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하는 조리실습 재미있어요"

경남정보대학 식영과 학생 20명, 육군 53사단에서 조리실습 가져

등록 2002.08.08 17:41수정 2002.08.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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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양파는 이렇게 까는 겁니다. 실습나온 학생들이 취사병들과 함께 요리에 쓰일 채소를 다듬고 있다.
자, 양파는 이렇게 까는 겁니다.실습나온 학생들이 취사병들과 함께 요리에 쓰일 채소를 다듬고 있다.조수일

군부대 취사병과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합동으로 만들어 내는 요리가 장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육군 53사단 북구대대 취사병들과 경남정보대학(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식품영양학과 학생들. 요리를 통한 살질적인 軍·學 교류가 현장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셈이다.

부대 취사병들과 학생들이 요리를 통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부대 행정보급관이 이 대학에 다니면서 이론과 실습이 서로 아쉬웠던 부대와 대학의 사정을 자연스레 알게되어 시작한 것이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실습은 학과공부에 부담이 없는 매년 8월중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20명의 학생들(남2, 여18)이 부대 식당에서 취사병들과 함께 장병들의 식사를 준비해 오고 있다. 150여명 가량의 대규모 식단을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씻기에서부터 밥하기, 배식, 부식 장만, 설거지등 취사병들과 똑같은 하루 일과를 보낸다.

함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조리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취사병들은 그 동안의 대규모식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등 좋은 경험을 나누고 있다.

특히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과 병사들이다 보니 서먹서먹함은 이내 사라지고 함께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조리법뿐만 아니라 공통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사부님! 칼질은 이렇게 하나요? 취사병의 지도를 받으며 여학생이 직접 실습에 나섰다.
사부님! 칼질은 이렇게 하나요?취사병의 지도를 받으며 여학생이 직접 실습에 나섰다.조수일
처음 부대에 왔을 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었으나 금세 친해졌다고 말하는 정미화양(21·2학년)은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하다보니 삽으로 밥을 푸는 등 신기한 경험도 많이 하고 매우 재미있다"며 "학교에서 배운 식품과 급식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부대에 알려주고, 취사병들로부터는 조리의 경험을 배울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함께한 소감을 말했다.

또다른 실습생 윤미옥양(21·2학년)은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빠른 시간내에 적절한 양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음식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취사병들의노력이 인상적이었다"며 "남자친구도 지금 열심히 군복무중인데 남자친구가 먹을 음식이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조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사병 손성호 상병(23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일정에다 대량의 재료를 다루는 일이라 남자 병사들에게도 녹록치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척척해내는 여자실습생들에게 놀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취사병들도 작은 것 하나에도 위생을 생각하는 조리사로서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대는 여름철 위생에 철저히 신경써야 할 급양관리 측면에서도 실습생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장병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단표 구성에 대한 조언을 얻는 등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학생들 또한 조리실습에다 학점 이수, 군에서 제공하는 화력시범 등으로 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부대장 박재식 중령(46·육사 35기)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부대와 학교 상호간에 이익이 되는 '윈윈전략'이 될 수 있도록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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