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마당을 떠도는 아이들(99년 1월 KBS 일요스페셜 방영)
이러한 경고는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계속 나왔지만, 북한이 90년대 중후반에 못지 않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할 것으로까지는 예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이유로 식량지원원량을 대폭 줄이고, 2001년부터 식량지원을 중단한 일본이 납치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파격적인 양보에도 불구하고 식량지원을 재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인도주의적 대참사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러한 경고에 대해 한국의 대다수 언론과 시민사회마저도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가 12월 5일자에 북한의 식량난을 크게 보도한 것과도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WFP, "구호 대상 주민 64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어"
국제사회가 지원한 대북 식량지원의 분배를 담당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는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이 줄어듦에 따라 이미 지난 9월부터 식량지원 대상자를 64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인 상태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임산부, 노인 등 취약 계층이 대거 포함돼 있어, 상당수의 북한 주민들은 이번 겨울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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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북한의 내년도 식량 부족분이 최소 11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WFP를 통한 내년도 식량 확보량이 약 한달치에 불과해 식량지원 대상자를 또 다시 3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WFP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약 400-500만명이 기아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약 200만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90년대 중후반의 식량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식량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의 어린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WFP가 지원해온 약 640만명의 북한 주민 가운데,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 400만명에 달한다고 WFP는 밝히고 있다. 식량지원이 중단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북한 어린이 약 250만명 이상이 아사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WFP의 지원 대상자로만 한정한 것으로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어린이들을 포함시키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단법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지난 11월 16일 발표한 '북녘 어린이 건강실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국제적십자연맹 등 여러 기관들의 자료를 종합·분석한 결과,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220만명 가운데, 100만명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사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설사병과 급성호흡기 감염증이 급증하면서 어린이 사망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산모의 영양불량과 질병으로 산모사망률과 영아사망율도 급등해, 90년에 10만명당 사망자 수가 산모 70명, 영아 1400명에서, 99년에는 각각 110명과 225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상당수의 영아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전에 세상을 뜨고 있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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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되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