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후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용산 주한미군 기지 앞에서 차량 검문을 하고 있는 미군헌병.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많은 분석가들은 이라크 전쟁 계획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의 대외강경정책의 가장 큰 노림수는 '선거'라고 말한다. 올해말 중간 선거와 2004년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힘을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득표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당 부분 타당성을 갖는다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역시,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중한 변화의 조짐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9·11 테러 직후 90%를 상회하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년이 지난 지금 60%대로 급락한 상태이다. 특히 이라크 공격에 대한 찬성 여론도 올초 70% 안팎에서 현재는 5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 내 여론의 변화는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론 및 미국 내의 신중론 확산에 힘입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 내의 변화의 조짐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소중하게 바라보고 지원해야할 움직임이기도 하다. 여전히 애국주의가 팽배한 미국의 시민사회와 국제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미국 시민의 성향을 볼 때, 미국 내의 변화의 조짐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국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물론 미국의 역대 정권은 틈만 나면 북한, 이라크, 이란 등에 대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금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무책임한 '깡패국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시민들도 원하는 미국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국제사회가 현재 미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를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할 수 있을 때, 부시 행정부의 막가파식 일방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평화의 힘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질서는 주로 정부와 다국적 기업이 주도해왔고, 그 폐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민을 포함한 국제시민사회가 새로운 세계 질서 창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나갈 때, 혼란스럽고 위험하기만한 9·11 이후의 세계질서는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 및 MD 추진 현황, 군산복합체와 테러와의 전쟁의 관계, 테러와의 전쟁과 한반도 평화 등에 관련한 자료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방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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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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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1주년, 일방주의 치닫는 미국 냉정 되찾은 국제여론에 '동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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