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단계 한나라당의 시대사적 과제

당 개혁을 통해 건전하고 균형적인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등록 2002.12.30 10:05수정 2002.12.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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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로 한나라당은 지금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사실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 선거와 보궐 선거에서 대승하였고, 국회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했으며 이번 대선에서 노·정 단일화 이전까지 이회창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대선의 승리를 낙관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패배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이제 한국 정치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므로 변혁의 기로에 서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 정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국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켜 DJ 집권 후반기 지지 부진해진 개혁을 재가동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선을 통해서 국민들은 3김 정치로 상징되는 낡은 정치 구조와 행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창출할 것을 강하게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노무현 당선자도 국민의 열망인 정치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면서 권력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노무현 당선자는 국민의 뜻에 따라 권력 구조의 형태를 다각적으로 논의하여 개헌을 추진하고 지역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적 정치를 위해서 집권 2기부터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당선자는 임기 중 국가 경쟁력의 발전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한국 정치의 파당적 구조와 행태를 혁파하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치 체제를 구축하여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정치 시스템을 건설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차기 노무현 정부는 과거처럼 야당을 철저히 배제하고 여당 중심의 정책 입안·집행을 지양, 여야를 초월하는 국민 통합적 정치를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차기 노무현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행정부의 노력 이상으로 입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현행 헌법 구조상 입법부와의 상호 협력 없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국정을 수행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짐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에서 과반수를 훌쩍 넘는 의석수를 보유한 거대 정당이다.

향후 노무현 행정부가 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대 관건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의 패배를 통해 국민의 진정한 열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과 일신이 필요하다.

그간 수구와 보수라는 틀에 얽매여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에 귀기울이면서 개혁이라는 시대사적 조류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부에 다양한 정치적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은 민자당, 신한국당을 거치면서 그 내부에 다양한 요소들이 도입되었다. 한나라당의 근원적 토대는 민정당이다. 여기서 YS의 민주당, JP의 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구성되었다.

민자당은 YS가 집권한 이후 신한국당으로 개칭되었고 이회창씨가 주도권을 장악한 이후(꼬마) 민주당과 합병하여 오늘날의 한나라당에 이르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원뿌리인 민정당은 군사 파시즘의 정치적 기반이었다. 수구 세력의 몸통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출범, YS의 민주계가 당내로 흡입되면서 수구 세력을 주축으로 온건 자유주의적 개혁 세력이 가미되었다.

YS 집권(문민정부) 이후 당내 주도권을 장악한 민주계는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개명하고 온건 자유주의적 개혁을 펼쳐 나갔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신한국당에 몇몇 재야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신한국당은(온건) 자유주의적 개혁 기조가 강화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 환란 위기를 초래하면서 민주계는 당내 장악력을 상실하고 이회창 전 총재를 등에 업은 과거 민정계의 수구 세력이 주도권을 탈환하였다.

신한국당은 대선 이전에 이기택계와 재야 출신 개혁 세력의 연합 정당인(꼬마)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한나라당을 출범시켰다.

97년 대선 패배 후 이회창 전 총재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한나라당은 수구·보수적 입장이 더욱 강화되었고 개혁 세력의 입지는 더욱 협소화되었다.

즉 과거 군사 파시즘 체제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반공·안보·성장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여 햇볕 정책 등 DJ 의 개혁 정책에 대해서 일관되게 반대해왔던 수구 세력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이러한 당의 수구·보수화에 대해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은 그간 너무 안이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이번 대선을 맞아 집권을 위해서 당의 통일된 위용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내 개혁의 선봉이었던 김원웅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개혁국민정당으로 당적을 바꾼 것도 그만큼 한나라당 내 개혁 진영이 일관되고 투철한 비판적 자세를 상실한 것에 대한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사료된다.

이번 대선의 패배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내 개혁 진영으로서는 보수·수구 일변도의 한나라당을 균형적이고 건전한 보수(온건 자유주의적) 정당으로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을 민주적·근대적인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 개혁 세력의 단결이 급선무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개혁 세력으로 김덕룡 의원 등 과거 민주계가 주축이 되는 온건 자유주의세력, 이부영 의원 등이 주도하는 철저한 자유주의 세력, 젊은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미래연대(온건 + 철저한 자유주의 세력) 등이 포진하고 있다.

최근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한 젊고 개혁적인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당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미래연대 등 소장파 의원들은 그 간 수구적인 당 지도부에 과도하게 경사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개혁을 적극 추진해주기를 바랬던 국민의 입장에서 이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대단히 컸다.

더욱이 몇몇 재야 인사 출신 의원들의 급격한 보수화는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어쨌든 그 간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간의 연대가 매우 부진했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개혁 세력은 그 간 각개 약진하는 과정에서 서먹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한나라당을 진정한 근대적·민주적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을 선도하는 데 일치 단결해야 할 것이다.

현 단계 한나라당 내 수구·보수 세력의 압도적 우세와 개혁 세력의 압도적 열세를 감안할 때 개혁 세력은 자체의 미흡한 주체 역량만으로는 한나라당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내에 건전한 보수 세력을 견인하여 수구 세력을 고립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민주당 내 개혁 세력과도(외부적) 연대를 통해 개혁 연합 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민주당 내 개혁 세력도 현재 당내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이 당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여당도 당의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이 당의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한 명분을 내걸고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은 당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혁 연합 전선은 향후 국회에서 진보적·개혁적 정책 입안을 향한 공동 보조를 위해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개혁 연합 전선은 지역 정서를 타파하고 전국적인 개혁 정당을 수립하는 데 주춧돌이 될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계층이 단지 보수· 수구를 지향하는 중산·상류 계층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한나라당은 영남·강원·수도권 지역의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근로 대중의 지지도 많이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한국 정치가 전근대적 유산물인 지역 정서의 고착화로 계급·계층의 이해 관계에 기초한 이념·정책적 정당 구조가 확고하게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이들 지역 내 근로 대중의 정치적 의사는 자신의 계급적 이해 관계에 근거하지 못하고 지역 정서를 매개로 왜곡된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대졸 학력의 중산층들이 노무현·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고 고졸 이하 학력의 서민층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최근의 통계 조사는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주요 기반인 영남권은 중화학 공업이 번성한 곳이기에 근로 대중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계급적 이해 관계상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지역 정서에 기반하여 상당수가 한나라당을 지지하였다.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은 한나라당의 실제적인 지지 기반이 당이 표방해왔던 수구·보수 이념과는 상반되게 사회의 하층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근거에 기초하여 개혁 세력은 이들 계층의 지지를 대변하고 유지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들 계층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대변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확실한 명분을 내걸어 수구·보수 일변도의 경직된 당 이념에서 벗어나 당 노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향후 한국 정치는 전근대적인 지역 정서를 탈피하고 계급·계층적 이해 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이념과 노선에 따른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진보·중도·보수 세력이 정책적으로 상호 협조하고 경쟁하는 체제로 나가야 한다.

현 단계 한국 정치에서 현실적인 정치 세력과 정치적 이념을 조응시킨다면 진보적 노선(진보주의에 기초한)은 민주노동당을 주축으로, 중도적 노선(철저한 자유주의 + 온건 진보주의에 기초한)은 민주당 중심으로, 보수적 노선(온건 자유주의에 기초한)은 한나라당을 기반으로 전개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수적 노선은 그간 수구(극우) 노선과 차별화되지 않고 양자가 결합되어 한국 정치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번 대선의 결과에서 나타나 바와 같이 국민들 다수는 수구 노선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국민들 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한국 지배 세력의 계급적·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수구(극우)적 측면에서 철저히 반영해왔던 조선·중앙·동아일보가 계획하고 주도했던 한나라당 주도의 보수·수구적 정치 지형의 구축을 파탄시켰다.

더구나 수구 노선의 원조인 자민련이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출마시키지 못할 정도로 당세가 급격히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수구적 노선·이념·경향에 입각한 정치 행태는 한국 정치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워졌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역시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의 개혁 세력은 당의 기본 노선을 재정립하여 수구적 경향을 철저히 탈피하고 균형적이고 건전한 정책·이념 중심의 보수주의(온건 자유주의)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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