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인지 '효선'인지도 모르고 있는 이 후보님께

등록 2002.12.06 11:10수정 2002.12.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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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를 효선이라고 말하고 있는 E-회창 뉴스의 캡쳐 사진
효순이를 효선이라고 말하고 있는 E-회창 뉴스의 캡쳐 사진류기석
두 중학생의 죽음으로 인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미는 곧 친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반미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미국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지금까지의 주한미군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당연한 분노일 것이다.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인해서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들은 대선을 앞둔 보수정당과 후보들일 것이다. 특히 친미적인 성향이 강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반미 감정이 당선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적인 목적이었는지 진심에서 우러나왔었는지 한나라당은 민주당 보다 빨리 부시의 공식적인 사과와 SOFA 개정을 촉구했다. 여러 사람들은 친미 성향의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겠지만, 친미성향의 보수 정치인이 미국에 대해서 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말한 부시 사과와 SOFA 개정이 진심인지 의심이 들게 되었다. 그것도 다름이 아닌 한나라당 웹사이트에 올라와있는 e-회창 뉴스를 보고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SOFA 개정을 위한 당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나라당 웹사이트의 E-회창 뉴스에서는 서명운동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과연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두 여중생들에게 관심이 있고,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이회창 후보는 두 여중생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의 E-회창 뉴스에서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이회창 후보는 “우리 아름다운 미선이, 효선이 두 여중생이 불행한 사고로 숨졌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 신효순양의 이름을 효선이라고 말한 것이다. 선거로 인한 바쁜 일정 때문에 몸과 정신이 피곤해서 일시적인 착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너그러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나라당에서 제공한 E-회창 뉴스의 자막에서도 “미선이, 효선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효선이”라고 말한 것은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물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중대한 실수를 한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이회창 후보를 알리고 당선을 위해서 애쓰는 한나라당 사람들까지 아무런 여과도 없이 “효선이”라고 자막까지 만든 것을 보면서 정말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두 여중생의 죽음에 애도하는 마음이 있는지, 애도하는 마음은커녕 두 여중생들에게 관심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이회창 후보는 언론을 통해서는 SOFA 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광화문 추모식은커녕 어떠한 두 여중생 관련 집회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다.


과연 SOFA 개정과 부시 사과를 당당하게 주장했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과연 진심으로 그러한 약속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반미 확산 분위기에 대해서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친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인지 의심이 된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지난 10월19일 KBS 한국방송의 심야토론에서 이회창 후보는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기만 하면 한총련에 소속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무조건 구속되는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시청자의 질문에 대해서 그러한 상황이 있는지 잘 모른다는 답변을 했었다. 국가보안법 개폐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런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이회창 후보는 왜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것의 유지를 주장했었단 말인가. 나는 이러한 이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국가보안법과 같이 그리고 이번 두 여중생의 사망 사고와 같이, 힘없는 국민들이 당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이 오직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만 정책을 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일화 이후에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선두에 오른 이후에도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여전히 이회창 후보라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이회창 후보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세우는 정책의 목적이 당의 집권과 같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 세워지기 보다는 국민에게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더욱이 권력자에 의해서 일어나는 억울한 일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먼저 이회창 후보는 신효순양을 “효선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 효순양의 부모님들과 국민들 앞에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당원들만 모아놓고 서명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사과와 SOFA 개정에 대한 주장이 국민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E-회창 뉴스 자막은 5일 저녁에 바르게 정정되었다.

덧붙이는 글 | 관련 E-회창 뉴스 동영상 주소 : mms://211.216.46.106/movie/021204_1.asf

덧붙이는 글 관련 E-회창 뉴스 동영상 주소 : mms://211.216.46.106/movie/021204_1.a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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