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강제윤의 보길도 편지

등록 2002.10.21 10:46수정 2002.10.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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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일산.7

자전거 도시에 해가 진다
강선 마을 육교 너머
나는 자전거 도둑을 기다린다


빡빡한 기어
기름칠을 해도 늘 어긋나는 톱니바퀴
녹슬어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핸들
초라하고 볼품 없는 안장

바꾸고 싶으나
너무나 익숙하고 정이 들어 바꿀 수 없는
낡은 자전거
나는 자전거와 습관적인 연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자전거 도시에 칠흑같은 어둠이 오고
도둑들 몸 숨기기 적당한 밤
나는 자물쇠를 풀고 자전거를 세워둔다
내 편안한 잠 속으로 자전거 도둑이 다녀간다


마왕

나는 고속버스 운전사
심야 우등 몰고
밤 고개 넘어가네
지친 삶을 실어나르네


불야성의 도시를 가로질러
어둠의 나라에 이르면
밤의 요정이 찾아와 마술을 걸지

사람들은 잠에 빠지고
사람들은 고단한 몸 나에게 맡겨
지친 마음 나에게 맡겨
사람들은 모두 나의 보호를 받지


나는 밤을 실어나르는 고속버스 운전사
나는 잠을 실어나르는 밤의 마왕
밤의 지배자

잠에 빠진 길손의 목숨 노리는
잠의 마왕, 속도의 마왕 쯤이야
따돌리고 달리는
생명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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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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