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책임자들을 '한국 법정으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미군 책임자 형사고소

등록 2002.06.28 10:35수정 2002.07.11 16:32
0
원고료로 응원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여중생 두 명의 유가족과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들은 지난 27일 사고 차량 운전병과 동승 장교, 소속 대대 및 연대장, 미2사단 작전참모, 미2사단장 등 미군 책임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정부지청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운전병 및 관제장교는 사고차량이 도로폭보다 넓고 평소 학생과 주민들이 갓길을 통행하여 충돌사고의 위험이 많은 곳이므로 갓길을 침범하지 않도록 유의하여 운행해야 함에도 전방 및 좌우주시의무를 다하지 않고, 마주오던 미군 장갑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갓길을 침범, 피해자들을 사망케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속 대대 및 연대장, 미2사단 작전참모, 미2사단장 등은 미군 훈련시 한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전에 철저한 지형조사를 거쳐 작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더욱이 도로폭보다 넓은 장갑차끼리 교행하게 해서는 안되며 훈련을 실시할 때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사전에 통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무리한 작전계획을 수립, 승인해 이런 사고를 발생케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고소인들은 소속부대인 캠프 하우즈 부대장과 미2사단장이 각각 6월말과 7월초 임기가 끝나 본국으로 귀환 예정이라 피고소인 모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법무부에 미군측에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하라는 서면을 제출해 달라는 민원을 제출했다. 이번 형사고소가 실효성을 갖자면 미측이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측의 1차적 재판권 포기 관건
- 사고 발생 후 21일 되는 7월 5일까지 법무부에서 미측에 재판권 포기요청서 전달해야

현행 SOFA에 의하면 공무중 사고에 대해서는 미측에 1차적 재판권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어떠한 수사권과 재판권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 역시 말로는 한미 합동조사를 한다면서 실제로는 미측의 단독 조사로 매우 왜곡된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미측이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군 책임자들을 한국 법정에 세워 처벌할 수도 없다.


다만 상대국이 재판권을 포기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포기요청을 해오는 경우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되어 있어(SOFA 본협정 제22조 3항 (다)) 우리나라에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포기 요청시에는 범죄 발생을 알게 된 후 21일 내에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SOFA 양해사항 제22조 3항 (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2002년 6월 13일부터 21일이 되는 2002년 7월 5일까지 법무부에서 미측에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요청해야 한다.

물론 미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한다고 해서 미측이 반드시 재판권을 포기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만일 이 기한을 넘길 경우 대한민국이 동 사건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행사하고, 이를 통한 명확한 진상 조사와 미군 책임자들을 한국 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상실하게 된다. 상대국은 재판권 포기 요청을 받는 경우 그로부터 28일 내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14일을 연장한 기간 내에 형사재판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은 거의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재판권 포기

참고로, 그 동안 미측은 이러한 조항을 악용하여 미군 범죄가 발생하면 매번 의례적으로 한국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해오고, 그러한 경우 한국측은 아주 중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권을 모두 포기해 왔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해 발생한 주한미군인 범죄는 425건으로 그중 약 6%에 해당하는 26건만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이렇게 한국의 1차적 재판권 행사율이 낮은 것은 SOFA 합의의사록에 별도로 "한국은 미측의 1차적 재판권 포기 요청이 있는 경우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한다"(합의의사록 제22조 제3항 (나)에 관하여 1.)고 나와 있어 미군측의 재판권 포기 요청이 있는 경우 거의 예외없이 포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그 동안 미측이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한 예는 단 한 건도 없다. 한국측에서 미측에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요청한 예도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미측의 재판권 포기 여부를 떠나 한국측이 미측에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는 것만도 매우 역사적인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권국가를 가리는 잣대가 될 것

유족들은 고소장에서 "이 사건은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사고 지점이 일주일에 평균 2,3차례씩 미군 장갑차가 훈련 및 이동경로로 사용하여 통행하는 곳으로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 재발방지 필요가 절실하며, 이 사건에 대해 미군당국은 무성의와 진실은폐로 일관하여 사회적 비난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피고소인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한 형사재판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는 미군당국에 공식적으로 1차적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 나이의 두 여중생이 참혹하게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물론, 가해 미군을 자국 법정에 세우지도 못한다면 과연 누가 이 나라를 주권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법무부는 하루속히 미측에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여 최소한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미측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한국측의 재판권 포기 요청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재판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