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둑 사건?...장애인 인권유린?

"개 도둑으로 몰기 위해 강압수사" VS "거짓말도 피의자 권리"

등록 2002.12.30 10:30수정 2003.01.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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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게 기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 봉국 군. ⓒ 오마이뉴스 조호진

경찰이 정신지체 장애인 형제를 개 도둑으로 몰기 위해 강압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불우이웃과 함께 해야 할 연말연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 형제가 개 도둑으로 몰려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뒤 파출소를 찾아갔으나 경찰은 이들 장애인을 긴급체포한 뒤 가혹행위를 통해 억지 자백을 받아 개 도둑 혐의를 씌웠다는 주장이 제기돼 장애인 인권문제가 크게 불거질 전망이다.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미수 혐의'로 입건된 이들 장애인 형제는 범죄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합의서까지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장애 가족을 돌보고 있는 교회측은 장애인의 인권이 유린된 가운데 가혹행위가 동원된 수사라며 의혹을 함께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적법하게 수사된 사건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치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역(逆)으로 제기하고 있다.

"개가 귀여워 만졌을 뿐이다" VS "개를 훔치려다 들킨 절도미수 사건이다"

여수경찰은 정신지체 장애자로 쌍둥이인 안효국(17·여수시 문수동·정신지체3급)·봉국(〃) 형제를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미수혐의'로 입건하고 효국군을 폭행한 S농장주인 서모(44·여수시 웅천동)씨는 폭행혐의로 같이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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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농장. 길 바로 옆에 붙어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사건은 지난달 26일 새벽에 발생했다. 이들 형제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는 아버지 안윤완(48·정신지체2급)씨와 함께 이날 밤 1시30분께 여천 J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들 세 부자는 응급치료를 받은 뒤 1시간 거리를 걸어 귀가하다가 여수시 웅천동 고개 길가에 있는 S농장을 지나치던 도중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형제는 개가 귀여워 쓰다듬었을 뿐인데 개 도둑으로 몰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장주인 서씨는 폭행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분명히 개 도둑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농장주인 서씨는 26일 "개 도둑을 잡으려고 뛰쳐나가자 망을 보던 아버지와 개를 보듬고 있었던 사람은(봉국) 달아났고 개 줄을 풀던 아이(효국)만 붙잡았다"면서 "주먹으로 때리고 칼로 위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겁을 줄려고 했지 어떻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전에도 개를 잃어버린 적이 많아 항상 무기를 숨겨 놓고 살다가 개 도둑 세 명이 들어와 엉겁결에 뛰쳐나갔다"면서 "경찰에 집어넣으려다 인생이 불쌍해 봐 주었는데 이제와 문제를 삼는다면 세 부자도 집어넣고 나도 들어가면 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농장주인에게 붙잡혀 턱뼈가 부서지는 심한 폭행을 당한 효국군은 조선대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29일 현재 한 달이 넘게 입원 중이다.

효국 군은 23일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농장에 개가 있어 귀엽다고 쓰다듬는데 개가 짖었다"면서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 주먹을 휘둘러 피했더니 아주머니를 시켜 칼을 가져와서는 가슴과 목에 댔고 또 허벅지를 몇 번 찌른 뒤에 죽이겠다고 위협해 무릎을 끓고 살려달라고 했다"며 개 도둑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효국군은 또 "개를 만진 게 잘못이라면 처벌받겠다고 했는데 무조건 때려 너무 억울했다"면서 "형과 아버지가 겁이 나서 도망가자 농장주인 아저씨가 개 도둑으로 알고 때린 것 같다"고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또 봉국군은 27일 "내가 먼저 가고(농장에) 효국이는 따라왔는데 개를 만지기만 했지 개 줄은 풀지 않았다"면서 "아빠는 농장 밖에서 기다리다 '봉국아 효국아' 집에 가자고 악을 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농장주인 아저씨가 뛰어나와 겁이 나서 달아났다"고 덧붙여 말했다.

"경찰아저씨가 대가리 박으라고 했다" VS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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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병원에 한달 넘게 입원중인 효국 군과 아버지. 안씨는 불쌍하게 자란 아이들인데 개도둑으로 몰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이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것은 26일 아버지 안씨의 신고에 의해서였다. 안씨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쓰러지자 자초지종을 듣고 112에 신고한 뒤 관할 파출소인 신기파출소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온 이들 장애인 형제를 절도미수 혐의로 긴급체포 한 것으로 보고서에 나타났다. 피해를 진술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왔다가 절도미수 혐의자로 체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도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자 경찰이 가혹행위를 통해 억지 자백을 받아냈다고 이들 형제는 주장하고 있다.

봉국 군은 29일 "경찰 아저씨가 조사에 방해가 된다고 아빠와 형, 농장 주인아저씨를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한 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면서 "무조건 '개를 훔쳤지' 라고 물어서 훔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럼 '꼴아박아(소위 군대식 기합인 '원산폭격'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해서 30분 동안 대가리를 박았고 일어난 뒤 머리도 세 대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머리를 박는 동안 다른 경찰들은 "개 도둑놈이라고 욕했고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기파출소 관계자는 29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피해를 신고하러 온 사람을 두들겨 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문서작성실은 시끄러울 때 문을 닫고 조사하는 곳이지 가혹행위를 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봉국 군을 조사한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황당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파출소를 봉국 군과 함께 찾아가 확인한 결과, 강압수사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공간은 파출소 내부 좌측에 있는 '문서작성실'로, CC-TV가 비춰지지 않는 별도의 방이었다. 봉국 군은 이 방 바닥에서 30분간 기합을 받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와 함께 파출소에서 절도미수 혐의로 긴급체포 된 이들 장애인 형제는 경찰서로 넘겨진 뒤에도 다시 경찰관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효국 군은 23일 "형사 아저씨가 농장에 침입한 죄로 아빠와 형을 처벌하겠다고 해서 무서웠다"면서 "그 형사 아저씨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세 명 다 구속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봉국 군도 "경찰 아저씨가 좋게 합의하지 않으면 감방을 보낸다고 말했다"고 함께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글을 읽지 못한다고 밝힌 이들 형제는 조서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경찰이 겁을 줘 진술서에 손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수경찰서측은 이들 형제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도 피의자의 권리"라고 반박하면서 "적법한 조사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압수사 주장에 대해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여수경찰은 26일 "객관적인 정황으로 볼 때 개를 훔치기 위해 농장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아이를 야간주거침입과 절도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서씨는 폭행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 형제의 혐의사실 부인에 대해 "주간이면 이해가 되지만 새벽 3시40분에 농장에 들어갔는데 개를 훔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무리 정상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돌아다닌 것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압에 의해 범죄혐의를 시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경찰이 위협을 하면서 조서를 받고 화해를 종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면서 "봉국이가 지난 10월에 특수절도죄로 기소유예된 사실이 절도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효국 군이 사건 이틀 뒤에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두고 이날 폭행에 의한 부상이 아닌 다른 사고(경찰 관계자는 넘어져 턱이 깨졌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에 의해 부상을 입고 치료비가 많이 나오자 언론을 이용해 치료비를 받아내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28일 "(쌍둥이 형제가)파출소에서 자술서를 작성했고 주거진술서도 직접 작성했으며 조서규정에 따라 조서 마지막에 자필로 이름을 썼다"면서 "글을 쓸 줄 아는데 읽을 줄 모른다는 주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것도 피의자의 권리다"고 말했다.

"거짓말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VS "거짓말 가능한 정신지체 장애자다"

전남 여수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쌍둥이 형제는 10년 전에 어머니가 가출해 할머니 손에 자랐다. 그러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와 집사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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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인에게 폭행을 당해 턱뼈가 부서진 효국 군. ⓒ 오마이뉴스 조호진

가족 모두가 정신지체이다 보니 집안살림이 온전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시민은 26일 "부자간에도 심하게 다툰 적도 있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쌍둥이형이 싸움을 하는 등 여러 번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여수 시내 J고 야간학급 2학년이었던 쌍둥이 형제는 지난 7월에 제적처리됐다. 학교 관계자는 장기결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적했다고 밝혔다. 효국·봉국 군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모자란다고 놀리고 따돌려 학교에 가기 싫었다"고 말했다.

6년째 이들을 돌봐온 김제남(50·교회 집사)씨는 28일 "다른 사람들은 불량학생이라고 흉보지만 속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면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착한 아이들인데 가난하고 정신까지 모자란다며 따돌림을 해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김씨는 또 "이 아이들은 지능적으로 거짓말을 할 능력이 없는 아이인데도 경찰이 '개를 훔치지 않았다'는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전에도 파출소에 잡혀간 적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 경찰은 이 애들을 사람취급을 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장애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며 밝혔다.

또 이들을 돌보고 있는 조용구(여수열방제일교회) 목사는 28일 "두 아이 다 제대로 문장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봉국이가 기소유예 된 절도사건은 동네(영구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망을 보라고 해서 망을 본 사건으로, 그런 일을 시켜도 왜 망을 보는지조차 개념을 모르는 저능아"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또 "경찰이 '머리박아'를 시키고 '아빠와 너하고 구속될래 아니면 좋게 합의볼래'라고 겁을 주어 합의서를 썼다는 말을 봉국이에게 들었다"면서 "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로, 이 아이들 말을 들어볼 때 경찰이 범죄혐의를 억지로 받아내기 위해 가혹행위와 위협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혹행위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신지체 장애인 인권보호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 시급"

여수경찰은 개를 훔치지 않았다는 장애인 형제의 주장보다 사건 당시의 정황과 농장주인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쌍둥이형의 절도전과 기록이 이번 사건에 뒷받침된다는 경찰의 주장으로 볼 때, 전과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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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에 설치된 CC-TV, 가혹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주장된 '문서작성실'은 비춰지지 않는 공간이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경찰은 또 이들 가족이 새벽 시간에 돌아다닌 점과 농장에 침입한 사실이 개를 훔칠 의도로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이 병원을 다녀오다 사건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루었다. 이들 가족이 치료받은 여천J병원에 확인한 결과 1시 30분께 응급실을 찾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회측은 또 이들이 개를 훔치려다 들켰다면 과연 스스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신고하러 간 장애인을 절도미수범으로 긴급체포한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회측은 또한 사건현장의 구조가 바뀐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달고 있다. 사건현장을 확인한 결과 인도에 바로 붙은 S농장은 이 사건발생 뒤에 블록 담을 쌓았다. 교회측은 사건 당시에는 울타리가 없어 주거침입 여부가 애매한 상태였다면서 주거침입죄를 뒷받침하기 위해 담을 쌓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S농장 주인은 이 사건을 겪은 뒤 겁이 나서 블록 담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가혹행위와 강압수사에 의해 개 도둑의 누명을 썼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적법한 수사가 진행됐을 뿐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쪽 중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방어능력이 떨어진 정신지체 장애인이 거짓말을 했는가? 아니면 공정한 수사를 담당해야 할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아직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장애인단체와 일부 변호사들은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형사사건 과정에서 인권보호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현준 간사는 28일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지체자의 경우 변호사나 제3자의 조력을 받아 보호를 받으며 진술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형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호보다는 피해를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찬진 변호사는 또 "농아인 사건의 경우 번역자가 동석할 수 있는 제도가 불완전하게나마 갖춰져 있지만 정신지체자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은 상태다"면서 "정신지체자의 경우도 변호사나 신뢰 관계자가 동석한 가운데 조서를 받을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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