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가 밝힌 조씨의 사망 원인. 전신에 걸쳐 폭행당한 흔적이 남아 있다.오마이뉴스 고정미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은 피의자가 자해를 한 것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처럼 설명하였으며, 또 폭행은 없었고 무릎을 꿇린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피의자의 시신은 거의 전신이 멍이 들었을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한 구석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검찰 직원들은 뒤로 유족들을 찾아가 1억원을 내밀며 '국가와 검찰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각종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조건으로 합의를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법을 가장 잘 안다는 사람들이 사람을 죽여놓고 '목숨값'을 불법으로 흥정하고 나선 것이다.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검찰이 사람을 때려서 죽였는데도 책임자라는 사람이 "폭행수사관들이 조직폭력배 처단의 굳은 의지를 갖고 위험하고도 어려운 수사에 혼신의 힘을 다하다가 의욕이 지나쳐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 정상을 참작, 깊은 이해와 함께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한 점은 검찰간부의 '인권지수'를 가늠케 하고도 남는다. 특히 검찰직원들이 뒤에서 돈으로 이 사건을 무마하려했다는 사실은 또하나의 범죄행위라고 봐야할 것이다.
불과 며칠전 국민적 관심사였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사건'을 구렁이 담넘어가듯 얼버무려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사온 검찰이 이번에는 피의자 폭행치사로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내부의 대대적인 개혁과 자기반성만이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검찰에 이어 국민들의 안녕 확보와 질서수호를 책임지고 있는 경찰 역시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어 엄혹한 자기혁신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새벽 경찰은 강도를 추격하던 용감한 시민을 강도로 오인,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오인'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판단착오와 과잉대응, 즉 무성의한 업무집행이 사고 원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사고를 낸 경찰은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저항이 심한데다 추격과정에서 급박한 나머지 총기를 사용하였으며, 또 엉덩이 아랫부분을 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과 현장검증 결과 사고를 낸 경찰관이 사건을 은폐, 왜곡하기 위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을 일찍 파악하고도 이날밤 늦게야 발표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상황에 따라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극히 한정적으로 제한돼 있다. 그동안 경찰관들의 총기사용으로 인한 과잉방어, 혹은 과잉대응은 수도 없이 많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같은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경찰의 법집행이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담보할 정도로 허술하다면 경찰관들의 총기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연인원 수 십만명을 투입해 흔적도 찾지못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사건 발생 11년만에 유골로 돌아왔으나 경찰은 이번에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결처리했다. 11년간 그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할 때 거대한 경찰조직이 그들에게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수사 초기 '자연사' 가능성을 강조해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마음의 고통만 가중시켰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