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주민들의 노숙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구청 앞 비닐움막 앞에서 예수의 나심을 알리는 성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박현주
자정이 가까워지자, 눈발 날리는 중구청 앞 철거민들의 비닐움막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용두동 철거민을 위한 예배를 올리고 새벽송을 부르기 위해 저마다 가슴에 축복의 초한자루씩 품고 드럼통 난로를 빙 에둘러쌌다. 용두동 철거민 할아버지들은 손님들을 위해 연신 장작을 넣었다.
생나무에 붙자, 불꽃은 나비처럼 까만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천주교 신부님, 수녀님들, 사회단체 회원들, 그리고 여러 교회에서 모인 사람들로 중구청 앞은 흥성스러웠다. 이윽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새벽송이 울려퍼졌다. 수녀님들이 연주하는 작은 트라이앵글 소리가 맑게 울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고요한 복음성가, 혹은 경쾌한 캐롤들이 골고루 울려 펴졌다. 노래가 끝나자,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규복 목사(빈들장로교회)가 말문을 열었다.
“예수님은 빈 방이 없어 추운 마구간에서 나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교회가 집을 빼앗기고 방이 없어 길거리에서 자는 철거민을 길바닥에 두고 따뜻한 성탄예배를 드리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