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권, SOFA 개정 '3인 3색'

[대선 후보 통일/외교/안보 정책 검증] (1) 대미관계

등록 2002.12.03 10:44수정 2002.1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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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각 후보들의 각종 정책을 비교·평가·검증작업을 활발히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여중생 압사사건과 유엔사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제동 등으로 계기로 한미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으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열린인터뷰' 등 다양한 형태로 후보검증 작업을 해온 <오마이뉴스>는 이번에는 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교, 평가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평화 대통령'을 뽑는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번 정책검증 기획은 한미관계, 북핵문제, 남북관계, 국방정책 등 네 분야로, 집필은 <평화네트워크> 대표이자 <오마이뉴스> 평화·통일 담당기자인 정욱식씨가 맡습니다...<편집자 주>


2일 광화문 사거리, 시민들과 신부들의 촛불시위에 참가한 가수 이정현씨의 차. 소파개정과 여중생 추모의 메시지를 창문에 붙였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2일 광화문 사거리, 시민들과 신부들의 촛불시위에 참가한 가수 이정현씨의 차. 소파개정과 여중생 추모의 메시지를 창문에 붙였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여중생 사건에 대해 미군측이 '무죄 평결'을 내리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에 대해 목소리를 낮춰왔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나름대로 '한미관계의 개선'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표를 의식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공약인지, 세부적인 실천 계획은 담겨 있는지, 집권 후에 이를 실행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반미 지도자'로 비춰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국민 여론의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ADTOP5@
삼구동성(三口同聲)으로 외치는 'SOFA 개정'

여중생 사건 무죄 평결이후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에 대해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모두 SOFA 개정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후보는 무죄 평결이 나온 직후부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SOFA는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형사관할권 조항과 환경관련 조항은 더욱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무죄 평결에 대해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법무부와 청와대를 겨냥해 "누가의 정부냐"며 비난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이회창 후보가 어제(11월 26일) TV 토론에서 이 문제를 적시,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와 다행스럽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반미 문제'로 곤혹을 치른 바 있는 노무현 후보는 SOFA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후보는 "한미협력의 큰 틀 속에서 미국측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일본이나 NATO가 미국과 맺고 있는 협정의 수준으로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해 'No'라고 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권영길 후보는 SOFA 개정에 대해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부분 개정'으로는 안되고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원칙하에, 한국의 수사권 제한 조항 폐지, 공무상 범죄에 대해서도 한국의 형사재판권 관할, 환경파괴에 대한 복구 의무를 명시한 환경조항의 개정 등을 내걸고 있다.


@ADTOP6@
세 후보 모두 이처럼 삼구동성으로 SOFA 개정을 외치고 있지만, 집권 후에 이를 실천에 옮길지는 두고볼 문제이다. SOFA 개정 불가, 특히 미군을 한국을 포함한 타국 법정에 세우는 것에 거의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SOFA 개정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SOFA 개정 문제는 차기 정부의 첫 번째 대미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자국의 국민이나 군인이 기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양자협정에 대해 이 후보와 노 후보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후보는 "ICC 회원국으로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노 후보는 "검토후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호성으로 일관하는 MD 참여 문제

차기 정부가 직면할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요구 가운데 하나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여하라는 게 될 것이 확실하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6월 13일 MD 구축의 제한을 둔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이 공식적으로 파기된 이후, 유럽과 동북아의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MD 참여 압력을 놓여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MD 열차가 곧 떠난다. 참여 여부를 빨리 결정하라"며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게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서는 대선이 임박한 관계로, MD 참여 문제를 껄끄러운 김대중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MD 참여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출범 직후부터 미국이 2003년에 추진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와 탄도미사일 요격체제를 장착한 이지스함의 남한 배치 문제와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MD 참여 문제가 한미간의 민감한 사안인 만큼, '불참 의사'를 명확히 한 권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아직 미국의 MD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문제를 결정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 후보 역시 "미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오면 MD의 내용과 의미, 한반도에서의 적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미국의 MD 계획은 '계획 단계'에서 '실행단계'로 접어든지 오래고, 미국의 MD 참여 요구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해도, 1999년 3월, 2001년 1월과 5월 등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미 관련 사안의 모호성은 대이라크 전쟁 직간접적인 참전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권 후보 진영에서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패권주의적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한 반면에,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지금 단계에서 밝힐 사안이 아니다"며 검증의 예봉을 피하려고 하고 있다.

한미관계 청사진에 대한 삼인삼색(三人三色)

이 후보와 노 후보 모두 한미동맹이 안보상의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어왔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한미동맹관계의 유지·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두 후보 모두 주한미군이 통일이후에도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신 한미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탓인지, 불평등한 점과 잘못된 점을 적극적으로 고쳐 동등하고 수평적인 한미관계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노 후보가 집권시 현재 주한미군에게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평화단체들과 대선유권자연대가 보낸 질의서에서 "군사주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측에서는 이 질의를 포함해 평화단체들과 대선유권자연대가 공동 명의로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사외에 답변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 때문이다.

한미관계 개선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후보는 권영길 후보이다. 그는 "남-북-미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북일간 국교수립 과정과 함께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1단계로 지금 당장 전시작전권의 환수 및 SOFA 개정을 추진하고, 2단계로 남-북-미간의 평화체제가 이뤄지면 육군 병력인 2사단과 오산과 군산의 공군 가운데 한군데는 철수시키며, 사실상의 통일단계로 접어드는 3단계에서는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대미관계에 대해 권 후보는 다른 후보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이 후보와 노 후보는 거의 차이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는 '친미', 노 후보는 '반미'라는 이미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정책대결을 내세우면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떳떳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선거라는 시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책이라는 상품을 숨겨둔 채, 유권자에게 표를 사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남은 기간동안 SOFA에 대한 구체적인 개정 방향, 대이라크 전쟁 참전 문제, 미국 주도의 MD 참여 문제 등 핵심적인 정책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정책대결다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대선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질의 답변서와 시민단체의 요구안 등 세부적인 자료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선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질의 답변서와 시민단체의 요구안 등 세부적인 자료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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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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