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겨있는 방미투쟁단 단장 한상렬목사박우성
방미투쟁단이 이번의 LA 촛불시위에서 겪었던 두 가지 어려움은 그 하나 하나가 미국 내에서의 여중생 사건 공론화가 당면하고 있는 부담감을 분명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안들이었다.
그 첫번째인 로욜라법대측의 행사장소 거절. 로욜라법대측의 일방적인 약속취소는 사실 상당히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학교측이 사전에 행사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제적인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부시행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전한 높은 지지율의 실제를 확인시켜주는 사건으로 보여진다.
방미투쟁단이 뉴욕에서 유엔을 방문하고 백악관 앞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할 때까지도 미국의 대다수 언론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방미투쟁단과 현지후원회의 미국내 언론사에 대한 홍보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미언론의 태도는 그 이전부터도 이 사건이 갖고 있는 의미와 한국인들의 요구를 소극적으로 대하거나 일부에서는 작의적인 왜곡까지 시도해가며 축소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두번째는 일부 한인동포들의 반미운동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과 공포이다. 미국 내 한인들은 특수한 사정을 안고 있다. 소수계로서 차별당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그러한 차별을 단지 개인적인 차원으로 국한시켜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또 한국정부가 취해온 당당하지 못한 대외관계로 인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대다수 재미동포들의 의식은 재향군인회로 대표되는 '미국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는 보수층의 기형적인 부채의식과 떠나온 고향과 사람들의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의 사정에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향수병의 중간 어디쯤에 놓여 있다.
촛불시위 현장에 나타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내 아들 다치면 책임질 거냐"라며 으름장을 놓던 한 재향군인회원의 발언은 이러한 동포들의 솔직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