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안쪽, 남초 사람들

티벳의 수도 라사 근방 남초호수 - Namcho Lake (2)

등록 2002.10.11 22:24수정 2002.10.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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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초'Nam Tso' 동남방의 섬 'Damxung'

남초'Nam Tso' 동남방의 섬 'Damxung' ⓒ 티벳 지도 연구소


a 고개를 넘어 다시 출발

고개를 넘어 다시 출발 ⓒ 최윤호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다시 사륜차 뒷좌석에서 구겨진 저는 덜컹거리는 차창 바깥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엔진소리는 높아만 갑니다.


진흙탕 길


a 진흙탕에 빠진 트럭 트럭에서 모두 내려서 차를 빼내고 있다.

진흙탕에 빠진 트럭 트럭에서 모두 내려서 차를 빼내고 있다. ⓒ 최윤호

비가 많이 왔었는지 길은 온통 진흙탕이어서 사륜차도 힘을 잘 못쓰는것 같습니다. 어떤 트럭 하나가 진흙탕에 빠졌는지 꼼짝을 못하고 있고 사람들이 모두 짐칸에서 내려 줄을 당깁니다. 지나가던 우리 차의 운전사는 연신 "Rain, Rain!!"을 연발하며 혀를 찹니다.

이미 진탕이 된 길을 피해 우리 차는 이리저리 땅이 마른 언덕을 오르고 내려갔습니다. 길을 다 내려갔을때 쯤, 너른 '남초'가 시야에 전부 들어옵니다. 하지만 산 위에서 손에 잡힐듯 했던 호수의 물 언저리는 너무 멀게 보입니다. 바다에서나 보일듯 한 수평선도 생겼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계속 달립니다.


남초 안의 섬 'Damxung', 그 섬 안의 사원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남초 남동쪽에 위치한 'Damxung'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Tashi Dorje사원이 있는 이곳은 여름철 중순에만 외부와 연결되고 겨울철에는 눈보라(Snow storm)가 몰아쳐 올 수 없다고 기사 아저씨는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철조망을 쳐놓은 섬 입구에서는 'Tashi Dorje 사원 유지비'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귀가 떨어져나갈 듯 추워지고 바람은 매서워집니다. 한여름이 이렇게 쌀쌀하니 겨울엔 말 할 것도 없겠다 싶습니다.


남초 안의 섬 'Damxung' 안에는 간이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블럭으로 지어진 창고 비슷한 곳에 배낭을 풀어놓은 일행들은 숙소 주인이 차려놓은 식당에가서 삶은계란과 대만산 컵라면으로 요기를 했습니다.

물이 부족한 곳이라 같은 방에 든 저와 몇명은 양동이에 데워진 더운물을 한바가지씩 들고 찬 얼음물과 섞어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습니다. 한결 개운해진 우리는 침낭과 모포 여러겹으로 얼굴까지 둘둘 말아버린 채 잠을 청했습니다.



감기 몸살, 그리고 아침

a 남초 동남쪽 호안 숙소 앞마당에서 바라본 남초 동남방. 멀리 설산이 보인다.

남초 동남쪽 호안 숙소 앞마당에서 바라본 남초 동남방. 멀리 설산이 보인다. ⓒ 최윤호


a 남초 서쪽 수평선 숙소 앞쪽 호안에서 바라본 남초 서쪽.

남초 서쪽 수평선 숙소 앞쪽 호안에서 바라본 남초 서쪽. ⓒ 최윤호


a 햇볕 쬐기

햇볕 쬐기 ⓒ 최윤호

아침이 밝았습니다. 몸은 천근이나 될 듯 무겁습니다. 내복을 싫어한 댓가일까요. 어젯밤 같은 방에 묵은 다른 친구들은 여자고 남자고 할 것 없이 내복을 꺼내어 입느라고 요란을 떨었습니다. 그냥 잘 수 있을 것 갔았던 어제와 달리 따뜻한 내복을 보고 군침만 흘립니다. 침낭을 챙겨서 한쪽에 놓아둡니다. 방 한쪽에는 얇은 슬레이트 지붕사이로 빗물까지 새어서 바닥을 적셨습니다.

밖으로 나온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하늘의 구름은 묘하게 점점이 겹쳐져있고 멀리 있을 설산은 눈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호숫가에 나와 나른한 몸을 말리며 저와 몇몇은 이 호수 속 섬을 한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섬 돌기, 돌 보기

a 돌 무더기? 항상 하늘에 기도하는 사람들. 티벳인.

돌 무더기? 항상 하늘에 기도하는 사람들. 티벳인. ⓒ 최윤호

곳곳에는 경전을 새긴 빨간빛의 돌멩이판을 쌓아놓았습니다. 야크의 머리뼈는 그 윗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머리뼈에 새겨놓은 경전도 있습니다. 돌멩이들마다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잠시 상상해보는 사이에 어떤 친구는 물에 들어가겠다고 난리입니다. 그 이스라엘 친구가 웃통을 벗고 법석을 떠는동안, 함께묵은 티벳인 기사 아저씨는 '이 물에 들어가면 오래 못살것!!'이라며 얼굴을 붉힙니다.

참 건강해보였던 그 친구는 미안하다며 주섬주섬 옷을 챙깁니다. 그 친구는 이스라엘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이곳에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보통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가끔 생기곤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스라엘 사람과 한국사람이 비슷하다고도 하더군요.

섬 둘레에는 곳곳에 동굴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사람이 살았었는지, 아니면 수도승의 거처였는지 모를 불 피운 자리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사원'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곳에 '사원'은 어디 있는것인지.. 구석 구석을 살펴보던 저는 비로소 어느정도 건물의 모양을 갖춘 암자를 발견했습니다.


a 경전이 새겨진 석판 무더기 붉은 빛의 돌멩이에 경전이 새겨져있다.

경전이 새겨진 석판 무더기 붉은 빛의 돌멩이에 경전이 새겨져있다. ⓒ 최윤호


a 석판에 새겨진 경전

석판에 새겨진 경전 ⓒ 최윤호


a 야크 뼈 뼈를 신성시하는 것일까?

야크 뼈 뼈를 신성시하는 것일까? ⓒ 최윤호


a 야크 뼈에 새겨진 경전

야크 뼈에 새겨진 경전 ⓒ 최윤호


a 작은 암자 절벽 곳곳에는 작은 동굴암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작은 암자 절벽 곳곳에는 작은 동굴암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 최윤호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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