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서 만난 공깃돌 놀이

티벳의 수도 라사 근방 남초호수 - Namcho Lake (3)

등록 2002.10.25 03:38수정 2002.11.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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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hi Dorje 사원

a 작은 암자 앞에서 만난 승려

작은 암자 앞에서 만난 승려 ⓒ 최윤호

생각해보니 불교 사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도착한 이곳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불교 건축물이나 유적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저 뜻 모를 경전이 새겨진 석판들과 룽다가 나부끼는 돌무덤이 즐비할 뿐이었지요.


검은 얼굴을 반짝이면서 어떤 스님 한 분이 걸어나왔습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던 그는 대뜸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스님이라기보다는 주인이 떠난 집을 지키는 사람처럼 궁색한 차림의 그 스님은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가는 저를 배웅해줍니다.

'사원 경내'라고 볼 수 있는 섬 주위에서 만난 스님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어쩌면 만나고서도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티벳 절들이 되살아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주워들은 얘기를 상기하면서 의문을 접었습니다. 돌아올 스님이라도 있어야 이 사원도 북적일텐데 말입니다.

섬을 한 바퀴 돌며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는 것에 두 시간여가 걸렸습니다. 빨리 걷는다면야 훨씬 빠를테지만 아무튼 저는 그렇게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잡는 티벳식 공깃돌 놀이

a 숙소 앞마당에서 만난 티벳식 공깃돌 놀이

숙소 앞마당에서 만난 티벳식 공깃돌 놀이 ⓒ 최윤호

숙소의 일을 봐주는 꼬마들은 자주 공깃돌 놀이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공깃돌이 네 개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잡히는 대로 모아놓고 놀이를 시작하는데 특이하게도 아주 많이 모아놓은 돌멩이 공기알들을 한움큼씩 따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린 시절 손 위에 프라스틱으로 만든 공기알 다섯 개를 못 올려 쩔쩔매던 것을 생각하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지요. 열 개 정도는 너끈히 손위로 올려버립니다. 어설픈 저도 옛생각을 하면서 함께 해보지만 맘대로 되지를 않았습니다. 다섯 개는 커녕 두세 개를 제대로 못 하는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웃으며 쳐다보더군요. 저는 중간에 놀이를 포기하고 사진기 셔터만 무작정 눌러대었습니다.

굳이 한국의 놀이와 같다는 생각에 골몰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것도 '한류'라고 소개되지는 않겠지요??


봉우리 오르기

a 산을 오르기 시작할 즈음

산을 오르기 시작할 즈음 ⓒ 최윤호


a 완만한 언덕 너머

완만한 언덕 너머 ⓒ 최윤호


a 그리 멀지 않은, 그러나 멀고 먼 봉우리

그리 멀지 않은, 그러나 멀고 먼 봉우리 ⓒ 최윤호


이곳은 족히 사천오백미터는 넘는 곳입니다. 하룻밤을 더 보낸 저와 몇 사람은 섬의 중앙에 솟아 있는 봉우리를 오르기로 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백미터를 조금 넘어보이는 산 윗쪽까지 오르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야 숨이 찰 정도는 아니지만 산을 올라가기 시작한 일행들은 가빠지는 숨을 내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눈에 잡힐 듯 한 언덕들이 생각만큼 가까이 와주지 않을 때에는 인체의 신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저의 폐는 담배연기와 공해에 찌든 '도시용'이었으니까요.

'천신만고'라면 너무했고 그보다 약간 적은 힘을 들이며 오른 봉우리에서는 남초의 또 다른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탁 트인 호숫물과 하늘, 구름들, 그리고 나부끼는 룽다가 어울렸습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 봉우리들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누가 이런 광경을 만들어 이곳에 가져다 놓을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a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본 남초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본 남초 ⓒ 최윤호


a 함께오른 동료는 풍광에 넋을 잃었고...

함께오른 동료는 풍광에 넋을 잃었고... ⓒ 최윤호


a 봉우리 위의 룽다가 구름, 호수, 멀리 보이는 봉우리와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봉우리 위의 룽다가 구름, 호수, 멀리 보이는 봉우리와 어울려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 최윤호


남초에서 볼 수 있는 것

a 돌아가는 길에 만난 외지인을 위한 노점

돌아가는 길에 만난 외지인을 위한 노점 ⓒ 최윤호

티벳의 아름다운 섬 남초는 해발 4-5000미터를 넘나드는 곳입니다. 맑은 하늘은 드넓은 호수의 수면과 어울려 마치 바다에 온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매일마다 중국의 도시들에서 찾아온 약간은 거만한 중국인들이 역시나 거만한(?) 여러 나라의 여행자들과 함께 이곳을 지나갑니다. 관광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들의 방문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한 한낱 '돈'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어떤 고상한 여행자도 풀지 못하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사원에는 승려가 없고 원주민들은 너도나도 숙소를 지어 생계를 꾸리기에 바쁩니다. 이런 '관광지화현상'은 티벳의 다른 지역으로도 급속히 퍼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항상 더 낭만적이고 때묻지 않은 풍경들을 이곳 티벳에서 보기를 원합니다.

이미 나라와 지역의 구분이 모호해질 만큼 '세계화'가 아시아 각국의 모토로 자리잡는 지금은 어쩌면 어느 누구도 '여행하지 말아야 할 시기'인 것은 아닌지, 또한 딜레마에 빠져버린 지금 조용히 되씹어봅니다.

a 라사로 돌아오는 길. 어디론가 떠나는 듯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라사로 돌아오는 길. 어디론가 떠나는 듯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 최윤호

덧붙이는 글 | 티벳의 남초기행에서 다음회에는 인도 이야기로 잠시 건너갑니다. 동시에 다른 분께서 연재하시는 중국여행기의 티벳관련 이야기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티벳의 남초기행에서 다음회에는 인도 이야기로 잠시 건너갑니다. 동시에 다른 분께서 연재하시는 중국여행기의 티벳관련 이야기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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