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법원에서 1차 공판이 있었다.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측에서 기소를 했고, 오늘은 그와 관련한 사실 확인 심문 및 변호인의 심문과 의견, 그리고 검사측의 구형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윤민석 대표님의 최후진술로 1차 공판을 마쳤다.
검사는 실형 1년을 구형했고, 변호인 측에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오늘 공판의 내용을 토대로 12월 5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고 이날,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공판의 내용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아래에 윤민석 대표님의 최후진술서를 함께 적습니다.
최 후 진 술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지난 15년 이상의 세월동안 민중가요, 작곡가로서 살아왔습니다만 민중가요는 ‘데모할 때 부르는 노래’라거나 ‘일부 운동권만의 노래’라는 등의 오해로부터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기에 혹 그런 오해와 잘못된 선입견의 연장선상에서 또 한번 저의 노래가 비추어 질 수도 있다는 기우 때문에 먼저 민중가요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 드리자면, 멀리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노래 ‘아리랑’에서부터 녹두장군 전봉준을 기리며 만들어졌다는‘파랑새요(謠)’, 그리고 7,8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한때는 금지곡이었지만 이제는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아침이슬’에 이르기까지, 민중가요는 이 땅 민중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나 삶의 애환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면서 힘과 위로가 되고, 그들의 마음을 담아내며 꾸준히 사랑받아 온 노래입니다.
또한 저는 이러한 민중가요야말로 상품으로서의 거짓노래가 아니라‘삶으로서의 참된 노래’라고 믿기에 지금껏 짧지 않은 세월동안을 지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중가요의 미덕을 계승하는 작곡가의 자부심으로 기쁘게 견디어 왔으며, 제도권방송에서는 철저히 외면되는 민중가요의 현실을 극복하고 민중가요의 의미를 널리 공유하고자, 지난해 12월 ‘Songnlife.com’ 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 사이트는 순전히, 저의 뜻에 공감하고 이러한 노력을 가상히 여겨 주시는 후원회원님들의 작은 정성들로 운영되고, 모든 노래들은 특별한 대가없이 무료로 듣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곳이며, 이 공소장에 적시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도 이러한 그 간의 민중가요창작의 과정에서 지난 3월 경 만들어져서, 4월 4일에 사이트에 등재되었고, 지금껏 18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노래를 내려 받는 등, 폭발적인 인기와 호응을 받았던 곡입니다.
사실 저는 공소장을 처음 받아 보았을 때 선거운동기간 위반이라는 공소내용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조사과정을 통해 가장 많이 추궁 받았던, 이 노래의 주인공에 대한 비방혐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는 제목에서처럼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발인 스스로가 밝혔듯이,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를 소재로 한 노래입니다.
모두 4개의 절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절에서는 소재와 관련하여 언론에 보도된 의혹들을 나열하였고
후렴부분에서 ‘어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꿈꿀 수 있나 / 어쩌다가 우리 국민 이다지도 만만해 졌나'라고 노래하였습니다.
후렴구에서도 알 수 있으시겠지만 저는 이 노래에서, 이 후보가 아닌 그 어떤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이런 의혹과 비리혐의가 제기되는 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꿈꿀 수 있다는 기막힌 현실을 개탄하면서, 제대로 된 나라라면, 대통령후보는커녕 청문회에나 서야 할 사람이, 집권야당의 총재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또 가장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실 자체에 대한, 국민으로서 자괴감을 노래를 통해 표현한 것이지, 결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를 이야기 한 것이 아니며, 기실 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왜 선거와 연관지어져 단죄 받아야 하는지요.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어느 방송사에서 패스트푸드가 자라나는 아이들의 비만과 과격한 성격형성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보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패스트푸드의 가공할 폐해를 보도했다고 해서 곧바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한 것이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풍, 병풍, 북풍을 비롯한 온갖 비리의혹에다가 초호화빌라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당사자조차 그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이야기까지하던 시점(지난 4월경)에서 그에 대한 풍자와 고발의 노래를 만든 것이 어찌하여 오로지 8개월 여 후에나 있을 대통령선거만을 의식하여 공소의 내용처럼 ‘한나라당 이회창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될 수 있겠습니까?
올해 대통령선거가 있다고 해서 결과론적으로 모든 현상에 선거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2-30대의 지지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이 후보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투표참여를 권장하는 중앙선관위도 결과적으로는 편파적인 일을 하여 선거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고발해야 하는 것인지요.
현실 속에서 있을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대법관 출신이라는 이회창씨는 지난 11월 7일 MBC에서 방영된 100분 토론에서, 한 패널의 세풍사건 관련 질문에 대해 동생 이회성이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걷어 당에 입금했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아니어서 불기소된 것이라며 사법부와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후보의 동생 이회성은 이석희 前국세청차장 등과 함께 24개 기업으로부터 166억 7천만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어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에 있고, 이석희씨의 미국도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국세청을 동원한 정치자금의 강제징수라는 명백한 불법행위마저 불법이 아니라고 하고, 기소된 것도 불기소되었다고 방송에서조차 거짓말하는 사람이 이 나라의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사실에 분노하여 그 사람의 거짓말을 고발하는 노래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만평을 그리면 그것도 선거법위반이 되어야 하는지요.
그렇다면 입은 풀고 돈은 묶겠다는 취지로 만들어 진 선거법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며, 국민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벙어리로 있다가 선거당일에 그냥 조용히 표나 찍으라는 것인지요.
물론 저는 저의 이 노래를 한 사람에 대한 비방을 목적으로 하는 노래라고 매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절대 동의할 수 없지만, 이 노래를 만든 사실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이 노래를 만든 목적을 사전선거운동이라 폄하하는 것은 지금껏 민중가요작곡가의 자부심으로 살아 온 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기에 더 더욱 인정할 수 없습니다.
주위 분들의 의견 중에는, 저를 고발한 측의 사람들이 이 노래의 노랫말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비방목적 여부가 법정에서 제기되어 이 후보에 대한 의혹들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역효과라고 판단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이 후보를 욕보였다고 생각되는 저를 실정법위반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유죄판결이 가장 용이할 것 같은 선거운동기간위반이라는 혐의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나라의 검찰이 정치적 판단으로 줄서기를 한다거나 그렇게까지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사실이라면, 고발인은 자신에게 불리할 듯한 노래를 만든 괘씸한 놈을 손보고자 신성한 법정을 이용하려한다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대학생 시절, 이 만큼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시발점이 된 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국민의 힘을 두 눈으로 보면서 진보하는 역사의 진리에 대한 믿음과, 조국과 민중에 대한 사랑, 그리고 양심의 명령을 따라 사는 것이 참된 삶이라는 명제를 굳게 믿으며 살아 온 자랑스러운 전대협 세대이기에, 기간의 운동경력을 입신의 간판으로 삼지 않고, 저희 세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며 국민들과 함께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그 젊은 날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며 살아가는 자부심으로 지금껏 버티어 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굳이 이 송사가 아니어도 저희 사이트는 재정의 문제로 인해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부디 하다하다 끝내 어쩔 수없이 문을 닫게 되는 그 마지막 날까지 만이라도, 조국과 민중 앞에 했던 저의 작은 약속이 단지 선거와 연관된 짓거리라는 모욕을 당하지 않고 지켜 질 수 있도록,
또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시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법에 의해 유린되지 않도록 현명하고도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 주실 것을 믿고, 또 간곡히 부탁드리며 이것으로 저의 최후진술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끝까지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여) 민중가요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그 바탕정서로 하면서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리워져 왔습니다. 민중의 공익을 위해 만들어 졌던 저의 다른 노래들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오니 부디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2월 5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이 열릴 예정이고, 이날,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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