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민보호보다 공무 집행이 우선

"공무집행 중이라 개입할 수 없다"

등록 2002.07.18 21:12수정 2002.07.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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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생활을 하며 농성 중이던 대전시 용두동 철거민들이 18일 또다시 생지옥을 경험했다. 거기 섰던 집들보다도 큰 포크레인이 '없는 이'들의 가슴을 또다시 뜯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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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눈물
새벽 5시경. 예정보다 한 시간 빨리 철거반이 들이 닥쳤다. 포크레인이 접근 못하도록 미리부터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택공사에서 고용한 용역직원이 3백여명 됐다. 온통 시꺼먼 차림으로 우루루 밀려들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끌어내리기 시작하는데, 엊저녁 비상대책회의에서 '죽기살기로 막아보자'고 결의를 다졌건만 그들의 힘을 당해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 응급실로 실려간 부상자가 20여명에 달했다.

주민들과 주민들을 돕던 사람들이 머리채와 목덜미가 붙들려 한 데 포위된 것은 오전 8시경. 용역반원들은 그들을 에워싸고 "일어서지 말라", "움직이지 말라"는 등 일체 행동을 감시했다. 짐승 같은 기계 덩어리가 아직 인내도 가시지 않은 집들을 물고 뜯는 광경을 주민들은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분노
분노
한여름 땡볕 아래 시멘트 먼지를 마셔가며 묶여 있은 지 네 시간이 지났다. 병원에 가지 못한 부상자를 포함한 60여명 주민들이 현장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소리쳤으나 "내보내면 다시 작업을 방해를 할지 모른다"며 무시할 뿐이었다.

현장 밖에서 상황을 보다못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중부 경찰서 관계자들에게 "경찰이 왜 주민들을 보호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주택공사가 공무를 집행하고 있기에 경찰도 개입할 수 없다"며 사태를 방관했다.

결국 용두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김동중씨는 현장에 투입된 용역업체를 상대로 '불법 감금·폭행'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병력은 2백여 명. 그러나 그들은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주민보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울분
울분


오후 1시경. 잡히지 않고 빠져 나온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에 감금되었던 주민들이 풀려났다. 용역반에게 퍼붓던 오물에 땀에 눈물에 범벅이 된 모습들이었다.

울화가 치민 철거민 손학준(81) 씨는 "애초에 보상가 책정하기 전에 주민 여론을 들어봤어야 하지 않냐"며 "도둑놈들"이라고 용역직원들을 향해 호통을 쳤으나 주택공사 관계자로 보이는 이는 조소를 보이며 자리를 피했다.


절망
절망
공동대책위 결성을 제안했던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NCC) 김규복 목사는 "재개발은 언제든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를 통한 이익은 없는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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