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새벽 5시경. 예정보다 한 시간 빨리 철거반이 들이 닥쳤다. 포크레인이 접근 못하도록 미리부터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택공사에서 고용한 용역직원이 3백여명 됐다. 온통 시꺼먼 차림으로 우루루 밀려들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주민들을 끌어내리기 시작하는데, 엊저녁 비상대책회의에서 '죽기살기로 막아보자'고 결의를 다졌건만 그들의 힘을 당해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 응급실로 실려간 부상자가 20여명에 달했다.
주민들과 주민들을 돕던 사람들이 머리채와 목덜미가 붙들려 한 데 포위된 것은 오전 8시경. 용역반원들은 그들을 에워싸고 "일어서지 말라", "움직이지 말라"는 등 일체 행동을 감시했다. 짐승 같은 기계 덩어리가 아직 인내도 가시지 않은 집들을 물고 뜯는 광경을 주민들은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