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를 단 채 사열하고 있는 북한미사일
이러한 북한측의 경고는 지난 10월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2차 북일 수교교섭에서 일본이 핵 문제와 납치문제를 강하게 제기함에 따라 교섭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나온 것이다. 북한은 이 교섭에서 핵 문제는 미국과의 사안이고 납치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일본은 "핵 문제와 납치 문제 해결 없는 수교는 없다"며 강경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북한은 2002년 9월 17일 일본과의 평양정상회담 때, 양국 국교가 정상화되는 것을 전제로 미사일 발사 동결 조치를 2003년 이후에도 연장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이 핵 문제를 이유로 수교교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를 간접적으로 경고하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북한측의 경고는 10월 핵 파문과 11월 5일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을 이라크, 러시아, 프랑스와 함께 생물무기의 일종인 천연두균을 보유한 국가로 보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함께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론이 다시 전면으로 부각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곧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경고가 갖는 의미는?
일단 북한의 경고는 납치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양보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핵 문제를 이유로 수교교섭에 강경한 태도에 나오자, 이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일정상회담 결과 가운데 일본 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를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북일정상회담의 역풍을 맞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를 압박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북한에서는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경고는 일본에게 수교교섭에 성실히 나설 것을 촉구하는 '협상용'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시험 발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외무성 대변인이 시험 발사 중지 재고를 경고하면서 "북일 정상화 회담이 공전만 반복하는 경우"라는 전제를 단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이번 경고는 '억제력'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미사일 카드를 통해 1차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다시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대미, 대일 억제력 차원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망은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한 때는 1993년 5월과 1998년 8월말 두 차례이다. 93년에 실시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던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시험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정거리 1300km에 달하는 노동미사일로 일본의 주요 도시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98년 8월 31일에 실시된 대포동1호(광명성 1호) 발사 시험 역시 북한이 안보 불안을 강하게 느낀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금창리 지하터널을 핵의혹 시설로 단정하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가나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탄자니아와 수단의 화학무기 의혹 시설을 미사일 공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금창리 핵의혹 시설은 '텅 빈 동굴'로, 수단의 화학무기 의혹 시설은 일반 제약공장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93년과 98년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으로부터의 체제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시기에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본질적인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이다.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