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 민주당 의원 후원회에서 김홍일 의원과 부인,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은 정권말기가 돼서 우리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를 하고 있고 비판도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어느 한 시절 우리를 만나려고 애쓰던 그런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때를 생각하고 지금을 비교하면서 인생의 무상을 느낍니다."
김홍일 의원 후원회에서 한화갑 대표가 한 말이다.
보통 국회의원의 후원회는 분위기가 밝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정권 말기, 대통령 아들의 후원회는 엄숙하고 쓸쓸했다.
7일 오전 11시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후원회가 열렸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후 세번째 열린 후원회. 첫해에는 김 의원이 후원회를 연다고 하자 일각에서 "대통령의 아들이 후원회를 하려고 한다"고 따갑게 비판해 그만 두기도 한, '사연 많은 후원회'였다.
이 자리에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이협·정균환·김태랑 최고위원을 비롯해 현역의원 약 40여명과 약 200여명의 후원자들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부인 윤혜라씨, 둘째·세째 딸 정화·화영씨와 함께 손님을 맞았다.
참석 의원은 김경천·김상현·김성호·김영진·김운용·김태홍·김화중·김희선·남궁석·윤철상·박병윤·박양수·배기선·배기운·심재권·이강래·이상수·이재정·이훈평·장재식·장태완·전갑길·정대철·정동채·정범구·정세균·정철기·천용택·최명헌·최재승 의원과 자민련의 이양희·원철희 의원, 무소속의 이윤수·김덕배 의원 등이다.
국회의원 후원회는 동료·선배 의원과 외빈들의 덕담이 줄을 잇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후원회는 그렇지 않았다. 한화갑 대표만이 단상에 올랐다.
한 대표는 "김홍일 의원을 보면,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역사가 알알이 점철된 현장을 목격해서 대단히 가슴이 아프다"면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과거에 어두운 세상을 살 때, 우리는 '누가 우리를 보는가' 이렇게 옆을 살피면서 사람을 상대했고, 우리를 상대한 사람들이 우리를 경원시할 때, '왜 우리를 경원시 하느냐'는 항의보다는 '우리가 저 사람들을 이해해야지' 이런 식으로 살았고, 우리가 70년대와 80년대을 살면서 무슨 때만 되면 굴비처럼 엮여서 감옥행이었던, 그 세월의 흔적 하나하나가 김홍일 의원 모습에서 다 나타납니다."
한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주인공인 김 의원이 비틀비틀거리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단상에 올랐다. 김 의원은 71년 '서울대 내란음모사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관련해 투옥돼 심한 고문을 받아 고문후유증을 앓고 있다.
연설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김 의원의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 의원의 부인 윤애라 씨와 한 대표 등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내외 귀빈 여러분! 회고해 보건대 제 인생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현실과 정치인이라는 의무 사이에서 단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습니다. 때로는 사회 일각의 부당한 비난을 받아들여야 했고, 주위의 기대가 너무 힘겨워 피하고 싶은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사를 정정당당하게 대응했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연설 때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연설 후 확인한 김 의원의 연설문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거물 야당정치인의 아들, 원내에 진출한 이후 한 정치인,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과 노벨상 수상,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발병과 두 동생의 구속 등 수많은 사연이 이 말속에 담겨 있다.
이날 후원회 행사는 12시 20분경 한 시간 가량만에 1부가 끝나고 2부로 포크송 음악회 행사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