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병원에 한달 넘게 입원중인 효국 군과 아버지. 안씨는 불쌍하게 자란 아이들인데 개도둑으로 몰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오마이뉴스 조호진
이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것은 26일 아버지 안씨의 신고에 의해서였다. 안씨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쓰러지자 자초지종을 듣고 112에 신고한 뒤 관할 파출소인 신기파출소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온 이들 장애인 형제를 절도미수 혐의로 긴급체포 한 것으로 보고서에 나타났다. 피해를 진술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왔다가 절도미수 혐의자로 체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도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자 경찰이 가혹행위를 통해 억지 자백을 받아냈다고 이들 형제는 주장하고 있다.
봉국 군은 29일 "경찰 아저씨가 조사에 방해가 된다고 아빠와 형, 농장 주인아저씨를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한 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면서 "무조건 '개를 훔쳤지' 라고 물어서 훔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럼 '꼴아박아(소위 군대식 기합인 '원산폭격'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해서 30분 동안 대가리를 박았고 일어난 뒤 머리도 세 대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머리를 박는 동안 다른 경찰들은 "개 도둑놈이라고 욕했고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기파출소 관계자는 29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피해를 신고하러 온 사람을 두들겨 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문서작성실은 시끄러울 때 문을 닫고 조사하는 곳이지 가혹행위를 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봉국 군을 조사한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황당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파출소를 봉국 군과 함께 찾아가 확인한 결과, 강압수사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공간은 파출소 내부 좌측에 있는 '문서작성실'로, CC-TV가 비춰지지 않는 별도의 방이었다. 봉국 군은 이 방 바닥에서 30분간 기합을 받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와 함께 파출소에서 절도미수 혐의로 긴급체포 된 이들 장애인 형제는 경찰서로 넘겨진 뒤에도 다시 경찰관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효국 군은 23일 "형사 아저씨가 농장에 침입한 죄로 아빠와 형을 처벌하겠다고 해서 무서웠다"면서 "그 형사 아저씨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세 명 다 구속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봉국 군도 "경찰 아저씨가 좋게 합의하지 않으면 감방을 보낸다고 말했다"고 함께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글을 읽지 못한다고 밝힌 이들 형제는 조서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경찰이 겁을 줘 진술서에 손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수경찰서측은 이들 형제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도 피의자의 권리"라고 반박하면서 "적법한 조사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압수사 주장에 대해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여수경찰은 26일 "객관적인 정황으로 볼 때 개를 훔치기 위해 농장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아이를 야간주거침입과 절도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서씨는 폭행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 형제의 혐의사실 부인에 대해 "주간이면 이해가 되지만 새벽 3시40분에 농장에 들어갔는데 개를 훔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무리 정상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돌아다닌 것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압에 의해 범죄혐의를 시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경찰이 위협을 하면서 조서를 받고 화해를 종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면서 "봉국이가 지난 10월에 특수절도죄로 기소유예된 사실이 절도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효국 군이 사건 이틀 뒤에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두고 이날 폭행에 의한 부상이 아닌 다른 사고(경찰 관계자는 넘어져 턱이 깨졌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에 의해 부상을 입고 치료비가 많이 나오자 언론을 이용해 치료비를 받아내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28일 "(쌍둥이 형제가)파출소에서 자술서를 작성했고 주거진술서도 직접 작성했으며 조서규정에 따라 조서 마지막에 자필로 이름을 썼다"면서 "글을 쓸 줄 아는데 읽을 줄 모른다는 주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것도 피의자의 권리다"고 말했다.
"거짓말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VS "거짓말 가능한 정신지체 장애자다"
전남 여수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쌍둥이 형제는 10년 전에 어머니가 가출해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러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와 집사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