러고도 불량제품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인지… 

다음은 18일자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 오피니언면에 실은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제목의 칼럼 내용이다.

지난 주말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열린 IPI(세계 언론인 기구)총회 마지막 날, 회의장에 한편의 짧은 비디오가 상영됐다. 15분 정도의 이 비디오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언론을 향해 내뱉은 주문(呪文) 같은 독설들을 편집한 것이다.(이하중략) 

비디오는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차베스의 대언론공격 사이사이에 차베스 지지자들이 기자와 카메라맨들을 돌과 쇠파이프로 공격해 기자들이 피를 흘리며 실려가는 장면을 보여줬다. 또 차베스가 연설 도중 취재하는 여기자를 향해 “저 여기자의 얘기 좀 들어보자”고 군중을 선동하면서 “저 기자가 돈에 고용돼 거짓을 전하고 있다”며 “불쌍한 기자여. 당신 꼴을 보라”고 외치는 장면도 보여줬다. 꼭 어디서 많이 보아오던 수법 그대로였다. 회의장에 있던 200여명의 세계 언론인들은 숨을 죽이며 비디오를 시청했다. 간간이 탄식하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베네수엘라 언론사태에 침통해했다. 불과 한달 전 군부의 반발로 권좌에서 물러났다가 이틀 만에 다시 복귀한 차베스였기에 그의 종횡무진 ‘언론과의 전쟁’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 권력과 언론자유의 필연적 대립이라는 그림자를 더욱 짙게 했다. 

이 비디오를 만들고 소개한 로버트 콕스 미주지역 언론인협회(IAPI) 회장은 “차베스는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했거나 동조적이었던 신문사들이 집권 후 다소 비판적으로 나오자 탄압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차베스가 권좌에 복귀하자 모든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고 했다. 콕스는 차베스가 모든 방송사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시각에, 2시간이든 3시간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그의 모든 연설을 생중계하도록 했으며 지지세력에 언론종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는 데 나서라고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지지세력은 몇몇 비판적 언론인들을 ‘마약투약자’로 ‘밀고’하는 보도를 조작하기도 했고 비판언론에 정부가 제공하는 광고를 중단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이번 IPI 총회에서 느낀 것은 이제 세계의 언론은 분쟁지역에서 희생되는 언론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전하는 쪽에 전폭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서 여전히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생존문제에 매달려 있는 언론후진국들의 외마디 소리들이 약간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언론후진적 상황 가운데 한국이라는 나라도 ‘언론감시대상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러웠다. 하긴 IPI 총회에서 차베스의 독설들이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던 그 시각에 한국에서도 ‘조폭언론’에 대한 절독운동을 선동하는 난폭한 소음과 거친 욕설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다음은 정연주 <한겨레> 논설주간의 17일자 '조폭신문 절독운동'의 칼럼 주요내용이다.

미국 뉴햄프셔주는 인구가 1백만 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주다. 그러나 4년마다 열리는 예비선거 때가 되면 이 조그만 주의 정치적 크기는 엄청나다. 첫 예비선거가 치러지고 그 결과가 대선 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뉴햄프셔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곳곳에서 피켓을 흔들며 후보 지지를 목청껏 외친다.(이하 중략)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많다. 노사모를 `사이비 종교집단', 노사모 회원들을 `정치룸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노사모가 펴기로 한 `조폭신문 절독운동'을 `정치활동'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노사모가 새로운 정치활동을 할 때 사조직의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실정법과 어떤 마찰을 빚을지도 주목된다”고 은근히 벼르기도 한다. 

그럼 한가지씩 따져보기로 하자. 엄청난 세비를 받아먹으면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걸핏하면 방탄국회나 열어 범죄자 보호에 급급한 집단이 정치룸펜인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정치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이 정치룸펜인가. 정치룸펜이니 사이비 종교집단이니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 그 혹독한 겨울 날씨 속에서 피켓을 흔들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외쳐대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미치광이집단의 모습일 터이다. 

그리고 `조폭신문 절독운동'은 엄연한 소비자 보호운동이다. 어떤 소비자들 눈에는 조선일보 등의 신문상품이 조폭적 행태를 보이는 불량제품일 수 있으며, 따라서 그 불량제품을 시장에서 추방하자는 움직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소비자운동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플레이보이> 등 섹스 잡지를 보이콧하는 운동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정치판에도 탄핵, 리콜 등 `불량제품' 추방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량제품을 추방하자는 소비자운동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그런다. 소비자 보호운동이 자본주의가 한껏 무르익은 사회에서 활발하게 펼쳐지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정치활동'의 딱지도 유신독재 시절부터 사용돼온 매우 낡고 유치한 수법이다. 박정희 유신독재권력은 유신체제에 저항하던 양심적인 대학교수, 목사를 가리켜 `정치교수' `정치목사'라고 불렀다. 음험한 의도가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활동이 왜 나쁘단 말인가.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갖고 있는 기본권의 당당한 행사다. 투표행위도 그렇고,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것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도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노사모'든 `창사랑'이든 그 어떤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도 기본권의 행사일 뿐이다. 그러기에 시민들의 정치활동은 당연히 고무·찬양·격려·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후진적이고 퇴영적인 지금의 선거법에다 갖다 걸기 위한 함정으로 `정치활동' 운운하며 몰아간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정작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가로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조폭신문들의 최근 행태다. 이러고도 불량제품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인지… 

다음은 18일자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 오피니언면에 실은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제목의 칼럼 내용이다.

지난 주말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열린 IPI(세계 언론인 기구)총회 마지막 날, 회의장에 한편의 짧은 비디오가 상영됐다. 15분 정도의 이 비디오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언론을 향해 내뱉은 주문(呪文) 같은 독설들을 편집한 것이다.(이하중략) 

비디오는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차베스의 대언론공격 사이사이에 차베스 지지자들이 기자와 카메라맨들을 돌과 쇠파이프로 공격해 기자들이 피를 흘리며 실려가는 장면을 보여줬다. 또 차베스가 연설 도중 취재하는 여기자를 향해 “저 여기자의 얘기 좀 들어보자”고 군중을 선동하면서 “저 기자가 돈에 고용돼 거짓을 전하고 있다”며 “불쌍한 기자여. 당신 꼴을 보라”고 외치는 장면도 보여줬다. 꼭 어디서 많이 보아오던 수법 그대로였다. 회의장에 있던 200여명의 세계 언론인들은 숨을 죽이며 비디오를 시청했다. 간간이 탄식하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베네수엘라 언론사태에 침통해했다. 불과 한달 전 군부의 반발로 권좌에서 물러났다가 이틀 만에 다시 복귀한 차베스였기에 그의 종횡무진 ‘언론과의 전쟁’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 권력과 언론자유의 필연적 대립이라는 그림자를 더욱 짙게 했다. 

이 비디오를 만들고 소개한 로버트 콕스 미주지역 언론인협회(IAPI) 회장은 “차베스는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했거나 동조적이었던 신문사들이 집권 후 다소 비판적으로 나오자 탄압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차베스가 권좌에 복귀하자 모든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고 했다. 콕스는 차베스가 모든 방송사들로 하여금 그가 원하는 시각에, 2시간이든 3시간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그의 모든 연설을 생중계하도록 했으며 지지세력에 언론종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는 데 나서라고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지지세력은 몇몇 비판적 언론인들을 ‘마약투약자’로 ‘밀고’하는 보도를 조작하기도 했고 비판언론에 정부가 제공하는 광고를 중단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이번 IPI 총회에서 느낀 것은 이제 세계의 언론은 분쟁지역에서 희생되는 언론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전하는 쪽에 전폭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서 여전히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생존문제에 매달려 있는 언론후진국들의 외마디 소리들이 약간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언론후진적 상황 가운데 한국이라는 나라도 ‘언론감시대상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러웠다. 하긴 IPI 총회에서 차베스의 독설들이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던 그 시각에 한국에서도 ‘조폭언론’에 대한 절독운동을 선동하는 난폭한 소음과 거친 욕설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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