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비핵화 협상나서라"

여수기독인들, 부시사과 소파개정 요구 시국기도회 가져

등록 2002.12.30 08:21수정 2003.01.03 11:18
0
원고료로 응원
a

십자가를 앞세우고 촛불행진을 하고 있는 여수지역 기독인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시국문제에 대해 거의 침묵을 지켜왔던 전남 여수지역 기독교인들이 한군데 모여 부시 미대통령의 직접사과와 불평등한 SOFA 전면개정을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가졌다.

미군 장갑차에 의해 두 여중생이 사망한지 이백하루 째가 되는 이날 한 목소리를 낸 목회자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은 미국, 한국, 북한을 향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실현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400개 교회로 구성된 여수기독교연합회(회장 신용호 목사)는 1000여명의 교인이 모인 가운데 29일 저녁 7시부터 은현교회에서 '소파개정과 민족 자주권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김정명 목사(은현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는 장부익 목사(여수노회 인권위원장)의 기도, 김병천 목사(여수기독교연합회 부회장)의 설교로 이어졌다. 이어 특별기도 순서에서는 △김종현 목사(여천은성교회)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김기철 목사(석교교회)의 '불평등한 소파 개정을 위한 기도' △홍성범 목사(사랑의 교회)의 '겨레와 통일을 위한 기도' 순으로 이어졌다.

정한수 목사(열린교회)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두 여중생 압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판 및 안일하고 불성실한 SOFA개정협의 등 일련의 후속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태도가 인권의 보편성과 생명의 존엄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앙과 하나님의 뜻에도 반대되는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부시 미대통령 직접사과 △불평등한 SOFA 전면개정에 대한 촉구는 자주국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국민과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수지역 기독교인들은 특히 한반도에서 어떤 무력사용도 용납될 수 없다고 천명하면서 "두 여중생의 압살사건의 직접 책임은 주한미군에 있으나 근원적으로 한반도의 분단상황이 낳은 비극이다"며 "미국과 한국정부, 북한이 이 문제(북핵)를 대화로 풀어갈 것과 한반도에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즉각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도회를 마친 기독교인들은 은현교회에서 여서동 로타리까지 40여 분간 촛불행진을 전개했다. 또 이 자리에서 정병진 전도사(솔샘교회)의 선창으로 △하나님의 명령이다 소파를 개정하라 △기독인이 앞장서서 민족자주권 회복하자 △부시는 회개하고 살인미군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기독교인은 "늦은 감은 있지만 여수지역 기독교계가 온 국민이 분노하는 여중생 문제와 민족자주권 회복문제에 동참한 게 다행이다"면서 "교회가 국가와 사회의 아픔을 외면한 채 교세확장에만 매달린다면 하나님과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SOFA개정과 민족자주권 회복을 위한 기도회 성명서
한반도에서 어떤 무력사용도 용납될 수 없다

▲ 여수은현교회에서 개최된 시국기도회.
ⓒ오마이뉴스 조호진

다음은 여수지역기독교연합회 주최로 열린 '소파개정과 민족자주권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낭독된 성명서 '전문'이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를 흩으시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린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도다.'(누가복음 1:51∼53)

우리는 지난 6월 13일, 미처 그 꿈을 키워보지도 못하고 미군 장갑차에 의해 처참히 죽어간 신효순, 심미선 양 압살사건 소식을 듣고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미군법정의 무죄선고 결정에 우리는 민족적 굴욕감에 분노해마지 않는다.

지금 온 국민은 두 여중생의 압살사건 무죄선고에 분노하여 들불처럼 일어나 무책임하고 교만하기까지 한 미군과 미국정부의 태도에 강력한 항의시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영원한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에 대하여 실망의 차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음을 미국 당국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부시 미대통려은 공식사과는 마다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과 미국정부, 그리고 한국정부는 SOFA 전면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욱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 50여년 간 주한미군이 저질러왔던 온갖 추악한 범죄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인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금번 두 여중생 압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판 및 안일하고 불성실한 SOFA개정협의 등 일련의 후속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태도가 인권의 보편성과 생명의 존엄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앙과 하나님의 뜻에도 반대되는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성탄의 기쁨이 온 세상에 가득한 이 계절, 우리는 진정으로 이 땅 한반도에 사랑과 생명, 정의와 평화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기를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하며 우리의 입장과 건의를 아래와 같이 발표한다.

1. 우리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부시 미대통령의 직접사과와 불평등한 SOFA의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자주국가의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보다 평등하고 우호적인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을 밝힌다. 그리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온 국민과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 나갈 것이다.

2. 우리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와 평화적인 집회를 반미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옳지 못한 태도이며, 오히려 대등한 양국관계 발전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밝혀둔다.

3. 우리는 금번 두 여중생의 압살사건의 직접 책임은 주한미군에 있으나 근원적으로 한반도의 분단상황이 낳은 비극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에 의한 문제해결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폭력과 무력사용이 용서와 화해의 그리스도교 신앙에도 위배되는 일이기에 한반도에서의 그 어떤 무력사용도 용납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 우리는 미국과 한국정부, 북한이 이 문제를 대화로 풀어갈 것과 조속히 한반도에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즉각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2년 12월 29일
SOFA개정과 민족자주권 회복을 위한 기도회 참가자 일동 / 여수지역기독교연합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주당 180석 맞힌 '엄문어' "이대로면 국힘 승리, 다만..."
  2. 2 외국 언론이 본 윤 정권의 약점... 이 기사를 제대로 읽는 방법
  3. 3 장관님 명령하면 국회의원 검거... 그러나 검찰은 덮었다
  4. 4 "환자도 전공의도 지키자" 연세의료원장 서신에 간호사들 "황당"
  5. 5 여론의 반발에 밀려 대통령이 물러섰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