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김근태 후원회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노무현 후보와 김근태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러한 상황에서 김근태 의원의 향후 행보 또한 관심사이다. 김 의원은 지난 70∼80년대 재야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같은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이제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상황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는 궁극적으로 정몽준 신당쪽으로 향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노무현 후보에 대해 김 의원이 보여주고 있는 냉담한 태도, 후보단일화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등을 보면, 중간 과정이 어떻게 되든, 선거일에는 그가 정몽준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곳에 서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근태 의원의 거취가 유동적이라 하더라도, 누가되든 민주당 재야출신 몇몇이 앞으로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에 추가 합류하게 된다면 이들은 그곳에서도 재야파의 둥우리를 틀게 될 것이다.
통합은 고사하고 핵분열로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개혁세력의 통합에 대한 기대가 한때 존재했다. 이번 대선에서 3김의 영향력이 급격히 퇴조하고 탈(脫)3김정치가 도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맞고 있어, 그동안 3김 지역주의 정치 속에서 분열되어 있던 개혁세력이 이제는 통합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가능해졌다는 기대였다.
실제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후보로 선출된 직후 '분열되어 있는 개혁세력의 통합'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해 한때나마 이같은 기대를 높여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던 개혁세력의 통합은 고사하고 오히려 이제는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로까지 분열되는 3분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세 곳으로 갈라선 이들이 펴고 있는 주장들을 듣노라면, '과거 이들이 어떻게 재야의 한솥밥을 먹으며 민주화운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다원화·복잡화되는 사회에서 과거처럼 어느 한 가치의 우월성을 강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상이 바뀐 것보다도 훨씬 많이, 재야출신 정치인들이 변해버린 것이 아닐까.
철새 이야기는 이제 구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재야출신 정치인들 역시 대선을 맞아 그 철새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지않은가. 재벌후보의 품에 안겨 새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모습 앞에서 우리는 얼마만한 정치적, 아니 인간적 진실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설상가상이다. 노동전문 일간지인 <노동일보>는 지난 18일자 기사를 통해, 현정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직을 지낸 한 재야출신 인사가 한나라당 입당을 타진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재야출신 정치인들의 도덕적 파산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구정치인들을 능가하는 줄서기와 변신이 난무하는 재야출신들의 정치 행태, 한때 이들에 의해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받았던 구정치인들이 이제는 거꾸로 재야출신 정치인들의 약삭빠름을 조소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2002년 대선정국에서 일부 재야출신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참담한 비극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2년 대선은 이렇게 재야출신 정치세력의 공중분해를 낳고 마감될 것인가.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몽준 의원에게 가버린 김민석 전 의원에게 보낸 민주당 우상호 위원장의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쓰여져 있다.
"우리 386세대 정치인들이 누리는 명성이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으로 가능했을진대, 그들과 공유했던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그들 또한 우리들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가 이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떨어졌고, 그런 사고를 벗어던지지 않는 한 현실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누군가 비판한다면 나는 입을 닫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적 순결을 지키며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기에, 우리는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끈을 놓아버리고' 우리들을 떠나가버린 정치인들 대신, 이렇게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을 키우는 것. 그것이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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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들이 한솥밥을 먹었던가? 갈갈이 찢겨진 이름 '재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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