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혁의 예인기행15>

이빠네마를 사랑한 사람.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15)

등록 2002.07.22 10:00수정 2002.07.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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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그는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될 불후의 명작 Antonio Brasileiro를 발매한다. 이는 자신이 사랑하던 브라질의 전통을 이 한 장에 녹여낸 불후의 역작으로 가장 브라질적이며 가장 음폭의 울림이 적어서 그 미묘한 선을 감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노력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따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음반의 프로듀서는 빠울로 조빙과 다니엘 조빙이고 쟈끼스 모렐렌바움이 전면에 부각되는 음반이기도 하다. 거기에 전작 Passarim에서 참여했던 Jobim's Angel(이게 누군지 궁금하시다면 Passarim의 Review를 참조하시길)들의 활약 역시 막강하다.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의 소박한 정취가 일품인 음반이며 가장 꾸며놓음이 적은 무공해적인 음원을 담아놓은 그의 최고역작 중에 하나라고 단언하는 음반이다.

그의 마지막 모습. 쓸쓸하지만 아름답다.
그의 마지막 모습. 쓸쓸하지만 아름답다.박주혁
그의 초기를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인 So Danco Samba로 음반을 시작한다. 이는 진정 아름다운 곡이다. 소폭의 음량과 아름다운 Jobim's Angel의 아름다운 코러스, 쟈끼스 모렐렌바움의 절묘한 흐름에 껴드는 첼로연주까지 최고의 명연을 담고 있는 So Danco Samba이다.

삼바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망게이라에 헌정하는 조빙의 화려하고 원초적인 작법이 절묘하고도 마음에 드는 명연. 거기에 이 곡의 작사는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이후 최고의 삼바시인이라고 하는 시코 부아르키가 맡고 있다. 삼바의 매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명연. 역시 그의 초기 명곡중의 명곡인 Insensatez(영어명으로는 How Insensitive라고 소개된 바로 그 곡이다) 정말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곡이며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이 곡에서의 목소리는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음유시인 스팅이라는 것이다.

특유의 스모키한 목소리가 사무치도록 다가오는 곡이다. 상쾌한 리듬과 여유로운 멜로디, 캐치한 멜로디의 오케스트레이션, 휘파람 소리, 그리고 Jobim's Angel의 아름다운 코러스가 마치 한 곡의 샹송을 감상하는 듯한(내가 이 특집을 쓰면서 한 번 보사노바와 샹송의 상관관계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는 Wave의 리뷰에 잘 써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느낌을 주는 곡 Querida, 원초적인 스캣과 플륫연주, 긴장감넘치는 멜로디가 공존하는 평소에 상상하는 가장 보사노바적인 풍미를 담고 있는 곡 Surfboard, 조빙의 막내 손녀로 알려져있는 마리아 루이자 조빙의 목소리가 너무도 천진난만한 조손간의 사랑을 담고 있는 짧디 짧은 곡 Samba de Maria Luiza, 다소 듣기 괴로운 영어발음을 담고 있는 곡이지만 가사가 쉬우면서도 너무도 여유로운 그래서 그 생각을 반영한 듯한 곡의 전개가 안락한 Forever Green, 도리발 까이미가 제공한 두 곡인 Maracanganha와 Maricotinha는 삼바의 핵을 보여주는 곡이다.

원초적인 다중 코러스와 여러 가지의 울림이 적은 타악기들이 어울려 색채적인 울림을 이끌어내는 리듬파트, 원시적이기 그지없는 시원한 플륫연주까지 이 모든 것이 삼바의 축제적인 분위기에 지극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곡들이다.


이어지는 Pato Preto는 삼바적인 분위기보다는 역시 브라질의 전통적인 음악중 하나인 포루의 분위기가 나는 곡이다. 같은 춤곡이지만 삼바보다는 한 템포 정도 느린 템포를 그리는 것이 포루이다. 은근하지만 춤을 추기에 충분한 리듬이 일품이다. 지극히 서정적인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그러면서도 원시적인 분위기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곡 Meu amigo Radames는 그가 경외를 지니고 있는 두 고전음악 작곡자들인 드뷔시와 빌라 로보스에 대한 존겨이 담겨 있는 듯하다. 정말 다성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전개를 그리고 있는 곡이다.

브라질이 낳은 또 한 명의 천재적인 작곡가인 로 보르지스가 만든 곡으로 조빙과 역시 천재적인 작사가인 호나우두 바스토스가 공동작사한 Trem Azul(Blue Train). 나긋나긋한 분위기가 환혹적이다. 내가 이 음반안에 담긴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Radames Y Pele는 보사노바 진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절품의 명연이다.


타악기의 연주가 배제된 체 비올렁과 피아노,첼로연주로만 이루어진 아름다운 멜로디의 Chora Coracao, Urubu에 수록곡인 Boto에 더욱 강렬한 브라질적 풍미를 가미한 듯한 장엄한 구조와 원시성이 어우러지는 명연 Trem de Ferro로 이 전설이 남긴 유작은 막을 내린다.

이 앨범은 정말 가장 브라질적인 의미의 조빙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음반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브라질이라는 국가가 낳은 가장 위대한 뮤지션. 그의 전설은 아직도 이빠네마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지금의 후배들도 그의 카리스마 앞에 경의를 표하며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천연의 무공해적인 울림이 가득 살아있는 혈관을 돌아다니는 지극하게 브라질적인 음악에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음반이다.

수록곡

01 So Danco Samba
02 Piano Na Mangueira
03 How Insensitive
04 Querida
05 Surfboard
06 Samba De Maria Luiza
07 Forever Green
08 Maracangalha
09 Pato Preto
10 Meu Amigo Radames
11 Blue Train
12 Radames Y Pele
13 Chora Coracao
14 Trem De Fe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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