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중국 대중문화의 강물로 성장

<차이나소프트 - 문화1> 영화 · 출판 등으로 분야 확대

등록 2002.07.04 21:20수정 2002.07.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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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의 전도사, 하한주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하한주(哈韓族)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국 대중문화의 전도사, 하한주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하한주(哈韓族)으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조창완
중국 속에 한국 문화 흐름을 말하는 한류(韓流)의 나이는 이제 3살 남짓이다. 그보다 3년 정도를 소급해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시점으로 갈 수 있지만, 그보다는 99년 봄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의 인기와 연이은 한국 드라마의 중국 방영이 시작된 시점이 이때이기 때문이다.

3년 동안 한류는 비교적 잘 성장했다. 자신의 능력을 대중음악과 드라마에서 영화, 패션, 캐릭터산업, 대중 출판 등으로 더 넓혔다. 또 광고모델이나 연기자로 진출하는 것도 더 이상 큰 뉴스가 되지 못할 만큼 빈번한 일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 문화라는 거대한 문화의 강에 한류는 냇가가 아닌 강물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다만 그 강물은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한류를 향유하는 세대는 20대 이하의 청소년이다. 이미 '소황제'세대로 분리되는 이 세대들은 부모의 월급에 버금가는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는 특수한 계층이다. 물론 그 세대는 계속해서 성장해 이미 20대 중반이 됐고, 한류 자체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한류를 향유하는 세대의 층도 넓어졌다.

지금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한국 드라마다. 한국에서 비교적 인기를 끈 드라마는 반년 후면 대부분 중국에서 방송된다. 특히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라면 거의 100%가 수입됐고, 그 명단에 장동건, 한재석, 송혜교, 채림, 김남주 등이 추가되고 있다.

중국 드라마의 방영은 중앙텔레비전(CCTV) 드라마채널에서 방송될 경우 각 지역 방송국에서 재방하는 구조를 갖기 때문에 수요층도 넓고, 방송시간도 많다. 중앙텔레비전을 통하지 않더라도 홍콩의 콘텐츠 공급업자들을 통해 각 지역으로 공급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 수요층이 20대뿐만 아니라 고령층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에 한류의 소비층은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최근에는 영화와 대중 출판계에서도 한류는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의 중국어판 영화와 책으로 출간되어 올 대중문화계의 핵이 되고 있다. 신화서점왕에서 영화 VCD는 판매고 1위를, 책은 3위를 달리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의 중국어판영화와 책으로 출간되어 올 대중문화계의 핵이 되고 있다. 신화서점왕에서 영화 VCD는 판매고 1위를, 책은 3위를 달리고 있다.조창완
홍콩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에 <我的野蠻女友>라는 제목으로 영화용 VCD와 책으로 출판됐는데, 출간 한 달만에 중국 최대의 인터넷서점인 신화서점왕(http://www.bjbb.com.cn)에서 VCD는 1위, 책 판매는 3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문화계에 한류가 밀려와서 두드러진 족적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기자는 한류가 막 뿌리내리기 시작할 때, 이를 분석하는 글에서 한류를 80년대 중국을 풍미한 인도문화의 유행과 90년대 일본 문화의 유행에 비유했다.


인도 문화의 유행은 광기의 역사인 문화대혁명을 잊기 위해 중국인 스스로 선택한 환각제였고, 일본문화는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향수가 시작될 무렵에 전범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였다(창작과 비평 2000년 겨울호 '중국의 韓流, 그 흐름과 막힘' 중에서).

하지만 이후 인도 문화는 거의 흔적을 찾기 어렵고, 일본 문화도 그 위상이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기자가 그 글에서 한류는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경제적 요소와 각종 마케팅 기법이 함유된 문화상품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인도문화와 일본 문화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했다.

하지만 그간의 한류의 성장 모습은 한국내부에서 서구 문화를 받아들여 독특한 한국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힘과 그 생성물이 종주국의 힘을 압도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한국 문화는 독특한 힘을 갖고 있다.

이런 힘이 한류의 새로운 동력을 만드는 한편 하나의 유기체 같은 힘이 되고 있다. 워낙에 거대한 땅과 사람을 가진 땅이어서 통일된 힘을 갖지 못하고, 각각의 개성 속에 새로운 것을 융화하는 중국인들에게 '붉은 악마'의 통일체처럼 만들어진 하나의 정체를 쉽사리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이런 한류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응은 어떨까. 우선 여전히 한류가 서구의 화려한 외양을 바탕으로 속이 빈 사치품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물질적 풍요와 속도감, 현대적인 느낌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는 분석들이 많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 연예인 신랑왕이 제공하는 핸드폰 배경하면 서비스에서 한국 연예인의 인기들은 인기 만점이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 연예인신랑왕이 제공하는 핸드폰 배경하면 서비스에서 한국 연예인의 인기들은 인기 만점이다.조창완
베이징칭니엔바오(北京靑年報)는 한국드라마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200년 6월 5일). <가을동화> 등 수편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 기자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 우선 화면이 아름답고 연기자가 잘 생겼다는 점을 꼽았다.

스토리의 전개가 상상밖이고, 음악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점도 꼽았다. 남자의 집이 부유하고, 여자의 집이 비참한 상황인 것도 특징이며, 끝에 드라마가 지나치게 끌어지고, 중요한 순간에 꼭 비가 온다는 것도 찾아냈다. 사실 이 기자의 눈에 비친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한국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이자 그들이 한국 드라마를 분석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의 모습은 갈수록 한국과 유사해진다. 중국이 소비지상주의의 자본주의적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유행문화는 국경이 없고,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8일 열린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향후 한국영화가 아시아영화계를 장악할 것인가였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온 감독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아시아영화 및 영상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봤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런 판단을 못하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상 타 문화를 배타적으로 보거나 백안시하는 일이 거의 없다. 우선 수용해서 자국에 맞게 고치거나 융화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시간은 짧기도 하고, 아주 긴 경우도 있다. 80년대 인도영화가 5년 정도 영화를 누렸다면, 인도에서 온 불교문화는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문화적 가치를 잃고 있지 않다.

그럼 앞으로 한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중문화계의 한류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 년 전인 2001년 9월 <오마이뉴스>에 한류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중국 문화전문가인 강효백씨는 "누구도 쉽사리 한류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계속해서 질적인 개선을 해나간다면 10년 정도는 문제없이 지속되고, 이후에도 문화상품으로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소비지상주의의 자본주의가 계속되고, 중국이 정치적 격변만 없다면 한류는 여전히 문화의 한 영역에서 존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낼 효자가 될 수 있다.

피터 드러커가 최근 저서에서 지적하듯 앞으로의 시대는 제조업이 아닌 문화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한류는 그 전위대의 역할을 할 것이고 이 흐름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문화 콘텐츠를 제대로 정비하고, 생산해내고, 생명력을 끌어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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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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