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비방문건 회람 '서명' 지시

"파업 이후 현장에 인민재판 벌어져"… 공산주의로 이념적 '색칠'

등록 2002.12.30 09:29수정 2003.01.0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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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 한 관리자가 노조를 비방하는 문건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이를 회람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이 문건을 작업현장에 게시한 후 '읽었다'는 서명까지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광주차량사무소 강병수 소장이 노조를 비방하는 문건을 배포한 건 지난 달 22일. 강소장은 '광주차량사무소 직원 여러분…'이라는 제하의 글을 사무소 홈페이지에 올려 공지시키는 한편 철도청 통합그룹 메일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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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관리자가 노조를 비방하는 문건을 현장에 게시하고 읽었다는 '날인'까지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 이국언

강 소장은 이 글에서 철도가 "몇몇 강성 노동운동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못박고, 조합원 직선 투표를 요구한 2000년 부산정비창 투쟁을 "계획적으로 철도에 취업한 한 노동운동가에게 순진한 철도인들이 철저하게 이용당한 경우"라고 몰아붙였다.

또 조합원들을 향해 "아직도 많은 직원들이 실상을 모른 채 왕따가 싫어 이에 동조하고 있다"면서 "2·25파업 이후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철도현장에 동료를 '인민재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글 후미에서 아예 조합의 일상 활동을 불순한 용공으로 색칠하고 나섰다. 그는 "노동운동가의 관심은 철도의 발전이 아닌 '노동해방'"이라면서 "공산사회주의 체제를 고집하는 북한은 기아로 굶주리고 있다"며 서슴없이 이념적 공세를 가했다.

끝으로 강 소장은 '반가운 질문입니다' 제하의 '김일원' 글도 같이 읽을 것을 당부했다.

필명 '김일원' 글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계급혁명을 일삼는 광신적 종교집단' '폭력 좌경세력"으로 폄하하고 철도노조에 대해 '민주노총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 이 글은 상급단체 변경 총투표(11.4∼6)를 전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노조는 I·P가 철도청 노정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사무소는 철도노조가 상급단체를 변경하기 위한 총투표 시점에도 반대표를 조직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소는 "노조가 파업을 선동해 조합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편지를 10월 30일 각 가정에 발송하는가 하면, 지난달 6일에는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해 일일이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을 성향에 따라 구분하고 확인이 불분명한 몇 사람한테는 직접 전화를 통해 물어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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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에 의한 새 집행부 이후에야 그늘에 가려진 철도노동자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휴일없는 24시간 맞교대근무, 한 해 30여명이 넘는 작업장 사망, 그들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노동자였다. ⓒ 이국언

이런 가운데 지난달 1일 광주차량 진중화(35) 지부장이 파면된 데 이어 지난 23일 총무부장인 이봉인(34)씨가 감봉 1개월 징계처분에 전북 익산으로 전출을 당하자 노조는 '부당징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징계사유는 '팀장에 욕설을 해 위계질서를 파괴'하고 '직장내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

징계의 발단은 '배지'였다. 임모 팀장이 '불법'이라며 배지를 뗄 것을 지시하자 이에 지부 임원인 이씨가 관리자의 부당한 개입이라며 항의에 나선 것. 조합원들은 "이번 징계가 그 '결과'만을 부풀려 문제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조는 사무소의 일련의 노조활동 개입이 소장의 '전 근대적 노사관'에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위장 취업한 불순세력으로 매도한 2000년 부산정비창 김기태(41)위원장은 "너무나 의외였다"면서 "철도청 관료가 시대와 너무나 동떨어진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씁쓸하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정비창 투쟁에 대해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는 데 조합위원장을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한 조합원의 순수하고 소박한 염원"이라고 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부산정비창 대량징계와 전출은 철도청에서 볼 때 대단히 성공한 모델"이라며 "개인적 관료야망이 상승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강 소장은 문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철도가 국민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인 만큼 노사가 대립보다는 상생의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강 소장은 2000년 부산정비창 분규때 동력차국장으로 재직하다 2·25파업 직후인 지난 3월 광주차량사무소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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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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