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한 몬스터의 표지삽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일까. 귀신, 외계인, 괴물? 수많은 것들이 나열되겠지만, 가장 섬찟한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이, 가장 믿었던 대상이 배신할 때가 아닐까. 한때 인기를 끌었던 '무서운 이야기'중에서 백미는 역시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였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를 지켜주고, 가장 믿음직스러운 존재인 엄마의 배신이야말로 얼마나 섬찟한가.
또 다른 차원이 있다. 엄마조차도 타인이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가 배신을 할 때. 자신 안에 악마가 숨어있을 때의 공포는 그 이상이 아닐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는 인간의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악마성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구동독 치하에서는 우수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작업이 이뤄졌고, 그 작업을 위해 인간들이 양성됐다. 그 작업중 선택된 최고의 인간이 요한이며, 그의 쌍둥이 형제가 니나이다. 쌍둥이 형제이지만, 요한은 절대악, 니나는 절대선의 성격을 드러낸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Dr.덴마이다. 최고의 외과수술의인 Dr.덴마는 뛰어난 처세능력을 가진 병원장 밑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병원장은 뉴스가치가 있는 수술을 고를 줄 알고, 덴마의 성공적인 수술을 효과적으로 언론에 활용하며, 독일의학계를 좌지우지한다.
유럽 최고의 성악가를 무사히 살려낸 덴마의 수술 이후, 병원의 주가는 올라가지만, 덴마는 성악가 이전에 올라온 이름없는 환자의 수술이 뒤로 돌려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환자의 목숨이 평등한가'라는 물음에 시달리던, 그는 얼마 뒤 시술에서 뒤늦게 들어온 환자의 수술에 참여하라는 병원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먼저 들어온 소년을 치료한다.
그런데 늦게 들어온 환자는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시장이고, 자신이 살려낸 소년이 희대의 살인범일 줄이야. 게다가 고아인 자신을 친자식처럼 아껴준 양부모를 살해한 악질범이다.
만화는 구동독이 멸망한 뒤에도 우수한 인종을 길러내려는 작업을 계속하는 신나치주의자들과 이후에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하며 이유없는 범행을 저지르는 요한, 그의 살해음모를 저지하려는 쌍둥이 동생 니나, 요한을 쫓는 Dr.덴마와 관련인물들이 줄거리를 형성한다.
요한의 계속되는 살인동기를 추적하다, 그의 살인에는 아무런 감정이 섞여 있지 않다는 게 발견된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 거세된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이고, 몬스터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