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마을, 파주 월롱면 덕은2리

체육대회와 한마당 큰 잔치 열며 주민화합 다져

등록 2002.06.16 21:52수정 2002.06.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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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살구꽃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정겨움이 살아 숨쉬던 고향.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밀려들기 시작한 산업화는 그곳의 정겨움을 '그리운 과거'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산업화에 밀린 정겨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1백여 가구 주민 모두가 단합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2리(이장 안병철)가 그곳이다. 이 마을은 청년회(회장 최병욱)와 부녀회(회장 원순자)가 그 어느 곳보다 잘 조직돼 있다.

청년회는 주민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매년 6월 둘째주 일요일 '청년회체육대회 및 주민 한마당 큰잔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아 16일 흥겨운 화합잔치를 열었다. 지난주에 개최했어야 했지만 선거로 1주일을 연기해 오늘 치렀다.

이 마을은 86년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산업화는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경제적 도움을 주었지만 외부인구 유입으로 인한 주민들간에 이질감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부작용으로 인한 '마을정서 파괴'를 '단합'이라는 지혜로 해결해왔다. 주민 체육대회도 그 방편 중 하나였다. 이날은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외지에 나가 있는 선후배들이 모두 모여 흥겨운 한마당을 연출한다.

막걸리에 취해 추는 어깨춤으로 지난 1년간 쌓인 피로와 서로에 대한 불신을 씻어낸다. 부녀회원들도 이날은 가사를 접고 주민들이 먹을 음식 마련에 하나가 된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풍물과 술이 어우러져 주민 모두가 다가올 1년과 세대간의 화합을 다진다.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과 마을내 기업체 관계자들을 초청, 자리를 함께 하며 이질감을 해소하고 이들을 포용하려 노력한다. 이날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석, 줄다리기와 달리기를 하며 하나된 자리를 만들었다.

요즘 경시되고 있는 경로효친 사상도 잘 이어져 오고 있다. 부녀회와 청년회에서는 매년 연말께 마을 어르신들에게 효도관광을 주선한다. 경비는 부녀회원들의 복조리 판매와 청년회 체육대회와 척사대회 등을 통해 1년간 마련한 기금으로 충당된다.


또 있다. 청년회원들은 회원의 논을 임대, 농사를 지어 이를 수확한 뒤 저소득 가구에 쌀을 전달하는가 하면 모교인 월롱초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2세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경조사의 일 처리가 그 어느 곳보다 깔끔하다. 초상이나 결혼식장에서 모든 심부름은 마을 청년들이 맡는다. 파주 시내에 몇 안 되는 마을에사 아직까지 살아 있는 마을의 전통이자 '나눔의 미학'이다.

안병철 이장은 "외지로 나가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향인 마을로 돌아와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사람 냄새나는 고향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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