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김대중 선배님께

등록 2002.09.16 12:13수정 2002.09.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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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조선일보 앞에서 김대중 주필(현 편집인)의 퇴진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필자.
지난 여름 조선일보 앞에서 김대중 주필(현 편집인)의 퇴진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필자.대자보
선배님, 안녕하신지요. 저는 선배님께서 저보다 십수년 먼저 다녀가신 광화문 교정을 3년 동안 밟은 후배입니다. 지금은 지방의 한 연구단지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소위 '안티조선 독립군'이라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입에 올리며 '안티조선'에 투신한 사람입니다.

조선일보 전 주필이며 현 편집인인 선배와 '안티조선' 활동가 후배.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하는 신파도 생각나고 아무튼 저 스스로도 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광화문 경희궁터, 왕조의 서기어린 그 4만여평 자연 속에서 배운 3년은 정말로 저에게 소중한 기간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그 3년이 지금 저의 많은 부분을 완성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비슷한 환경에서 인생의 성장기를 보낸 두 졸업생의 가는 길이 이렇게 정반대가 되었으니,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 않습니까?

선배님께서는 한때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수년 연속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에 오르셨었지요. 그런 선배님이 동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실망 내지는 충격이란... 솔직히 많이 혼돈스러웠고, 저의 출신학교에 대한 자긍심의 일부가 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도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후에서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5월 18일 런던가는 비행기 안에서 선배님의 "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라는 칼럼을 보다가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땅으로 뛰어내려와 무언가 꼭 써서 선배님께 보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웠습니다. 그 안타까움은 아마 왜 꼭 그런 식으로 글을 쓰셔야 하는지, 그리고 왜 선배님이 자꾸 망가져 가시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배님께서는 '망가져 간다'는 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실 줄 압니다만.

그 전의 선배님의 여러 칼럼에 대한 저의 불만이 아마 그 칼럼으로 인해 폭발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 아니나 다를까 선배님의 그 글은 왜곡투성이의 글임이 밝혀졌고, 선배님은 후배기자들의 혹독한 항의를 받으셨습니다. 그 글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들고 일어났고 결국 기자 2700여명이 퇴진을 촉구하는 사태가 벌어졌었지요.

출장에서 돌아온 후 저도 드디어 선배님 퇴진의 편에 서기로 하고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저의 20년 근속휴가 중의 하루를 선배님 근무하시는 조선일보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서 혹시나 나오시려나 기다렸습니다. 나오시면 붙잡고 한번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선배님, 도대체 왜 그러시느냐고요.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오늘은 선배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가 '맨 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조선일보에다 대고 떠드는 것보다는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실낱같은 인연이 있으니 그걸 좀 이용해보려는 것입니다.


뭐, 일각에서는 히딩크 들먹이며 학연을 이용한 로비 아니냐 비난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걸 이용해서 제가 무슨 사익을 챙기자는 것도 아니고, 고약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고 하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가 지난 1월말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 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 보도를 문제삼아 한겨레신문의 두 기자를 고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선배님께서 그 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셨는지는 제가 잘 모릅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취하하십시오. 아니, 취하하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1월 31일자 1면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 그리고 3면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며 기자에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선배님의 기자적 양심에 묻습니다. 과연 그 기자들이 "악의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방하기위해 지면을 이용했다고 보시는지요. 물론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은 추측할 수는 있지만, 혹시 상황이 그 기자들로 하여금, 아니 다른 어느 누가 쓰더라도 "악의적으로" 보이게끔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선일보의 과거 행적이 그러지 않았던가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민간법정"이 열렸던 것이고요. 그리고 그 날의 행사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던가요? 저는 그 날 그 자리에서 배심원으로서 진행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두 기자를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 1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 장면.
지난 1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 장면.오마이뉴스 이종호
그것이 제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룡같이 거대한 언론사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검사의 기소사실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 전과정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가 법원에 제시한 고소장을 보니 청구원인 2. '불법행위의 성립' 중 가. (개관)에서

"2002. 2. 31자 한겨레 제1면 머리기사로 피고 고아무개가 취재.작성한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고, 이어서 제3면에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심판'이라는 제목하에..."라고 쓰고 있으며

나. (기사의 인용)에서는

"(1) 피고 고아무개는 2002. 1. 31자 한겨레 제1면 좌측 상단에 머리기사로 실은 기사에서 사진식자 70급 이상의 큰 활자(고딕체)로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라는 제목으로, 그 기사 본문에서 다음에 인용하는 것과 같은 내용으로 보도하였습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선배님께 묻습니다. 사진식자 70급 이상의 큰 고딕체로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라는 제목을 달아 신문을 편집한 사람이 그 기자입니까? 조선일보에서는 기자가 송고할 때 기사제목을 정하고 그 활자크기, 위치까지 지정을 해주고 데스크는 그대로 받아서 편집하는지요?

고소장의 이 글을 보면 마치 조선일보의 심기를 어지럽힌 신문제작의 행위주체가 기자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끔 유도를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주특기인 '왜곡'이 진실해야 할 고소장에도 나타나고 있다면 과한 말일까요?

그리고 다. (기사의 문제점)에서는

"또한 피고들은 위 기사에서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의 과격한 주장을 여과없이 그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피고들은 위 기사에서 '일제강점기에 자발적으로 누구보다 철저하게 일제의 주구노릇을 하는 반민족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독재정권을 찬양하고 그들의 편에서 보도함으로써 조국의 민주개혁을 말살하는데 앞장선 반민주적 행위를 했고', '남과 북의 대결을 격화시키고 민족분열을 조장하는 반통일적 보도를 했다', '일제와 독재정권에 빌붙어 영화를 누려온 대표적인 언론매체가 조선일보',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메가톤급 오보가 유난히 많고, 오보로 판명된 뒤에도 그 책임을 상대편에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악의적 보도를 일삼는 것이 조선일보' 등의 거친 욕설을 그대로 인용하여 원고를 비방하였습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광주항쟁 때 시중에 퍼지던 말들을 '유언비어'라며 발표한 당국 생각이 납니다. 그 '유언비어'는 나중에 상당 부분 진실로 밝혀졌었지요? 지금 조선일보는 이러한 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사실이지만 그것을 적시해서 보도해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겁니까?

도대체 조선일보가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습니다. 민간법정에서 나온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한 것도 죄가 되나요? 그러면 두 기자가 왜곡 내지는 축소보도를 했었어야 하나요?

그리고 동 (3)항에서는,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신문으로서, 일제 강점기에 가장 많은 압수와 정간을 당한 신문이지만, 때로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전자와 후자 등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음을 원고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피고들이 이처럼 다양한 평가가 제기될 수 있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두고, 마치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누구보다 철저하게 일제의 주구노릇을 한 것처럼 보도하고 그것이 마치 '역사학계의 일치된 평가'로 정치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언어폭력입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친일부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이제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여기에서도 문제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두 기자가 "마치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누구보다 철저하게 일제의 주구노릇을 한 것처럼" 없는 사실을 지어내 "보도"한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누구보다 철저하게 일제의 주구노릇을 했다'는 사실이 민간법정 과정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보도한 것입니다.

두 기자는 민간법정에서 있었던 검사의 논고와 배심원의 평결을 기사화했을 뿐, 그들이 만들어서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 고소장은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은 고소장이란 말이지요.

조선일보가 정 이 부분이 섭섭하다면, 민간법정의 검사단과 검사의 논고를 그대로 인정한 배심원단 등 민간법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날 일어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기자에게 그 책임을 묻다니요?

이것은 분명 두 기자를 어떻게든 엮어서 입을 막으려는 의도가 개입된, 유치한 기도라고 밖에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만두라 하십시오. 그런 식으로 기자의 펜을 꺾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기자의 정신이 꺾이겠습니까? 얼마든지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조선일보의 지면을 이용해서 반박하거나, 정 안 되면 중재요청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MBC가 "서해교전에 대한 왜곡된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월간조선을 상대로 '출판물 발행.판매.배포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을 때 법원에서 기각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1) 언론매체 상호간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일 경우에는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점... (2) 더욱이 신청인 자신도 공영방송사로서 피신청인 못지 않은 여론형성 능력을 갖고 있어 자신에 대한 반론을 스스로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이라며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물론 위 (1)의 표현의 자유 보장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선일보의 한겨레기자 고소는 '언론매체 상호간'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거대언론사와 일개 기자간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이 주목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그리고 오히려 (2)에 더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어느 쪽에 더 큰 힘이 있습니까? 힘이 없어서 부당하게 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면 또 모르되, 영향력에 있어서 훨씬 앞서가는 조선일보가 그런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잉방어에 지나친 엄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신문사도 아닌 기자 개인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요. 가증스러움마저도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주)월간조선의 훨씬 더 악의적인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법원은 '언론자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의 보호로 MBC의 소송을 피한 조선일보가 그 큰 은덕을 입은 법원에게 이런 판결을 구하다니요? 법원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니 소를 취하하고, 정정당당하게 논조와 기사로 비판하고 경쟁하십시오. 그것이 법원의 판결정신입니다. 단,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서 말입니다. 사설 칼럼 등이야 의견이니 어쩔 수 없이 달라질 수 있다 하더라도 사실보도만은 제대로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그런 차원 낮은 방법은 쓰지 마십시오. 조선일보 스스로 '1등신문'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선배님께서 조선일보 안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으신지 잘 가늠이 안되지만, 분명한 것은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지금의 그 상태만으로도 조선일보는 충분히 수치스럽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제가 인터넷 신문 <대자보>의 제작단의 일원으로서 기초한 "조선일보는 <대자보>도 고소하라"라는 글입니다. 조선일보의 한겨레기자 고소를 비판하는 글이니 불쾌하게 여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번 읽어보시고 참고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부탁드립니다. 선배님께서 몸담고 계신 조선일보의 우둔한 짓을 말려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우리의 주장] 조선일보는 <대자보>도 고소하라! 
  
조선일보는 통일연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민변 등의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지난 1월 30일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이하 민간법정)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문제삼아 8월 1일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의하면 한겨레신문의 1월 31일자 1면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 그리고 3면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소송을 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하지 않고 그 기사를 취재,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그동안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써왔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폭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가 자사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하여 고소를 한다면 언론계는 무엇이 되겠는가.  조선일보는 언론계에서 성역으로 남기를 원한단 말인가.   

이 시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기자의 자유로운 비판정신과 언론자유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이번 사태에 대해 한달이 넘도록 여타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침묵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왜 침묵하는가.  조선일보는 지금 언론계를 완력으로 장악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타 신문사 기자를 고소한 것에 눈을 감는 것은 자기에게만 불똥이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비굴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며, 그 불똥이 결국은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렇기 때문에 대자보는 그동안 사태를 주시하며 원칙과 정의에 입각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길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고, 언론인의 침묵을 이대로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기자의 첫째 사명은 사실보도이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문제삼기 전에 보도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두 기자가 민간법정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을 왜곡 또는 조작하여 보도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자보> 제작단의 일원이자 그 날 배심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간법정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며 그 감상을 글로 남긴 바 있는 여인철 주필에 의하면, 두 기자의 기사는 민간법정의 전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악의적'이라고 볼만한 부분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는 한겨레의 두 기자가 민간법정에서 나온 결과를 동종업계 종사자로서의 입장을 헤아려 축소하고 왜곡해서 보도해 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의 한겨레 소송 기사 모음, 한겨레신문 
여인철, '조선일보 민간법정에 대한 소회' 오마이뉴스 2002. 2. 1 
이승훈, 조선일보는 훼손당할 '명예'가 있는가, 대자보 88호 

그리고 설사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고소라는 법률행위로 돌입한 것을 보며, 두 기자의 사실보도에 대한 불쾌감이 감정적 보복행위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판단이다.   

어떻게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국내 최고 언론사'임을 자처하는 신문사가 타 신문사의 일개 취재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이점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리고 조선일보가 굳이 그 기사를 '악의적'이라고 판단하고 싶다면 그 책임을 기자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그런 기사가 나오게끔 만든 민간법정 추진위원회에 물었어야 했다.  '악의적'인 결과를 생산해 낸 주체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리고 기자가 아닌 한겨레신문사에 책임을 물었어야 옳다.  기자가 아무리 기사를 송고해도 편집진이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조선일보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면에는 이 소송을 빌미로 무언가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음흉한 흉계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해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조선일보가 격렬하게 저항했던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언필칭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함 아니었는가.  그 명분 때문에 언론사의 '탈세'라는 명백한 범죄행위 앞에서도 저항이 일부 수용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언론자유를 이제 조선일보 스스로 침탈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보이는가. 


지난 7월 29일, 그 몇일 전 MBC가 자사의 서해교전사태 보도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주)월간조선을 상대로 낸 출판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그 판결문에서 법원은 “언론매체 상호간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 하였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정신은 언론자유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판결을 존중한다.  조선일보 또한 그 판결을 존중하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그 판결을 접하며 조선일보는 느끼는 것이 없는가. 

조선일보는 이제 더 이상 오만을 부리지 말라.  조선일보는 지금의 그 상태만으로도 문명사회인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얼마나 혹독한 비난을 자초하려 하는가. 

언론사에 큰 흠결로 기록될 이번 조선일보의 한겨레기자 고소는 취하되어야 마땅하다.  그래도 정 취하하지 않는다면, 민간법정을 취재, 보도하여 조선일보의 반민족성, 반통일성, 반민주성을 널리 알린 <대자보>는 다시금 조선일보 반대를 위한 투쟁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우리 <대자보>는 99년 1월 창간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을 언론개혁으로 파악하고 그 최우선 과제가 ‘안티조선’에 있음을 전제로 활동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과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임을 거듭 천명한다. 

이에 <대자보>는 제작단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조선일보에게 외치고자 한다. 

<대자보>도 고소하라!!! 
아울러 이 선언에 언론인과 일반시민의 동참을 촉구한다. 

민간법정 배심원 학자대표 여인철 외 <대자보> 제작단 일동 

이대로  손혁재  이창은  박윤    최용식  배정원  임흥재  황광우   
오동명  김철관  이장규  이장춘  석진욱  이승훈  이판열  방의천   
장호균  장동복  박시환  김천겸  신성범  이재관  강인규  민경진 
홍기표  조약골  변희재  이숙진  수군작  양인숙  서현    변현단   
강명원  김상철  장신기  최병천  안성윤  이진경  김주영  이화영   
이정환  조은정  배두열  구혜영  안인용  현시원  이란    박수철   
박상문  최승연  노영주  박윤숙  한훈    권미옥  김경은  홍재희   
함우정  이주연  김지연  정철호  김현수  이훈희  임규민  최영석   
백승철  전정호  신종숙  백용택  서상훈  이준희  김재중  송영호 
오승훈  김수민  심영구  양승광

덧붙이는 글 [우리의 주장] 조선일보는 <대자보>도 고소하라! 
  
조선일보는 통일연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민변 등의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지난 1월 30일 열린 '조선일보 반민족.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이하 민간법정)에 대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문제삼아 8월 1일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의하면 한겨레신문의 1월 31일자 1면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 그리고 3면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소송을 신문사를 상대로 제기하지 않고 그 기사를 취재,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그동안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써왔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폭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가 자사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하여 고소를 한다면 언론계는 무엇이 되겠는가.  조선일보는 언론계에서 성역으로 남기를 원한단 말인가.   

이 시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기자의 자유로운 비판정신과 언론자유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이번 사태에 대해 한달이 넘도록 여타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침묵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왜 침묵하는가.  조선일보는 지금 언론계를 완력으로 장악하려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타 신문사 기자를 고소한 것에 눈을 감는 것은 자기에게만 불똥이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비굴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며, 그 불똥이 결국은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렇기 때문에 대자보는 그동안 사태를 주시하며 원칙과 정의에 입각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길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고, 언론인의 침묵을 이대로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기자의 첫째 사명은 사실보도이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문제삼기 전에 보도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두 기자가 민간법정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을 왜곡 또는 조작하여 보도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대자보> 제작단의 일원이자 그 날 배심원의 한 사람으로서 민간법정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며 그 감상을 글로 남긴 바 있는 여인철 주필에 의하면, 두 기자의 기사는 민간법정의 전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악의적'이라고 볼만한 부분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선일보는 한겨레의 두 기자가 민간법정에서 나온 결과를 동종업계 종사자로서의 입장을 헤아려 축소하고 왜곡해서 보도해 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관련기사] 
조선일보의 한겨레 소송 기사 모음, 한겨레신문 
여인철, '조선일보 민간법정에 대한 소회' 오마이뉴스 2002. 2. 1 
이승훈, 조선일보는 훼손당할 '명예'가 있는가, 대자보 88호 

그리고 설사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고소라는 법률행위로 돌입한 것을 보며, 두 기자의 사실보도에 대한 불쾌감이 감정적 보복행위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판단이다.   

어떻게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국내 최고 언론사'임을 자처하는 신문사가 타 신문사의 일개 취재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이점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리고 조선일보가 굳이 그 기사를 '악의적'이라고 판단하고 싶다면 그 책임을 기자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그런 기사가 나오게끔 만든 민간법정 추진위원회에 물었어야 했다.  '악의적'인 결과를 생산해 낸 주체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리고 기자가 아닌 한겨레신문사에 책임을 물었어야 옳다.  기자가 아무리 기사를 송고해도 편집진이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조선일보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면에는 이 소송을 빌미로 무언가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음흉한 흉계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해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조선일보가 격렬하게 저항했던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언필칭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함 아니었는가.  그 명분 때문에 언론사의 '탈세'라는 명백한 범죄행위 앞에서도 저항이 일부 수용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 언론자유를 이제 조선일보 스스로 침탈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보이는가. 


지난 7월 29일, 그 몇일 전 MBC가 자사의 서해교전사태 보도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주)월간조선을 상대로 낸 출판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그 판결문에서 법원은 “언론매체 상호간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 하였다.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정신은 언론자유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판결을 존중한다.  조선일보 또한 그 판결을 존중하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그 판결을 접하며 조선일보는 느끼는 것이 없는가. 

조선일보는 이제 더 이상 오만을 부리지 말라.  조선일보는 지금의 그 상태만으로도 문명사회인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얼마나 혹독한 비난을 자초하려 하는가. 

언론사에 큰 흠결로 기록될 이번 조선일보의 한겨레기자 고소는 취하되어야 마땅하다.  그래도 정 취하하지 않는다면, 민간법정을 취재, 보도하여 조선일보의 반민족성, 반통일성, 반민주성을 널리 알린 <대자보>는 다시금 조선일보 반대를 위한 투쟁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우리 <대자보>는 99년 1월 창간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을 언론개혁으로 파악하고 그 최우선 과제가 ‘안티조선’에 있음을 전제로 활동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과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임을 거듭 천명한다. 

이에 <대자보>는 제작단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조선일보에게 외치고자 한다. 

<대자보>도 고소하라!!! 
아울러 이 선언에 언론인과 일반시민의 동참을 촉구한다. 

민간법정 배심원 학자대표 여인철 외 <대자보> 제작단 일동 

이대로  손혁재  이창은  박윤    최용식  배정원  임흥재  황광우   
오동명  김철관  이장규  이장춘  석진욱  이승훈  이판열  방의천   
장호균  장동복  박시환  김천겸  신성범  이재관  강인규  민경진 
홍기표  조약골  변희재  이숙진  수군작  양인숙  서현    변현단   
강명원  김상철  장신기  최병천  안성윤  이진경  김주영  이화영   
이정환  조은정  배두열  구혜영  안인용  현시원  이란    박수철   
박상문  최승연  노영주  박윤숙  한훈    권미옥  김경은  홍재희   
함우정  이주연  김지연  정철호  김현수  이훈희  임규민  최영석   
백승철  전정호  신종숙  백용택  서상훈  이준희  김재중  송영호 
오승훈  김수민  심영구  양승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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