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숙소 내에 죽어있는 갈매기수백의 살아있는 갈매기, 수백의 죽어있는 갈매기. 독도는 생명과 죽음의 섬이었다.
김윤배
1997년 11월 21일 준공. 수용인원 25명. 재산가액 4억8천만원. 철근 콘크리트 슬라브 2층 건물. 10kW 자가발전기 1대. 육중한 어민숙소 대신 우리를 처음 반긴 것은 죽은 갈매기들이다. 1층 입구부터 방마다 죽어 있는 갈매기들. 족히 오십 마리 이상은 될 것 같다. 2층에는 냉장고와 수세식 화장실도 보인다. 방에는 사람이 잔 흔적도 보이며, 한켠에는 일회용 가스가 박스에 가득 담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과연 이 건물이 어민을 위한 숙소인지, 아니면 관광객을 위한 숙소인지 혹은 대피용 어민숙소인지, 아니면 거주용 어민숙소인지 의문이 생긴다. 어민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건물구조. 비좁은 출입구. 어구라도 손질할라치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구조이다.
김성도 선장님도 지적했지만, 도대체 큰 발전기를 들여다 놓으면 기름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또한 난방구조도 중앙난방구조라고 한다. 크게 손질해야 그나마 쓸 수 있다던 어민숙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의 결정판이다.
어민숙소 뒤로 7,80도는 돼 보임직한 가파른 콘크리이트 계단이 이어진다. 이 계단은 김성도 선장님의 증언을 빌리자면, 998개라고 한다. 그야말로 독도 최대의 난공사였으리라. 편부경 대원의 가녀린 외침이 이어진다. "제의야! 미향아!"
계단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풀, 계단 곳곳마다 죽어 있는 어린 갈매기들. 밧줄에 겨우 의지하고 가파른 계단을 한칸 한칸 오른다. 앞서 가는 한송본 소장님은 줄자로 계단의 거리를 잰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잠시 숨을 돌린다. 여기저기 이름모를 야생화들. 그렇게 20여분을 올랐을까? 동도 높이쯤 이르렀을 때 약간은 편평한 길이 서도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한눈에 펼쳐지는 건너편 동도와 그리고 독도를 둘러싼 바다. 참으로 장관이다.
서도 정상부로 이어지는 길. 여기저기 굶어죽었을 갈매기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살아 있는 수백 마리의 갈매기와 죽은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 죽음과 생명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