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날의 함성만은 잊지 못할 것"

육군 53사단 신영현 중위

등록 2002.07.15 17:16수정 2002.07.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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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53사단 장병들
월드컵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53사단 장병들조수일
온나라가 붉은 물결로 뒤덮였던 6월의 전설, 월드컵. 축제는 끝났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그날의 감동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쉽지않게 볼 수 있다.


'CU@K리그'. 그날의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에 또한번 감동받고 있는 요즘,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의 가슴에도 그날의 흥분은 쉬 가라앉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붉은 악마가 토해내는 함성만으로도 현장에서 함께 하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는 소대장이 있다.

부산, 울산의 2개 경기장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임무를 맡은 육군 53사단 기동대대 신영현(26) 중위. '안전 월드컵’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소대원들과 함께 경기장 외곽 경계임무를 수행한 장교로서 신중위가 느낀 점은 남다르다.

월드컵 개최도시를 관할하는 군부대들은 월드컵의 안전, 국민들의 안전, 나아가서는 세계인의 안전을 위하여 수차례의 테러대비 훈련을 실시하며 경기장 안팎을 24시간 책임져왔다. 매복과 수색 정찰 작전이 주임무인 신중위 역시 혹독한 훈련을 극복한 후 실전에 투입되어 부산, 울산 전 경기를 경계하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중에서도 신 중위는 특히 4강신화의 신호탄이 되었던 '한국과 폴란드전'을 경계작전의 백미로 꼽는다. 온 국민의 관심속에 진행된 경기이니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의 월드컵 첫승의 염원을 완벽한 경계로 뒷받침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신 중위가 이끄는 매복조가 경계작전을 펼친 곳은 경기장이 바라다보이는 인근 야산. 경기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조명빛이 눈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지만 숨죽인 채 경계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다. 매복작전 내내 들린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라는 구호는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야산에 위치한 채 군용무전기를 제외하고는 통신장비를 지닐 수 없었기에 그날의 경기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듯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경기가 종료된 것은 물론 점수까지 정확하게 맞추었다고 한다.


"비록 경기내용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세번의 함성만으로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알아차렸습니다. 첫번째 함성은 매복하고 있던 저희에게까지 그 진동이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첫골이 들어갔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 두번째 함성 역시 그에 버금갔었죠. 그래소 우리 소대원들도 점점 흥분하더군요. 저는 소대원들에게 두번째 골을 넣었다고 자신있게 말했지요. 그리고 세번째.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함성이 결국 월드컵 도전 사상 첫승을 자축하는 온국민의 뜨거운 함성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지요. 경계 근무 후 2:0 아니냐고 지인들에게 선수를 쳤더니 눈이 동그레지더군요."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하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경계근무로 월드컵 대회 성공을 뒷받침했다는 사실은 길이 잊지 못할 것이며, 9월에 있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도 빈틈없는 경계로 성공적인 행사를 보장할 것을 다짐한다는 신 중위. 그는 경계작전성공은 그를 따르는 든든한 소대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며 40억 아시아인의 화합과 축제의 장인 2002 부산아시안게임의 안전도 맡겨달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 한국이 어떤 선전을 펼칠지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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