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토론회인가, 초청 '간담회'인가?
후보 · 패널 적극성 결여 '실패한 토론'

[오늘의 독자의견] KBS 심야토론 이회창후보 검증토론 분석

등록 2002.10.21 18:58수정 2002.10.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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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1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이회창 후보-한인옥씨의 언론기피증, 입맛따라 토론 취사선택은 '부창부수'>(이한기 기자) 제하의 기사 178번째 독자의견으로 올라온 내용으로, 지난 토요일(19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패널들 간의 토론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원문은 네티즌 홍재희 씨가 지난 20일 '안티조선 우리모두'(www.urimodu.com)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오마이뉴스>는 이 글을 '오늘의 독자의견'으로 선정, 홍씨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KBS 심야토론' 후보검증 토론은 한마디로 이 후보의 답변능력과 패널들의 질문에 대한 적극성이 결여된 것을 그대로 노정시킨 실패한 후보검증 토론이었다.

KBS 심야토론 홈페이지 메인 화면.
KBS 심야토론 홈페이지 메인 화면.

먼저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정관용 패널의 질문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답변은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한 가시적인 대안제시를 하지 못했고, 패널들 또한 이러한 교과서적인 이 후보의 답변에 대한 반론성격의 질문보다는 이 후보의 주장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도해 나가는데 치중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남북문제와 북한핵문제로 들어가서 이회창 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모두발언이 끝나고 정관용 패널의 질문에 이 후보가 답변하는 과정에 또다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을 했다.

이러한 발언은 대단히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서 패널들의 질문이 요구되는 사안이었지만 길종섭 김광석 박찬숙 유연채 정관용 등 패널 어느 누구도 이 후보의 북한핵 보유주장에 대한 두 번의 발언을 그냥 흘려보냈다.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서 아직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의 주장 가운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패널들이 명확하게 재질문을 통해서 이 후보가 어떠한 의도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두 번씩이나 자연스럽게 발언했는지 의문을 풀었어야 했는데 패널들은 가볍게 넘겼다.

19일 밤 KBS <심야토론> 이회창 후보 초청 토론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길종섭씨. ⓒ KBS 홈페이지
19일 밤 KBS <심야토론> 이회창 후보 초청 토론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길종섭씨. ⓒ KBS 홈페이지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의 입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두 번씩이나 생방송 토론을 통해서 전파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면 현재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남북한이나 주변 4강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이 후보나 패널들 모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넘어간 것은 대선후보 검증토론의 의미를 반감시켰다.


그리고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농축우라늄 보유문제도 이 후보나 패널등 모두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기정사실화 해서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후보와 한나라당은 성격상 미국의 주의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해도 패널들은 이 후보에 대해서 한번쯤은 질문을 통해 한국의 대통령후보가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명확한 검증도 없이 그렇게 확신하며 확언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필요함에도 전혀 그런 반문을 패널들은 제기하지 못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현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는데 패널들은 철도공사나 국도연결 등은 정권의 이해를 초월해서 장기적인 민족사업이라는 반문제기를 하지못했다.


또 이 후보의 주장 가운데 햇볕정책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상징적이지만 남북철도와 국도 연결사업을 위한 비무장지대 지뢰제거작업은 군사적인 긴장을 해소하는 의미로 볼 수 없느냐는 패널들의 반문이 기대됐으나 패널들은 침묵을 지키며 마치 이 후보의 브리핑을 듣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표정과 같이 보였다.

이회창 후보의 후보검증 토론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길종섭 앵커의 이 후보에 대한 신상질문 때부터였다. 대학가에서 번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질문에 이 후보의 얼굴은 흑빛으로 변했다. 마치 과거에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에서 케네디와 닉슨이 맞붙은 TV토론에서 굳은 표정의 리처드 닉슨 같은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노정시켰다.

이 후보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질문에 두아들 병역면제 얘기를 화제로 꺼내려다 패널의 제지를 받는 등 이 후보 검증토론 전반부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일순에 부정적으로 반전됐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후보의 어감이나 표정, 그리고 자세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워졌고 갑자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이회창 후보가 두아들 병역면제에 대한 심적부담 때문에 받는 심적 압박의 강도가 대단히 치명적이라는 것을 실사구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길종섭 앵커가 이 후보 두 아들 병역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아직도 많은 의혹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중언부언하면서 '이제 그만합시다'라며 손사래를 칠 때의 이 후보 모습는 떳떳치 못했고, 그러한 이 후보에 대해서 특검제도입에 대한 가부간의 확답을 얻어내지 못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패널들의 모습은 후보검증의 떳떳한 자세로는 보여지지 않았다.

이어서 진행된 이 후보의 경제분야 모두발언과 김광석 패널의 주택문제 질문이나 박찬숙 패널의 하이닉스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답변진행 순간은 이 후보에게는 악몽이었다. 이 순간은 이 후보 검증토론의 평가에 결정적인 순간이었는데 이 후보가 머뭇거리고 수치에 혼란을 느끼며 망설이는 모습이 시청자들이 느끼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이 후보에게는 길고긴 고통의 터널이었을 것이다.

이 후보는 주택관련 문제와 하이닉스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에 정확한 수치와 대응논리를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길종섭 앵커의 두아들 병역문제와 관련된 신상문제 질문에 이 후보가 내면적으로 사전준비된 토론쟁점들에 대한 체계적인 사고의 붕괴와 심리적인 혼돈을 통해서 패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형식의 머뭇거림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해본다.

그 이후부터 이 후보의 답변은 일관성을 잃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후보의 아들 병역면제에 대한 이후보의 심리적 부담이 패널들의 우호적인 협조(?)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검증토론회의 평가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데 기여를 했다.

이회창 후보가 후보자들간 합동토론회를 꺼리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것 같다. 그리고 이 후보 검증토론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 후보의 체력의 열세가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해본다. 이 후보측은 후보검증 토론시간을 심야시간대가 아닌 초저녁이나 낮시간대로 조정해서 참여하는 것이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견이라도 주장하는 후보자가 피곤하게 보일때는 보고듣는 시청자들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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