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며 학명은 'Sardinella zunasi'이다. 지방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 사용하지만 경상도 연안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뛰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밴댕이의 특징은 몸이 매우 납작하고 배 위에 강하고 날카로운 모비늘이 발달해 있는데, 어시장에 나와 있는 밴댕이는 몸집이나 비늘, 몸 색깔 등으로 보아 멸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멸치보다 훨씬 납작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긴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낚시로 잡기 어려운 물고기지만 어쩌다 밴댕이가 낚시줄에 걸려 오기도 한다. 반짝이는 몸매를 비틀며 올라와서는 파르르 몸을 떨다가 금방 숨을 거둔다. 작고 납작한 외형과 함께 사람이 보기에 못되고 급한 성질을 가진 것이 밴댕이다. 그래서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로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들을 빗대는 데 더없이 좋은 소재로 이용되는 것이 밴댕이다.
밴댕이에 대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가 있다. 국회의원 272명 중 과반인 137명을 넘어 142명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 최대정당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밴댕이 소갈머리'처럼 속 좁은 태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와는 '기분 나빠서' 어떤 토론회도 못하겠다고 하고, 합동토론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못하겠다고 한다. SBS는 지난 10월 초 대통령 후보의 합동토론을 기획했다가 이회창 후보가 거부함으로써 '개별초청토론회'로 전환했다. 또 한국기자협회가 요청한 11월 7일 제주도 KAL호텔에서 합동 토론회 참석 여부를 이 후보측은 아직도 통보해주지 않고 있다.
꼭 10년 전 신한국당 김영삼 후보를 보는 것 같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으로써의 '알권리'를 억압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라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이끌어 수많은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김영삼 전대통령. 그도 텔레비전 토론회 등 모든 합동토론회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가 '김영삼 같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후보의 MBC와 토론회 거부와 모든 합동토론회 거부 이유를 하나 하나 짚어보자.
먼저, MBC와는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
한나라당과 MBC간의 '감정싸움'이 다시 표면화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총 11개의 TV토론 일정을 확정했지만 MBC측과는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이 후보의 양휘부 공보특보는 "MBC와의 토론은 하나도 정해진 게 없다. MBC에서 10월17일 또는 24일 중 100분 토론에 참석해 달라고 요구해왔으나 양측 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힘들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당의 한 당직자는 "양쪽이 5월 'MBC스페셜 보도'의 편파성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병풍보도와 관련해서도 아직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 '개별토론 선호'에 대해 양 특보는 "97년대선 때도 등록 전 합동토론이 없었다는 점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10월14일자 4면, "MBC와 앙금안풀려…이후보 토론회일정 미정")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앙금'으로 포장된 '기분' 때문에 공영방송과의 개별초청토론회와 합동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병풍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에서 발표한 병풍관련 방송보도 보고서를 보면, KBS와 SBS의 병풍보도와 MBC의 그것이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유독 MBC만 집요하게 공격함으로써 다른 경쟁사의 보도가 자당에 유리하게 나오도록 압박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개별초청토론회'도 '합동토론회'를 못하겠다는 이유로 '병풍보도'를 들먹인다. 상식을 벗어난 억지논리에 다름 아니다. 또 '편협하다'는 이 후보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기도 하다.
둘째, 후보 상호간의 감정을 돋구게 해 정치문화에 해악을 끼친다.
양휘부 특보는 "합통토론회가 정책검증이라는 미명에도 불구하고 후보 상호간 감정을 돋구게 해 정치문화에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며 부작용 해소가 전제되지 않은 합동토론회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회창 후보는 합동토론회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전제한 뒤 "언론이 정치권의 격렬한 감정싸움을 나무라면서도 왜 합동토론회를 통해 감정싸움을 유도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오마이뉴스> 이성규 기자의 "MBC·기협 '합동토론회' 무산될 듯")
후보 상호간 감정을 돋구게 해 정치문화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합동토론회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주장했을까 정말 의문스럽다. 감정싸움을 무서워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감정싸움의 부작용 해소가 전제되지 않은 합동토론회'가 이 땅에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다.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개그'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것은 국민들의 정치수준을 깔보는 주장이자 아무도 웃지 않을 '썰렁한 개그'이다. 그래서 이것 또한 '딱딱하다'는 이 후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셋째, 후보등록이 되지 않아 후보로서의 지위가 없다.
양휘부 이회창 후보 언론특보는 합동토론회 참여거부 사유로 밝힌 것은 다음의 3가지다. △ 후보등록이 되지 않아 후보로서의 지위가 없다는 점 △ 97년 대선에도 이 기간 중 합동토론회가 없었다는 점 △ 미디어 폴리틱스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합동토론회는 2번 밖에 없다는 점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성규 기자의 "MBC·기협 '합동토론회' 무산될 듯")
토론하겠다고 하는 다른 후보들도 '법정후보'가 아니다. 이 점을 노리고, '법대로'라는 이후보의 흘러간 이미지를 다시 회복해 보겠다는 전술인가? 그렇다면 이것 또한 천만에 말씀이다. 왜냐하면 이 전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해명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즉, 후보로서 지위도 없는 사람이 왜 '개별초청토론회'에 나가서 '대통령이 되면… '운운하는가? 또 굳이 개별초청토론회와는 달리 '합동토론회'는 후보 지위가 있어야 한다고 우긴다면, 지난 봄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합동토론회'에는 참여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또한 현행 법대로라면 이 모든 토론회가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주장 또한 '법대로'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결론이다.
넷째, 97년 대선에도 이 기간 중 합동토론회가 없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근거다. 역사의 발전이나 정치의 발전을 역행하는 전형적인 발언이다. 옛날처럼 차라리 '혈통'을 보고 '왕'을 뽑자고 하든지, 좀더 현실적으로 92년에는 합동토론회가 아예 없었는데, 차라리 92년도의 사례를 통해서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오히려 선명하지 않을까! 대법관 출신으로서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의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에게 이런 주장이 도움이 될까?
다섯째, 미국에서도 합동토론회는 2번 밖에 없다.
한국에 아무리 친미 사대주의자들이 많다고 해도 한국은 결코 미국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미국 사례를 들더라도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이마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미국이 합동토론회를 2번 밖 열지 않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의 2000년 대선에서는 대통령후보 토론 3번에 부통령 후보토론 1번, '96년 대선'에서 3번, 92년 대선은 4번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위해서 10월부터 토론회를 시작했다. 또한 지난 4월10일부터 5월6일까지 진행된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무려 14회의 합동토론회에 이회창 후보는 참가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합동토론회'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 단지 감정과 무지만 존재한다. 특히 일부 측근들의 무지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해 보니, 남는 장사가 아니라서 참가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전혀 별개의 논쟁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이 후보에게 바란다. 감정적으로 특정언론을 협박하지 말기를, 국민들의 알권리를 억압하는 자세를 버리고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를, 또 대충 버티면 '대통령이 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서 제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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