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어린이 돕는 육군 53사단

등록 2002.05.21 15:12수정 2002.05.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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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불쌍한 아들에게 B형 피를 가진 혈소판 공여자가 꼭 필요합니다. 내 아들을 살려 주십시오"라고 지난 5월 14일 국방부 홈페이지 민원상담란에 글을 올렸던 심경천(37·부산시 기장군 기장읍)씨가 육군 53사단 장병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마침내 그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


심씨의 아들인 신태용(11·기장초등학교 5학년)군은 지난해 11월초 감기증상이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달 16일, 부산에 있는 동아대병원으로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후 태용이는 항암치료를 받아왔고 잇따른 항암제 투여의 부작용으로 매일 심한 구토와 함께 장출혈과 위출혈, 폐렴 등 11살의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암세포와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심지어 목까지 헐고 메스꺼움으로 물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어린이날에도 병실에서 죽음과 싸우고 있는 아들을 지켜봐야만 했던 어머니는 "공부를 잘해 줄곧 반장과 부반장을 맡아왔던,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고 항상 착하기만 한 태용이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3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으며 여섯 달 동안 학교로 다시 돌아갈 희망 속에 투병을 해왔으나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골수이식수술뿐이었다. 다행이 한국골수은행에서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한, 태용이와 혈액형이 같은 B형은 아니지만 A형 골수기증자를 만날 수 있었으나 5월 24일 동아대병원에서 골수이식수술 계획을 잡아놓고도 혈소판 공여자를 찾지 못해 마지막 방법으로 국방부 홈페이지에 애타는 심정으로 글을 올렸던 것이다.

심씨의 애절한 모정이 담긴 사연을 접수한 국방부에서는 태용이가 살고 있는 부산의 육군 53사단으로 협조를 해보라는 답변과 함께 부대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어머니는 5월 16일 부대 담당자를 직접 만나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

부대에서는 5월 20일과 21일 AB형의 혈액형을 가진 장병 30명이 자발적으로 지원, 혈액검사를 거친 끝에 필요할 때마다 3,4명씩 돌아가며 태용이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장병들이 혈소판 혈액을 지원하기로 하여 태용이가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태용이의 혈액형은 B형이나 골수기증자의 혈액형이 A형이어서 골수이식 수술 후에는 골수 기증자와 같은 A형으로 바뀌지만, 혈소판 혈액은 AB형으로 수혈해야하고 일반혈액은 O형 혈액을 수혈해야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태용이에게는 골수이식수술 후 혈소판 수혈에 필요한 AB형 혈액형을 가진 혈소판 공여자가 절실한 사정이었다.

한편 이번에 장병들이 참여하게 된 혈소판 헌혈은 일반 헌혈과는 달리 채혈하는 데만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저하와 혈소판감소증이 생길 때마다 바로 혈소판을 제공해 주어야 하며, 또한 한꺼번에 많은 공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일정을 잡아놓고도 헌혈 공여자를 구하지 못해 그 동안 어머니 심씨를 애타게 했었다.


할머니, 아버지(신영희·41)와 어머니, 동생 등 다섯 식구는 온산항에서 컨테이너 운반용 크레인 기사로 일하는 아버지의 수입으로 단란한 가정을 이끌어왔으나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은 태용이의 치료를 위해 다쓴 상태이며 앞으로도 얼마의 치료비가 들어갈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태용이가 완치만 될 수 있다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태용이가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이며 태용이와 가족 모두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장병들의 도움으로 5월 24일 기다리던 수술을 받을 수 있게된 태용이의 어머니 심씨는 "무어라 감사의 말을 전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건강하게 자라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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