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넘어 범진보세력과 새 길 모색"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에게 듣다

등록 2002.08.21 19:16수정 2002.08.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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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 원주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제 3당'으로 떠오른 민주노동당. 이제 진보정당은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게 된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통합을 제안했다. 이런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진보진영 내 다양한 논의를 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보수 정치권과 언론에서 새로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권영길 대표는 점심시간을 쪼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을 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제 3당의 대표, 대선 예비 후보라는 무게를 짊어진 권 대표에게서는 무거워진 만큼 커진 존재감이 느껴졌다.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민주노동당…희망으로 인정받기 '시작'

-민주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8.1%를 득표했다. 어디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나.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방선거 운동을 하면서 만난 국민들은 아주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도둑질 정치인 없었으면', '부패정치 없었으면' 하는 희망들이다. 이것이 기존정당으로 이뤄질 수 없는 과제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부패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한나라당이 전국을 석권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이 부패 원조임을 알고 있다. 이 와중에서 깨끗한 정당으로써의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고 그것이 8.1%로 드러났다. 이것은 조직표를 넘어선 성과다. 정확히 민주노동당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정체성은 어떤 것인가.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나타나듯이 민주노동당은 국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벌이고 있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 역시 그런 맥락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가 진보를 가늠 짓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개혁분파와 민주노동당의 차이, 노무현이 진보적이지 않은 이유를 드러내는 것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다. 민주노동당은 IMF로 인한 일방적 금융개방, 공기업 사유화와 대기업 해외매각, 대량해고에 반대한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언제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치열하게 해왔다. 그것은 애정을 가지지 않은 시각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원을 받으면서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는가. 가령, 발전노조의 파업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안이함으로 종결된 일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비판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발전노조 파업사태에 있어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오류를 인정했고, 그에 책임을 지며 사퇴 했다. 오류가 있더라도 자체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주노총의 힘이다. 지도부의 한계를 민주노총의 오류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편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간의 관계에 대해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 민주노총이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만의 당이 아니다. 농민, 빈민, 상인 등 '일하는 사람들' 모두의 당이다."

97년의 국민승리21, 진보진영의 결집체

-다시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국민승리 21'의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지난 97년 대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역사는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한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 발전의 한 단면을 그려왔다. 국민승리21의 성과는 모든 진보진영이 결집했다는 점이고, 이것이 이어져 지금의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진보정당 운동사는 97년 이전과 이후로 구별된다고 본다. 그 이전의 역사 속에서 진보정당이 명멸한 적은 없다. 87년과 92년의 민중후보는 정당의 후보가 아니었다. 기층 대중조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으로써 민주노동당은 최초이자 유일한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은 '2002 대선승리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범국민추진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경선은 민주노동당 내 후보 선출이고, 이후 범추에서 다시 경선을 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 범추 자체에 대해서만도 진보진영 내 반응이 엇갈리는 한편, 민주노동당에서 먼저 후보를 선출했을 때의 파장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우선 정당으로써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정체성 확립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이후에 범추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다시 하나의 후보로써 이다.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 경선이 이뤄지리라 낙관한다.

범추 안에서도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원칙에 대해서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유일한 원칙은 진보진영에서 하나의 후보를 내는 것을 합의하는 것이다.

사회당과의 통합논의는 이와 별개의 문제다. 연초의 통합논의 이후 전개된 바는 없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따라 사회당의 반조선노동당 입장에 명확한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다. 사회당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조선노동당을 대화의 상대로 바라보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사회당에서 범추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를 통해 다시 논의의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노무현의 길과 권영길의 길은 다르다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그리는 상은 어떤 것인가.

"김대중 정권의 실수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자본이 인간을 규정하는 사회를 넘어서, 기회의 균등이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초국적 금융자본에 예속된 경제상황을 깨트려야 한다. 냉전논리 속에 지속되는 분단상황에 대한 해결책 모색도 중요하다.

꼭 대선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선거에는 참여할 것이고 그 속에서 진보정당의 정책을 알려나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득표를 위한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진보정당의 내용을 알려나가는 것은 집회장의 구호로는 안된다. 선거에서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97년, 그리고 그 이전에도 그랬듯이 비판적 지지는 앞으로도 진보 세력이 온전한 세력으로 성장할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른바 신 비판적 지지론이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했듯 노무현은 진보가 아니다. 노무현의 길과 권영길의 길은 다르다.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유혹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다 40대 후반에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고 들었다. 이후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으로 최초의 정치총파업을 이끌었고 민주노동당 대표로 있는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약력이다.

"사람들이 많이들 '늦깎이 노동운동가'라고 부르는데 그렇지 않다. 기자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사명은 사회를 바르게 만드는 것이다. 기자로써 언론노조 연맹 결성에 참여했고, 이후 연대 투쟁을 모색하면서 사회개혁 투쟁을 벌여왔다. 노조는 정치적 활동이 생명이다. 기자-민주노총 위원장-민주노동당 대표는 한 길에 있는 과정이었다."

-진보정당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사회가 죽어있다고 한다. 학생운동이 죽어있다는 말이다.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운동이 살아나야 대학이 살아나고 사회가 살아난다. 실사구시적 학생운동이 필요하다. '역사에 살겠다'는 자세로 희망을 제시하는 학생운동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 162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학생신문(www.e-unipress.com)> 162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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