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디즈니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뮬란. 그녀는 북조시대 목란시의 주인공으로 49년 중국에서도 영화화됐다
다음 시대의 인물로 인기를 끈 이는 5세기 무렵 북조(北朝)의 남장 여인 목란(木蘭)일 것이다. 북조의 악부민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목란시’(木蘭詩)에 등장하는 그녀는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한 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운 인물로 중국 고대시가 가운데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와 더불어 양대 시가로 꼽히는 걸작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삶은 1956년 류궈치엔(劉國權) 감독이 <화목란 花木蘭>을 만들면서 영화화되고,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뮬란 Mulan>으로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데뷔하기도 했다.
소림사, 양귀비, 징기스칸 등 종종 소재로 반영
이후 중국 역사는 수당, 5대10국, 송, 원, 명, 청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시기는 아직까지 중국영화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작품을 갖지 못했다. 수에서 당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로는 리롄지에(이연걸)의 데뷔작인 <소림사 少林寺 1984>가 있을 것이다. 당 태종 이세민이 건국 전 위기에 몰렸을 때, 소림사의 승려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리롄지에뿐만 아니라 중국 무술을 영화의 전면에 등장시킨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당 현종의 사랑을 받았던 양귀비는 이야기 속에서 항상 주도권을 잡았지만 막상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 최초의 여제(女帝) 무측천(武則天)의 삶은 소재로한 <무측천>과 <양귀비>를 만든 리한샹(李翰祥) 감독 정도가 이 시대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후 907년 당나라가 멸망한 뒤 중국은 5대 10국으로 분열되었다가, 송(宋)나라에 의하여 다시 통일되었다. 그리고 12세기 말에는 징기스칸이 중국을 비롯한 중앙 아시아와 인도, 유럽을 정복하면서 대제국을 세웠다. 징기스칸을 소재로 한 영화는 상당히 많다. 가장 최근 영화로는 1998년 홍콩에서 제작한 <징기스칸>을 비롯해 <일대천교 징기스칸 一代天驕 成吉思汗> 등 적지 않은 영화가 제작됐다. 징기스칸 영화의 경우 대부분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천하를 호령하는 그의 영웅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홍콩에서 제작한 영화의 경우 몽골인으로서 징기스칸을 다루기 보다는 중국 영토를 넓히고, 훗날 중국에 문화적 교화하는 방향으로도 많이 유도하고 있다.
명대는 극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그다지 많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로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했다. 명대의 마지막 인물인 정성공(鄭成功)이 비교적 환대를 받는다. 명나라 관리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반청복명(反淸復明)의 초기인물이다. 1636년 누루하치가 청을 세운 후에도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굴복하지 않고, 명나라의 복원을 꿈꾸던 인물이 있었다. 순치제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그를 회유하는 한편 강희제가 재위한 1661년 청나라가 연안 5성(省)의 백성을 내지(內地)로 옮겨 그와의 관계를 두절시키는 천계령(遷界令)을 폈다. 그럼에도 그는 타이완(臺灣)을 공략하여 새로운 기지를 확보하고, 항청복명(抗淸復明)과 대륙 반격의 강화를 기도하였으나 다음해 급사하였다. <정성공>이 영화화되는 것은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자존심을 살린 경우이기 때문이다.
청 시대의 소재는 영화로 보다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많은 빛을 봤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환주꺼거 還珠格格>는 청나라를 부강시킨 강희황제(재위 1661∼1722)를 중심으로 한 영화다. 또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녹정기’를 영화화한 <녹정기 鹿鼎記>역시 강희황제의 암살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환주꺼거가 아니라도 강희황제를 소재로한 드라마가 중국 텔레비전에서 끝나는 날이 없다할 만큼 그는 중국 역사 사극의 중요한 인물이다. 영토확장 사업을 위해 천하를 주유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 학문에도 깊은 열정을 보인 황제여서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인 서태후를 대룬 영화들도 몇차례 만들어졌다. 중국 인물영화의 대가 리한샹이 만든 <서태후>를 비롯한 영화들이 많다. 또 서국 제국주이 세력이 급속히 밀려든 청말도 중국 영화사에 중요한 소재가 됐다.
씨에진(謝晉) 감독의 <아편전쟁>을 비롯해 중국과 홍콩에서 만들어진 <황비홍> 등이 이런 상황을 소재로 적극 채택하고 있다. 1839년부터 벌어진 청나라와 영국의 갈등이 전쟁으로 번진 후 중국에게 무력적인 개항의 발판이 된 아편전쟁은 이 영화 외에도 당시 흠차(欽差:全權)대신으로 강하게 저항한 임칙서(林則徐)를 중심으로 한 <임칙서 1959>등 다양한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후에 리롄지에를 스타로 등극시킨 <황비홍>의 전작인 <황비홍전 黃飛鴻傳>이 1949년 후펑(湖鵬) 감독의 손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1851∼1864까지 14년간 존속했으며, 한때는 중원을 장악했다할 만큼 큰 세력을 태평천국을 소재로한 영화 <태평천국>과 드라마 <태평천국>도 있다.
청말중초는 계속해서 영화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